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방 대법원, 특수교육 분쟁서 ‘장애학생 교육권’ 만장일치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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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연방 대법원 전경 ⓒ언스플래쉬
▲미연방 대법원 전경 ⓒ언스플래쉬
  • 매년 좋은 성적 받고도 졸업장 대신 수료증, 왜?
  • 12년간 지원받은 수어통역사? 알고 보니 무자격
  • 대법원, 장애인교육법상 합의했더라도 ADA 손배소 가능
  • 학교와 개별화교육(IEP) 놓고 당사자·가족 영향력 커져
  • 학교와 장애학생 간 법적 다툼 빈번 우려도 제기

[더인디고 조성민]

최근 미국 연방 대법원은 가족과 학교 모두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특수교육 관련 소송에서 장애학생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대법관 전원 만장일치로 장애학생의 교육을 권리로 인정한 판결이다.

지난 22일 자 ‘Disability Scoop’ 등 미국의 뉴스 매체에 따르면 청각장애학생 미겔 루나 페레스(Miguel Luna Perez)는 12년 동안이나 자신에게 자격증이 있는 수어통역사를 지원하지 않은 미시간주 스터지스 공립학교(the Sturgis Public Schools)를 상대로 최종 승소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재판은 페레스가 졸업을 몇 달 앞두고 졸업장 대신 수료증을 받게 됨을 알면서 시작됐다. 그는 9살에 스터지스 학교를 입학해 10년 이상 A 아니면 B라는 좋은 성적을 받았기 때문에 황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 알고 보니 지금까지 자신에게 배정된 지원인력이 수어를 잘 모른 데다 나중엔 다른 업무에 배정되어 매일 몇 시간은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게다가 커리큘럼을 이해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문제없이 매 학년 진급을 시켰다.

이에 페레스 가족은 ‘장애인교육법(Individuals with Disabilities Education Act, IDEA)’에 따라 지역 교육구(the school district)와 요구 사항을 합의한 데 이어, 미국 장애인법(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 ADA)에 따른 금전적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제기했다.

하지만 첫 ADA 소송에선 페레스에게 불리했다. 주 지방법원은 페레스와 가족이 IDEA에 따라 학교와 합의한 데다, IDEA에서 요구하는 행정 절차는 다 마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가족들은 지난 2021년 하반기 연방 대법원에 상소했고, 지난 22일 지방 법원의 판결이 완전히 뒤집히는 재판 결과가 나왔다.

대법원은 페레스가 IDEA로는 손해배상이 불가능하기에 당연히 ADA에 의한 청구 자격이 있다고 봤다. 또한 법적 절차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고, 설사 가족이 합의했다고 해서 효력이 당연히 ADA에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본 것.

닐 고서치(Neil Gorsuch) 대법관은 “이 사건에서 제기된 법적 문제는 단순 기술적 문제에 불과하지만, 지방 법원 판결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온 만큼, 앞으로 페레스와 같은 특수교육대상자와 부모에게는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학생들의 요구를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한 IDEA 절차가 있음에도 앞으로 돈(손해배상)을 놓고 더 많은 법적 싸움을 벌이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미 장애계와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 “특수교육 과정에서 갈등이 생길 경우 학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용이하도록 했다. 또한 장애학생의 권리가 침해됐을 때 이를 구제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수단을 법원이 보장한 것”이라며, “미국 720만 특수교육대상자들은 개별화교육프로그램(Individualized Education Program, IEP) 협의 과정에서 학교와 교육구 등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미국 ‘장애인교육법(IDEA)’에 담긴 ‘개별화교육프로그램’은 장애학생의 모든 교육적 측면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특수교육대상자의 요구와 교육목적, 목표, 교육과정, 배치, 평가 및 측정의 틀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특수교육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이 IDEA에 명시된 절차와 내용에 따라 해결했지만, 앞으로는 ADA를 통한 민사소송도 가능해진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국내 특수교육을 받는 학생은 매년 늘어나면서 지난해 10만 3695명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11월, 장애유형과 정도 등에 따른 ‘국가책임 맞춤형 특수교육 실현’을 위한 ‘제6차 특수교육 발전 5개년 계획(2023∼2027)’을 발표했다.

AI 학습보조 로봇 등을 활용해 장애 특성에 맞는 교육을 지원하고, 통합학급 장애학생 지원을 위한 특수교사 배치도 늘리고, 유치원 특수학급과 통합유치원도 확대하겠다는 내용 등이다. 하지만 정작 장애유형과 정도에 따른 개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강화하겠다는 등의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대해 윤진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처장은 더인디고와의 전화 통화에서 “국내는 여전히 유명무실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과 ‘개별화교육’ 등으로 인해 특수교육대상자들은 고학년이 될수록 통합학교(학급)가 아닌 특수학교(학급)에서 배워야 하는 현실”이라며, “법에서는 유·초·중·고교 과정에서 장애학생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특수학급을 신·증설해야 함에도 교사는 물론 지원인력 및 수어통역사 등이 원칙대로 지원되지 않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페레스처럼 청각장애학생들은 결국 특수학교에 입학하더라도 수어통역 자격보다는 교과 중심 교사에게 배우는 국내 현실을 감안하면, 미 대법원의 판결은 장애학생의 교육을 권리로 더 강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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