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교육 붕괴는 교육부 안일한 행정”… 농아인협회, 작심 비판!

0
502
▲한국농아인협회는 오는 6월 3일 농아인의날을 맞아 붕괴된 농교육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윤석열 정부가 실태조사 등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농아방송
▲한국농아인협회는 오는 6월 3일 농아인의날을 맞아 붕괴된 농교육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윤석열 정부가 실태조사 등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농아방송

  • 농학교조차 수어 없는 교실일상
  • 청각장애학생, 학교와 또래에서도 고립
  • 수어 대신 구어 강요하는 부모·사회도 한몫
  • 중복장애학생 등 실태조차 파악 없는 정부 탓 커!
  • 장애학생 교육권강화하는 국제 흐름 참고해야!

[더인디고 조성민]

붕괴한 한국 농교육의 재구조화와 청각장애학생의 교육권을 보장하라

오는 6월 3일 농아인의날을 맞아 한국농아인협회가 농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윤석열 정부의 적극적인 책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가가 ‘수어(手語) 없는 청각장애인 교육환경’에 대해 최소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아인협회가 교육부 ‘특수교육통계(2022)’를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농교육은 2007년을 기점으로 완전한 변환기를 맞았다. 당시 농학교(청각장애학교) 학생 수가 일반학교 통합교육 학생에 처음 역전됐다. 현재는 전체 청각장애 학생 중 10명 중 2명꼴인 19.9%만이 농학교에 다닌다. 나머지 80.1%는 일반학교(특수학급 22.8%, 전일제 통합학급 57%, 특수교육지원센터 0.2%)에 배치됐다.

이 같은 현실에서 농아인협회는 청각장애학생 등이 또래와 학교, 사회에서 고립되는 현실을 우려하며, “정부가 통합교육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농교육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잃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농교육이 붕괴됐다고 주장하는 배경엔 우선 수어 없는 교실을 꼽았다. 수어를 제1 언어로 사용하는 학생들이 있음에도 농학교에서조차 제대로 된 수어를 사용하는 교사들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는 특수교사 자격취득 제도 탓도 크다. 현재 특수교사 양성은 장애 특수성보다는 보편성을 기반으로 한다. 게다가 특수교육대상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발달장애를 중심으로 과목을 개설하다 보니 다른 특수교육대상자를 고려한 교육이 부족하다는 것. 예를 들면, 청각장애인을 위한 교사가 갖추어야 할 기본 자격에 수어 자격증 보유나 구사 능력에 대한 평가 등은 없다. 해당 교사들 역시 대체로 ‘구어’로 수업하다 보니 학생들은 겨우 출석만 한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는 이유다. 오히려 교사들은 ‘구어’를 강조하며 ‘익숙해질 것’을 요구할 때도 있다고 한다.

통학교육을 받는 청각장애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교육적 편의와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음성언어 중심의 교육환경은 물리적 통합에만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차이는 있지만, 최근 특수교육 분쟁을 둘러싼 미국 연방 대법원의 판결은 되새겨 볼 만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청각장애인 미겔 루나 페레스(Miguel Luna Perez) 씨는 미시간주 스터지스 공립학교(the Sturgis Public Schools)를 다니는 12년 동안 자격증 있는 수어통역사의 조력을 받지 못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페레스 씨가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데에는 해당 학교가 학기마다 자신에게 우수한 성적을 주고도 졸업장 대신 수료증을 주면서다. 대법관들은 만장일치로 페레스 씨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장애학생의 교육권을 한층 더 강화했다는 평가다. 결국 장애학생 당사자에 기반한 특수교사뿐 아니라 보조 인력의 질적인 문제까지 짚은 셈이다.

관련해 농아인협회는 “미국은 ‘장애인교육법(IDEA)’에 따라 수어통역사가 배치된다. 2015년부터는 40개 주(洲)에서 수어를 제2외국어로 인정해 교과목으로 신설해 농인과 관련된 전문지식과 수어 능력을 갖춘 수어교사를 채용하고 있다”며 “영국과 일본 역시 일부 농학교에서도 ‘이중언어’로 농교육을 하는 등, 결국 정당한 편의 제공은 수어가 전제된 교육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교와 사회가 청각장애 학생을 상대로 인공와우와 보청기 등을 통해 청인처럼 소통하도록 강요하는 현실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농아인협회에 따르면 인공와우는 수술 후 청각적 언어이해력을 갖추기 위해선 수년간의 청력훈련과 언어치료가 필요하다. 이후에도 음성언어를 구사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다. 또한 학교 교육에선 수어가 사라지고, 청각장애아동을 둔 부모는 자녀가 음성언어에 익숙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인공와우수술을 시키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고, ‘한국어를 제2언어로 읽기 및 쓰기 능력을 배양하는 이중언어 교육의 필요성을 해법으로 제시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상황이 이런데도, 교육부는 농교육 실태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농아인협회의 지적이다. 농학교·농교육 붕괴의 책임엔 결국 정부라는 판단이다. 특히, 발달장애 학생 중심의 특수교육 정책을 펼치다 보니 시·청각 장애학생을 비롯한 소수 유형의 특수교육대상자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이 같은 주장에는 교육부가 ‘특수학교 재학 중인 중복장애 학생의 현황’이나 ‘농학교 교원의 수어통역사 자격 취득 여부’ 등에 대한 실태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이에 대해 농아인협회 농아인의날(6월 3일)을 맞아 “무너진 농교육”이라는 거친 표현까지 써가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농학교와 일반학교(통합교육)의 청각장애 교육 실태조사 ▲수어 중심의 농교육 환경 조성 ▲특수교사 양성체계 개편 ▲청각장애 학생 교육권 보장을 위한 종합 대책 수립” 등을 촉구했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 관련 기사

미연방 대법원, 특수교육 분쟁서 ‘장애학생 교육권’ 만장일치 인정!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승인
알림
662ab99153822@example.com'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