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 31] ① 장기일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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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일 부모연대 경기지부 고양지회 정책부회장이 3월 28일 제31차 화요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장기일 부모연대 경기지부 고양지회 정책부회장이 3월 28일 제31차 화요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더인디고] 고등학교 2학년 자폐성장애 아들을 품은 아빠입니다. 흔히 발달장애 부모들 사이에서 이야기하는 경증의 아이입니다. 하지만 아이의 엄마는 복지관과 센터를 다니면서 힘들어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경증인데 왜 다녀?”, “말을 하니까 얼마나 좋아”, “다른 아이들보다 상태가 좋잖아” 등 이러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아이의 엄마는 어린 막내아들을 안고 집에 와서 한없이 눈물을 흘리곤 했습니다.

막내가 태어날 때부터 아내는 모든 일과의 기준을 아이에게 맞추었고, 지금도 그런 살아오고 있습니다. 현재도 아침에 학교를 데려다주는 것을 시작으로 오후에는 센터를 다니면서 하루를 보냅니다. 아내의 체력은 꽤 약합니다. 유일한 휴식은 짬이 날 때마다 잠시 잠을 자는 것입니다. 그런 아내는 2년 전부터 오른쪽과 왼쪽 어깨를 수술했고, 유방암 1기 진단도 받았습니다. 그래도 막내아들을 돌봐야 하는 것이 일입니다.

아니면 제가 회사를 그만두고, 가장의 역할을 포기하면서 막내를 돌봐야 하나요? 그렇다고 큰딸이 학업과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면서 돌봐야 하나요? 국가가 책임지고 국가가 발달장애인 지원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저는 지금 고양시지부 정책부회장을 수행하면서 심한 자괴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나의 가정을 지키지도 못하고 아이를 돌봐주지도 못하면서, 또 아내에게 어떠한 도움을 주지도 못하는, 한심한 저 자신을 생각하면서 아내와 함께 울었습니다.

2년 전 고양시 장애인복지과 발달 및 장애인가족지원센터를 방문해 도움받을 방법을 알아보았습니다. 하지만 장애가족돌봄서비스 운영 사업 기간은 5월~11월까지였습니다. 확인했을 때는 이미 사업 기간이 종료된 때였습니다. 이용하더라도 월 2회입니다. 너무 현실적이지 않은 데다, 실제로 발달장애인 가족에게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국가의 지원체계는 비현실적이었습니다.

그래서 고양시에 장애인가족돌봄서비스 운영 기간을 매년 1~12월로 지원범위를 넓힐 것을 요구해왔습니다. 기간제 근로자 계약을 1년으로 넓히면, 퇴직금 지급과 연관이 있다 보니 그나마 11개월로 확대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고맙습니다라고 무릎을 꿇어야 할까요? 이런 정책이 우리가 세금을 낸 국가의 역할 아닌가요? 전생의 업보를 안고 태어나게 만든 부모의 죄라고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있겠습니까? 발달장애 자녀들의 부모는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요? 자녀보다 하루라도 더 살고 싶은 마음으로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버텨야 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생각일까요? 아닙니다. 저는 국가가 그 책임과 의무를 이행하라고 당당하게 명령하는 것입니다.

발달장애인 지역사회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지원대책을 수립할 것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에 명령하는 것입니다.

이 자리에 계신 부모님들. 두려울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우리 자녀들이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비장애인과 함께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국가에 명령하고 이행하라고 이 자리에 오신 거 아닙니까? 서로 손잡고 동지애를 가지고 비장애인의 중심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인식을 개선하고자 함께 투쟁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 부모님들이 함께 국가가 책임지고 발달장애인 지역사회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및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지원대책 수립하라고 명령하고 시행하라고 이 자리에 오신 것입니다. 이 목숨이 살아있는 동안 두 눈 부릅뜨고 더욱 가열차게 투쟁하겠습니다. 함께 앞으로 나아갑시다.

–2023년 3월 28일 오전 11시, 화요집회 31차 중에서–

[더인디고 THE INDIGO]

반복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을 멈춰달라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삭발과 단식에 이어 고인들의 49재를 치르며 넉 달을 호소했지만, 끝내 답이 없자 장애인부모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2022년 8월 2일부터 ‘화요집회’를 통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더인디고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협조로 화요집회마다 장애인 가족이 전하는 이야기를 최대한 그대로 전하기로 했다.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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