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과 가족, 희망 안보여’… 부모연대, 기초단위 투쟁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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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역 결의대회 한 참석자가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하라’고 적힌 손 피켓을 들고 있다. ⓒ더인디고
▲30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역 결의대회 한 참석자가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하라’고 적힌 손 피켓을 들고 있다. ⓒ더인디고

  • “숱한 투쟁에도 정해진 예산 구조에선 보통의 삶 없어”
  • 전국 순회 이어 현안 등 기초자치단체 투쟁 전개
  • 서울시에 주거권·일자리 등 6대 요구안 전달
  • UN 진정 등 국제 망신 주기운동도 검토

[더인디고 조성민]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발달장애인 전 생애 권리기반 지원체계 구축’을 촉구하며 전국 순회투쟁에 나선 지 한 달이 넘는 가운데, 서울지역 결의대회가 이목을 끌었다.
이는 서울시의 정책 하나하나가 전국 지자체 등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과 무관치 않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서울부모연대)는 30일 오전 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서울에 거주하는 발달장애인 3만 4000명과 그 가족에겐 보통의 삶, 보통의 미래가 없다”며, “발달장애인 전 생애 지원체계 구축”을 거듭 촉구했다. 이날 집회는 서울지부 25개 지회 500여 명이 참석해, 전국 순회에 이어 향후 풀뿌리 지역단위 투쟁 의지를 보여준 한 단면으로도 해석된다.

▲30일 오전 서울부모연대 25개 지회 약 500여 명의 장애인부모 회원들은 서울시청 앞에서 ‘발달장애인 전 생애 지원체계 구축’ 등을 촉구했다. ⓒ부모연대
▲30일 오전 서울부모연대 25개 지회 약 500여 명의 장애인부모 회원들은 서울시청 앞에서 ‘발달장애인 전 생애 지원체계 구축’ 등을 촉구했다. ⓒ부모연대

앞서 부모연대는 지난 4월 7일 전국 순회투쟁 선포식을 시작으로 경남, 광주, 대전, 경기지역 등을 찾아 광역자치단체의 역할을 촉구해 왔다. 아동기의 조기 개입부터 성인기 자립을 위한 주거 지원 등 발달장애인의 전 생애에 걸친 정책 수립에 지방정부도 발 벗고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서울부모연대는 이날 집회 시작부터 서울시와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해 날을 세웠다. 서울시의 2기 발달장애인 지원 기본계획(2021~2025)’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정책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021년 11월, 2기 기본계획 발표를 통해 ‘발달장애인이 부모 사후에도 안정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만 40세 이상 노년기 지원 서비스 등’을 약속했다. 특히, 서울시는 ‘발달장애인이 원하는 일상과 미래를 누리는 서울’ 구현을 목표로 2025년까지 약 3497억 원을 투입하기로 한 바 있다.

▲김수정 서울부모연대 대표(좌), 이윤경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우)
▲김수정 서울부모연대 대표(왼쪽 두 번째), 이윤경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오른쪽) ⓒ더인디고

하지만 김수정 서울부모연대 대표는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을 향해 선전에 불과할 뿐, 실제 장애인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 대표는 “서울시는 ‘부모가 원한다’ 혹은 ‘24시간 지원이 필요한 장애인들에겐 거주시설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신규 입소 허용을 대놓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부모들이 고작 자녀들을 거주시설로 보내자고 열심히 교육하고 지역사회 자립을 위해 그렇게 오랜 투쟁에 나섰겠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서울시는 비겁한 변명 대신 차라리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선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아직 준비가 덜 됐다’고 솔직히 얘기하라”면서, 참석한 부모들을 향해 “서울시가 발달장애 자녀 역시 서울시민으로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부모 또한 자녀의 돌봄에 얽매이지는 않는 삶을 위한 정책을 수립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자”고 촉구했다.

연대 발언에 나선 이윤경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도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는 누구나 똑같지만, ‘장애인’과 ‘특수교육’을 향해선 오히려 배제, 분리를 조장하는 것 같다”고 전제한 뒤, “세금 내는 평등한 시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왜 이렇게 힘겹게 요구해야만 하는지 답답하다”며, “누구나 차별 없이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와 서울시의 당연한 책무”라고 말했다.

▲서울부모연대 회원들이 서울시 요구안이 적힌 피켓을 들고 앉아 있다. ⓒ더인디고
▲서울부모연대 회원들이 서울시 요구안이 적힌 피켓을 들고 앉아 있다. ⓒ더인디고

관련해 이날 서울부모연대가 시에 요구한 과제는 크게 여섯 가지다. 우선 ▲지원주택 공급과 돌봄지원서비스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한 ‘발달장애인 주거권 보장 및 확대’다. ▲낮시간서비스 등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지원체계 구축’과 ▲서울 지역 거점 1곳과 25개 지역단위 발달장애인 행동지원센터를 각각 설치하는 내용도 담았다. 또한 ▲발달장애인 공공일자리를 포함한 일자리 확대와 ▲자치구별 지역아동지원센터 설치 및 ▲부양의무제 기준 폐지도 촉구했다.

한편 부모연대 관계자에 따르면 31일 대구에 이어 6월 중에는 순회 투쟁을 마무리한다. 동시에 시군구 등 기초자치단체 중심의 투쟁으로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라는 의미로 들린다. 이에 서울지역 25개 회원조직(지회)은 시에 요구한 6대 안을 중심으로 ▲특수학급 보조인력 지원이나 ▲편의시설 확충 등 지역 현안 등을 포함한 풀뿌리 지역 투쟁에 나선다.

대정부 혹은 국회 투쟁을 넘어 ‘UN장애인권리협약(협약)’ 선택의정서 비준에 따른 개인 진정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윤종술 부모연대 회장은 “그동안 숱하게 싸우며 법적, 정책적 성과도 끌어냈지만, 희망이 잘 보이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윤 회장은 이어 “우리나라는 여전히 동등한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필요한 만큼의 서비스가 아닌, 구조적으로 정권과 지자체 입맛에 맞는 예산 범위 내 서비스에 불과하다”며, “이제는 한국의 차별적 현실을 UN 등 국제사회에 알림으로써, 망신 주기활동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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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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