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7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살해범 정유정이 자폐 성향을 갖고 있다고 방송하자,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자폐성 장애의 범죄 낙인화라 반박하고, 즉각적인 사과와 정정방송을 요구하고 나섰다. ⓒ 유튜브 '그것이 알고 싶다' 갈무리 및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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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범죄 성향?… SBS ‘낙인화는 중대한 인권침해’ 장애계 규탄

By 이용석

June 21, 2023

[더인디고 = 이용석 편집장]

또래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한 정유정이 ‘자폐적 성향’의 소유자라는 내용을 방송으로 내보낸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에 대해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부모연대)가 반박성명을 냈다.

부모연대는 성명에서 “장애는 개인의 반사회적 범죄를 규명하는 도구가 아니다”라며, 그동안 “숱한 연구들과 전문가들의 견해에서는, 자폐 장애를 반사회적 인격장애와 동일시하는 것에 반대하며 해로울 수도 있음을 지적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정유정이 슬리퍼를 주로 신고, 독특한 말투와 걸음걸이 따위로 자폐적인 성향이 엿보인다는 이유로 범죄자를 자폐와 연관 짓는 듯한 방송을 내보낸 것은 “장애를 낙인화하는 전형적인 구태”라고 비판했다.

문제가 된 당일 방송분량을 보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라는 사람이 등장해 친구들의 진술과 주로 슬리퍼를 신은 이유가 자극을 싫어하는 것이 자폐 성향이라고 특정짓는다. 또한 한 심리학과 교수도 걸음걸이 등을 지적하며 정유정이 고기능성 자폐일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부모연대는 자폐성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의사소통과 감각처리 과정의 어려움은 정유정의 살해 혐의에 대해 진단과 아무런 인과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극적인 요소만을 찾는 방송사에게 ‘장애’는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주요 요소일 수 있겠으나, 누군가에게는 평생에 걸쳐 호명되는 자신의 정체성”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폐 장애인들은 개개인이 가진 고유의 소통 방식에 대해서는 묵살당한 채 사회적 상호작용의 ‘항상적인 결핍’에 대해서만 조명받아 왔다”면서 “이제 ‘반사회적 범죄자, 흉악 범죄자’라는 낙인까지 더해져 살아가라는 말인가” 되물었다.

이와 관련해 ‘장애의 역사’ 역자이기도 한 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몇몇 주변 사람들의 증언으로 미루어 짐작하는 진단명을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논하는 일이 부정확하고 경솔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자칫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이와 자폐 증상을 연결지어, 자폐에 대한 비과학적이고 잘못된 낙인을 강화시킬 위험이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자폐 성향을 가진 이들이 다른 이들보다 평균적으로 더 폭력적이라는 근거는 없으며, 그 기사(방송)는 잘못된 인식을 재생산하며 차별을 강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애계 한 관계자는 “드라마 우영우로 머리 좋고 순종적 성격을 자폐 성향으로 왜곡하던 방송들이 이번에는 범죄자 성향이냐”며, 우리 사회의 얄팍한 장애인식을 꼬집었다.

부모연대는 “방송의 목적이 ‘범죄자가 되기 쉬운 자폐장애인’이라는 프레임을 강화하려는 것인가” 따져 묻고, “장애 낙인 방송을 한 SBS와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게 즉각적인 사과와 정정보도를 할 것을 요구했다.

[더인디고 yslee5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