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 살해 혐의로 발달장애학생 조사하는 용산署, 인권위 피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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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를 살해한 혐의로 발달장애 조카를 조사 중인 용산경찰서와 조사 과정에서 전담 경찰관의 조력을 지원하지 않은 점과 강제 입원 등 용산경찰서의 인권침해 여부를 조사할 인권위. ⓒ더인디고 편집
▲고모를 살해한 혐의로 발달장애 조카를 조사 중인 용산경찰서와 조사 과정에서 전담 경찰관의 조력을 지원하지 않은 점과 강제 입원 등 용산경찰서의 인권침해 여부를 조사할 인권위. 사진=더인디고 편집

  • 부모연대, 전담 경찰관 수사 부재 방어권 침해
  • 범인 단정강제 입원도 문제
  • 발달장애 동생 돌봄은국가, 또 가족에 돌려!

[더인디고 조성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는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중증의 발달장애 학생 A(13세) 군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 용산경찰서를 상대로 지난 4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고 10일 밝혔다.

A군은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자택에서 자신을 돌보던 고모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살인 혐의에 대한 사실 여부를 떠나 경찰은 사건 초기부터 A군에게 발달장애인 수사 조력을 지원하지 않아 방어권을 침해한 데다, 법적 근거 없이 강제 입원을 시킨 것은 인권침해라는 것이 부모연대의 주장이다.

발달장애인권리보장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전담 사법경찰관을 지정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들이 발달장애인을 조사 또는 심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발달장애인과 신뢰 관계에 있는 사람을 조사 과정에 동석할 수 있게 했다.

한편 지금까지 알려진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해 보면, A군은 고모가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하자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 전부다. A군은 어릴 적 부모가 이혼하면서 아버지와 남동생, 조부모, 고모 B씨와 용산구 한 주택에서 살았다. 남동생 C군 역시 중증의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년 전 아버지가 지병으로 숨지고, 지난해에 할머니까지 세상을 떠나면서 A군 형제를 돌본 것은 B씨였다. 이들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의료, 주거, 생계, 교육 급여 대상이었다. 활동지원서비스 대상이기도 했지만, 고모가 이를 대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만 14세 미만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여서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다. 다만 촉법소년은 조사를 마치면 미성년 피의자에 대한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서울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에 앞서 석방 후 보호자에게 인계된다. 하지만 A군은 시급한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경찰의 판단에 따라 강제로 응급 입원을 하다가 현재는 행정 입원으로 전환했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이 사건 초기부터 지원해온 부모연대 김수정 서울지부장은 “지역사회에 발달장애인 지원 체계가 있다. 특히 서울시는 모든 자치구에 있는 장애인가족지원센터에서 긴급돌봄이 가능한 데도, 의료기관에 강제 입원을 시킨 것은 지나친 신체의 구속”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용산서는 발달장애인 전담 경찰관제도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해당 경찰관이 수사하지도 않았고, 신뢰관계인 역시 작은할아버지가 동석했다”며 “아무리 가족이라 하더라도 직접 양육하지 않으면 발달장애를 제대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차라리 경찰은 특수반 교사 등을 알아봤어야 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지부는 이번 사건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A군의 동생인 C군에 관해서도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사건 이전부터 B씨와 교류했던 서울지부 용산지회 관계자와 A군을 담당했던 특수교사 등의 보고서에 따르면, 언론 보도와 달리 이번 사건은 물증도 증인도 없이 A군에게 받아낸 자백이 전부다. 게다가 공격성도 높지 않은 데다, 게임중독까지는 아니라고 말했다. 또한 A군은 평소 뒷정리와 신변처리 등이 어려워 이 자체가 학습 목표이기도 했다. 그런 A군이 사건 당시 도구를 깨끗이 씻어 싱크대에 올려놓고 자신 손을 깨끗이 씻었다는 부분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 즉 A군을 범인으로 단정하고 정신병원까지 강제 입원시킨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현재 A군은 할아버지의 동의를 받아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으로부터 법적 조력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의 동생인 C군 역시 장애인거주시설에 보내지 않고 친모가 양육하기로 했다. 대신 할아버지가 경제적 지원을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거주지를 마련하는데 꽤 시일이 걸릴 수 있어 그때까지는 서울지부 용산지회에서 C군을 보호하기로 했다.

김수정 지부장은 “발달장애 남매를 둔 경기도 의왕시의 시한부 어머니의 일도 그렇고, 이번 사건 역시 보호자 없이 남겨질 수 있는 발달장애인 지역사회에서의 안전한 삶의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된 문제였다”며 “국가와 지자체가 일시적인 가정위탁제도에서부터 전 생애 지원 체계 등을 촘촘하게 구축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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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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