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선택권 제한한 활동지원법, 위헌 결정에도 다시 헌재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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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와 공익변호사그룹 등 9개 단체는 1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장애인활동지원법 제5조 제2호’는 장애인 당사자의 사회서비스 선택권을 침해한다며, 위헌 법률 심판 제청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와 공익변호사그룹 등 9개 단체는 1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장애인활동지원법 제5조 제2호’는 장애인 당사자의 사회서비스 선택권을 침해한다며, 위헌 법률 심판 제청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 “65세 미만 노인요양급여 장애인, 활동지원 신청 제한은 위헌
  • 정부 비용왜곡에 국회는 변칙 개정비판
  • 복지부 지침으로 헌재 결정을 제한하는 꼴!
  • 활동지원법 제5조의 2, 다시 위헌 법률 심판 제청

[더인디고 조성민]

만 65세 미만 노인장기요양서비스 수급 장애인의 활동지원서비스의 신청 자격제한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도, 법률로 다시 제한한 것을 두고 장애인단체들의 비판이 거세다.

헌재의 결정에도 정부는 장애인의 선택권을 비용의 문제로, 국회는 변칙적인 개정으로 기본권을 또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와 공익변호사그룹 등 9개 단체는 1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장애인활동지원법 제5조 제2는 장애인 당사자의 사회서비스 선택권을 침해한다며, 위헌 법률 심판 제청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활동지원법’에 근거한 ‘장애인의 자립생활 지원과 가족의 부담을 줄임으로써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서비스다. 하지만 정부는 2013년부터 ‘장애인활동지원법 제5조 제2호’를 통해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2조 제1호’에 따라 노인장기요양서비스 수급자인 65세 미만 장애인에 대해선 활동지원서비스의 신청 자격을 제한했다.

문제는 장기요양서비스와 활동지원서비스의 막대한 급여량 차이다. 활동지원서비스는 월 최대 710만 5000원으로 480시간(일 16시간, 30일)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반면 노인장기요양서비스는 최고 등급인 1등급의 월 한도액이 167만2700원으로 서비스 시간이 108시간(일 4시간, 월 27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지난 202012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활동지원급여 신청 자격을 제한하는 제5조 제2호 본문 중 ‘65세 미만의 자로서 치매·뇌혈관성 질환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노인성 질병을 가진 자에 관한 부분을 헌법불합치로 선고한 바 있다. 65세 미만의 장애인에게 노인성 질병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활동지원급여의 신청 자격의 박탈은 합리적 이유가 없다는 결정이다.

헌재는 이어 “입법자는 장애인의 자립의지와 가능성, 생애주기를 포함한 사회 일반의 생활양태, 국가 재정상황, 전체적인 사회보장의 상태와 균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인 범위에서 수급자 선정이 이루어지도록 할 제도개선의 책임이 있다”며 2022년 12월 31일까지 법을 개선할 것을 결정했다.

하지만 한자협 등 참여단체는 국회는 법 조항 자체의 위헌성을 제거하는 방식이 아닌, 단서만 일부 삽입하는 방식으로 개정했다이는 헌재의 결정 취지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직격했다.

개정 조항만으로는 노인성 질병을 가진 65세 미만 장애인이 활동지원급여 신청 자격을 가진다는 것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전혀 알 수 없다는 지적이다. 헌재 결정에 따라 평등하고 원칙적인 신청 자격을 부여해야 함에도, 오히려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신청 자격을 가지도록 한다는 해석이다.

▲활동지원법 개정 전(좌측) 개정 후(우측). 자료=한자협
▲활동지원법 개정 전(좌측) 개정 후(우측). 자료=한자협

내용을 살펴보면, 국회는 지난해 6월, 법 제5조 2호의 본문 개정 대신 ‘노인성 질병으로 장기요양급여를 수급하는 65세 미만인 사람으로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사람은 활동지원급여를 신청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시행은 올해 1월 1일부터다.

이에 따라 202012월 기준 전국의 65세 미만 약 13000명의 장애인이 노인장기요양제도의 부족한 서비스 시간에 묶인 채 자유로운 사회참여의 기회를 박탈당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가족을 통한 지원과 시설 입소를 강요당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실제 중도 뇌병변장애인 A(만 61세) 씨는 건강보험공단이나 행정청 등 어느 곳에서도 장애인활동지원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한 채 노인장기요양등급을 판정받았다. 하루 3시간에 불과한 서비스 시간과 비싼 자부담 금액, 직접 지원으로 허덕이던 당사자와 가족이 활동지원서비스를 알게 된 시점에서는 이미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헌법불합치 결정 소식을 듣고 거주지역 관할 복지센터에 활동지원급여를 신청했지만, 해당 지자체는 같은 조항을 근거로 신청이 불가하다고 통보했다.

한자협은 이에 대해 “해당 처분은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법원의 ‘거부 처분 취소’ 판결, 즉 교환적 변경 신청에 대한 거부 처분의 경우 사실상 ‘위헌’으로 해당 조항이 ‘적용 중지’되어야 한다는 판결이 있었음에도 이를 적극적으로 적용한 위법한 처분”이라며 “법적 근거가 없는 보건복지부의 방침이 헌재의 결정에 근거한 법원 판결보다 우선될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이소아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 변호사(좌), 최용기 한자협 회장(우). ⓒ한자협
▲이소아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 변호사(좌), 최용기 한자협 회장(우). ⓒ한자협

지난 2020년 헌재 결정을 끌어낸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 이소아 변호사는 “당시 헌재 공개변론을 진행하며 예산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았다”고 전제한 뒤, “그 의견을 토대로 대한민국은 OECD 국가이지만, 복지예산이 최하위다. 모든 당사자가 동료 시민으로 살 수 있게 활동지원예산을 편성한다 해도 경제파탄이 일어나지 않음을 주장했었다”며, “하지만 복지부가 예산을 호도해서 국회의원들에 압력을 넣었고, 결국 무성의하고 변칙적인 개정 법률로 인해, 여전히 장애인 당사자의 기본권이 침해받게 됐다”고 정부와 국회를 싸잡아 비판했다.

최용기 한자협 회장은 “불합리한 제도개선을 요구하면 정부는 비용 문제를 앞세워 장애인의 삶을 옥죄고 탄압한다”면서, “A씨와 함께 현행 개정 법률에 대한 위헌 법률 심판 제청을 통해 당사자의 사회서비스 선택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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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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