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만원·휠체어’에 몸을 맞춘 20년… 전장연 ‘보조기기 투쟁’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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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2시 전동휠체어 사용 당사자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4개 장애인단체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강원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동휠체어 기본수가를 100% 인상’하고 ‘맞춤형 지원체계를 구축’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전장연
▲29일 오후 2시 전동휠체어 사용 당사자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4개 장애인단체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강원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동휠체어 기본수가를 100% 인상’하고 ‘맞춤형 지원체계를 구축’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전장연

  • 2005년에 묶인 전동휠체어 가격·내구연한
  • 맞춤형? 보조기기 지정기준, 전면 재검토 해야
  • 기본수가 100% 인정에 맞춤형 지원체계 구축 촉구

[더인디고 조성민]

“장애인이 선택한 방식과 시기, 그리고 감당할 수 있는 비용으로 장애인의 개인적 이동을 촉진하고… 양질의 이동 보조기기, 장치 및 보조기술, 지원자와 매개인 등에 대한 장애인의 접근을 촉진할 것”

국가가 개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효과적 조치를 취하도록 한 UN 장애인권리협약 제20조의 일부분이다.

우리나라는 1999년 국민건강보험법이 시행되면서, 일부 보조기기도 보험급여 대상에 포함됐다. 처음 6종에서 현재 80여 개에 이를 만큼 품목도, 보험급여 기준액 등도 상향되고 있지만, 여전히 장애인의 욕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전동휠체어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2005년 기준액이 209만원으로 책정된 이후 시대와 물가가 변했어도 지금까지 그대로다. 실제 시중에 이 금액으로 살 수 있는 전동휠체어는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기초생활수급자는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으로부터 기준 금액의 100%를 지원받지만, 그렇지 않은 당사자들은 10%의 자부담을 내야 한다. ‘보조기기에 대한 보험급여기준’에 따라 건보는 기준액 또는 당사자가 구입한 실구입금액 중 최저금액의 90%까지만 지원하기 때문이다.

▲보조기기에 대한 보헙급여 기준.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별표7
▲보조기기에 대한 보헙급여 기준.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별표7

예를 들어 당사자가 300만 원짜리 전동휠체어를 샀다면, 낮은 금액인 기준액(209만원)의 90%인 188만 원까지만 지원하는 셈이다. 정부가 장애인에 대한 ‘사회참여’ ‘맞춤형 지원’ 등을 운운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돈과 보조기기 등에 몸을 맞춰 사는 구조다. 종일 전동휠체어 앉아 있지만, 자세 변환조차 할 수 없어 욕창 발생 등의 위험으로도 이어진다. 또한 팔을 전혀 사용할 수 없는 전신마비 장애인들은 손으로 작동하는 컨트롤러를 조작할 수 없는데도 정작 턱이나 머리 혹은 호흡으로 작동할 수 있는 컨트롤러를 지급하지도 않고 있다.

29일 오후 보조기기 사용 당사자와 장애인단체들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강원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동휠체어 기본수가를 100% 인상’하고 ‘맞춤형 지원체계를 구축’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비롯해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등 4개 단체가 주최했다.

▲박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보조기기위원회 위원장 /사진=전장연
▲박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보조기기위원회 위원장 /사진=전장연

이날 기자회견은 20년간 정부도 국회도 외면한 보조기기 문제에 대해 국가책임을 강화하고 권리 기반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투쟁을 선포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박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보조기기위원회 위원장은 “20년 가까이 한 번도 변하지 않은 전동휠체어 수가 문제를 국회에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 역시, 국회에서 질의해도 ‘연구하겠다’고만 답변할 뿐 아무런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가격도 문제지만, 장애 특성에 맞는 소모품 구입, 구조변경, 수리 등도 당사자의 몫이다.

모경훈 우리하나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핸드폰조차 들 수 없어 거치대가 필요하다. 하지만 보장구 수리센터 등을 찾아도 장비가 없어 쉽게 해결이 안 된다”며 “맞춤형 예산은 이럴 때 쓰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 /사진=전장연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 /사진=전장연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 역시 “기립할 수 있는 휠체어를 비롯해 다양한 기능성 휠체어가 등장하지만, 결국 자부담으로 구입해야 한다. 그러고도 정작 내 몸에 맞는 것이 없어 보조공학센터 등을 찾아다녀야하는 실정”이라며 “내구연한(전동 6년, 수동 5년)까지 있어 고장 시 수리비 등도 당사자 몫”이라면서 개인에 전가하는 국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보조기기 지정 기준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 당사자가 보조기기를 지원받으려면, 의사의 처방 후 건보가 승인해야 가능한 구조다.

김주현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정책국장은 “보완대체의사소통(AAC) 시스템, 호흡이 어려운 사람을 지원하는 의료기기, 성인용 기저귀를 대체하는 기기 등 매우 다양한 보조기기가 있지만, 기준 품목에는 포함되지 않고 있다”며 “품목에 따른 용도도 다양하고, 자신에 맞게 사용하기 위해선 결국 개조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의사의 독단적 처방이 아닌 다양한 분야의 협업을 통해 맞춤형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들 단체에 따르면 일본만 해도 당사자에게 적합한 전동휠체어 품목을 급여 대상에 포함하고, 최대 1000만 원까지 지원한다. 미국 역시 장애인의 신체적 구조, 일상생활 지원 필요성에 따라 품목을 다양화하고 고가라도 80%까지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심지어 구입비뿐 아니라 개조 역시 정부의 역할로 수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전장연은 기자회견을 통해 누구나 자유롭게 이동하여 교육받고, 노동하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 수 있는 기반인 보조기기 지원체계를 만들기 위해 보조기기 권리쟁취 투쟁을 공식 선포했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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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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