서울 장콜에 ‘녹음장치’, 사실여부·불법성 논란 속 인권위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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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안 모습 ⓒUnsplash
▲차량 안 모습 ⓒUnsplash

  • 장애계 별도 설치안내부착·교육도 없어
  • 서울시·공단의 사생활 침해 및 차별전수조사해야
  • 시설공단 블랙박스라고 주장녹음은 시비 가릴 때
  • 판례 운전기사의 몰래 녹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아냐
  • 녹음 유출 시 음성권·사생활침해, 손해배상 가능

[더인디고 조성민]

서울시 장애인콜택시(장콜) 안에 녹음기기 설치 및 불법 여부 등을 놓고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및 장콜 이용 당사자들은 27일 오전 11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시 장콜 내 녹음장치가 설치됐고, 이는 장애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모는 불법이자 차별”이라며 서울시와 서울시설공단을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 당사자이자 지난 9일 해당 장콜을 이용했다는 상상행동 장애와여성 마실 김광이 대표는 “휠체어석 뒷자리 안전손잡이에 부착된 마이크와 운전자 보호 투명가림막에 부착된 수신스피커에는 운전자와 장애인 승객 간의 대화만이 아닌 녹음기능도 있다차량 운전기사는 버튼을 눌러야 녹음이 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지만, ‘녹음장치가 있다는 것을 수 차례 확인했다”고 밝혔다.

▲장콜 내부. 사진 왼쪽 마이크. 오른쪽 빨간색 동그라미 안 수신스피커. 이 장치가 승객과의 대화만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녹음을 위한 별도 장치와 연결된 것인지를 놓고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사진=김광이 대표 페이스북
▲장콜 내부. 사진 왼쪽 마이크. 오른쪽 빨간색 동그라미 안 수신스피커. 이 장치가 승객과의 대화만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녹음을 위한 별도 장치와 연결된 것인지를 놓고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사진=김광이 대표 페이스북

녹음기기 설치 이유에 대해선 운전기사의 말을 빌려 “‘승객과 운전자 간의 갈등 발생을 고려’했고, 설치 대수는 ‘작년 12월에 나온 20여 대’에 있다”면서, 이어 “관련 교육 등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응답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실제 녹음 여부 등은 뒷자리에서 확인할 수는 없지만, 녹음장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순간 전화 통화를 머뭇거리게 됐다”며, “헌법 등 법률로 누구나 사생활이 침해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서울시와 공단은 당사자들의 사적 의견이나 생각조차 통제 및 관리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시설공단 운영팀 측은 더인디고의 전화 통화에서 “장애인단체들이 주장하는 해당 사진은 운전자와 장애인 간의 대화를 위한 송·수신기에 불과하다. 블랙박스 이외 별도의 녹음장치는 없다, 블랙박스에 기본적으로 녹음장치는 있지만, 이 역시 다툼 등이 발생하면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 고지 후 녹음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블랙박스 설치된 차량이나 녹음 사실 여부 등에선 “이번 진정을 계기로 몇 대에 블랙박스가 설치됐는지, 시비를 가리기 위한 녹음 등이 불법인지 등을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교통행정기관 등이 이동 및 교통수단 등에서의 차별행위를 하지 않도록 교통사업자에게 관련 홍보, 교육, 지원, 감독 등을 하도록 하고,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따른 본인 동의 없이 정보에 무단 접근이나 남용 등을 금지하고 있다. ‘통신비밀보호법’에서도 규정에 없는 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 정지민 변호사는 “장콜에 별도의 녹음장치 설치는 동의 없는 대화나 통화 녹음을 유발할 수 있기에 그 자체만으로도 위법일 수 있다, “특히 사생활의 자유나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할 수 있는 만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애인콜택시 이용 당사자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은 27일 오전 11시,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 장애인콜택시 불법 녹음기기 설치는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을 찍는 것”이라며 서울시와 시설공단을 향해 인권침해를 중단하고, 전수조사하라고 촉구했다. /사진=장추련 유튜브 영상
▲장애인콜택시 이용 당사자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은 27일 오전 11시,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 장애인콜택시 불법 녹음기기 설치는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을 찍는 것”이라며 서울시와 시설공단을 향해 인권침해를 중단하고, 전수조사하라고 촉구했다. /사진=장추련 유튜브 영상

이어 “택시 내부 CCTV(블랙박스) 등 영상기록장치 설치가 문제가 되자, 지난 2010년 행정안전부는 승객의 사생활보호 등을 위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전제한 뒤, “가이드라인은 ‘안내문 부착’, ‘녹음기능 사용 금지’ 등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서울시와 공단이 이조차 무시한 것은 명백한 차별행위”라면서 “별도의 녹음장치가 없다면 적극 해명하고, 전수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 행안부가 201011월 제작 배포한 택시내 CCTV 설치관련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무분별한 설치 방치와 촬영 범위 명시(각도, 방향 등)를 통해 사생활 및 초상권 등의 침해 우려를 최소화하도록 했다. 또한, 촬영된 영상정보는 운영자가 임의로 열람할 수 없도록 암호화 등 기술적 보호조치와 함께 교통사고나 범죄 발생 등 부득이한 경우에 경찰관 입회하에서만 열람이 가능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한편 별도 녹음장치 설치 여부를 떠나, 운전기사가 녹음을 항상 켜놓거나 실제 녹음을 했더라도, 통신비밀보호법상 처벌 대상이냐는 형사와 민사 문제로 나누어 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 변호사는 더인디고와 통화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에서는 택시 등 블랙박스 영상의 녹음기능을 사용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대부분 범죄 예방 등을 목적으로 녹음 기능을 켜둔다면 죄는 성립될 수 있어도, 이를 외부로 유출하지 않는다면, 위법성이 없어져 처벌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목적이 정당할 경우 녹음 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어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장콜이나 택시 운전기사가 주된 대화 대상자는 아니더라도 현장에 있었던 만큼 뒷좌석에 통화나 대화 내용을 동의 없이 녹음했더라도 통신비밀보호법상, 즉 형사상 처벌 대상은 아니다”며 “문제는 이를 재판이나 언론 등에 공개할 경우 음성권사생활 침해등의 이유로 정신적 손해배상은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련해,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지난해 9월 ‘자신이 대화 자리에 있더라도 상대방 동의 없이 타인 간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한 자의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과 5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한다’는 내용의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곧 철회하기도 했다.
공익적 제보나 직장 내 갑질 및 성폭력 등의 증거 활용 등 순기능이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어쨌든 진정인과 시설공단 측의 주장이 서로 다른 만큼 인권위의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 파악과 관계자 처벌 여부 등이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설공단 측이 장콜에 영상기록장치 등과 관련한 안내문 부착이 없었다는 것과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에 따른 해당 교육 등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또한 녹음장치가 별도 설치되지 않았더라도 블랙박스를 통해 얼마든지 녹음이 가능하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향후 장콜 이용 시 당사자의 자유로운 대화와 통화 행위 등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장애계의 문제 제기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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