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 39] ① 이선형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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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형 부모연대 서울지부 성북지회 사무국장 /사진=전국장애인부모연대
▲이선형 부모연대 서울지부 성북지회 사무국장 /사진=전국장애인부모연대

[더인디고] 안녕하세요. 서울장애인부모연대 성북지회 사무국장 이선형입니다. 현재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는 9세 남아 자녀를 양육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이가 4살에 진단을 받고 1년 동안 무기력과 두려움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르다가 이대로는 아이도 우리 가정도 행복해질 수 없겠다 싶어 정신을 차리게 되었습니다. 내가 죽을 만큼 노력하면 좋아질 수 있을 거로 생각하며 아이의 발달을 위해 3년의 세월을 달려오고 보니 한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알고 있었지만, 받아들이고 인정하지 못했던 발달장애… 장애라는 말이 그때는 왜 그렇게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든 말 이였는지요. 그때 우연히 부모연대라는 곳이 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단순히 아이 발달에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정보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가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첫 집회에 참여했는데 낯설고 어색했습니다. TV에서 보던 낯선 농성장과 부모연대가 찍힌 조끼, 피켓, 땡볕에서의 외침… 그리고 혹시나 누가 날 알아볼까 봐 얼굴을 가리게 되던 내 모습.

하지만 그 후 부모연대가 만들어지고 어떻게 아이들의 권리를 위해 투쟁해 왔는지 영상을 보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투쟁의 결과로 현재의 복지가 만들어진 걸 알게 되면서 첫 집회 때의 제 모습이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동시에 성북지회에서 만나게 된 소중한 인연들과 함께 어울려 의지하며 지내다 보니 어느새 용기와 열정, 희망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부모연대 선배 부모들이 투쟁으로 만들어 온 아이들의 권리를 지키고 찾아주는데 저 또한 미흡하게나마 보탬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아직 삭발은 두렵습니다. 삭발할 일이 안 생기도록 우리 아이들이 당연히 누려야 되는 권리를 정부는 받아들여 주길 바랍니다. 24시간 지원체계 알면 알수록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알려고 하지 않고 알지도 못하니, 그게 어렵고 큰일이라고 여겨지는 것입니다.

정부가 24시간 지원체계에 대해 알고 이해하고 받아들여 줄 때까지!!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발달장애인들이 있는 그대로 모습으로 함께 어우러져 잘 살아갈 때까지!!

우리의 투쟁은 계속될 것입니다. 투쟁~ ^^

-2023년 5월 23일 오전 11시, 화요집회 39차 중에서–

[더인디고 THE INDIGO]

반복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을 멈춰달라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삭발과 단식에 이어 고인들의 49재를 치르며 넉 달을 호소했지만, 끝내 답이 없자 장애인부모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2022년 8월 2일부터 ‘화요집회’를 통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더인디고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협조로 화요집회마다 장애인 가족이 전하는 이야기를 최대한 그대로 전하기로 했다.

승인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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