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연대 경북지부 안동지회 원지선 회원이 6월 27일 오전 11시에 열린 화요집회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전국장애인부모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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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 42] ① 원지선 씨

By 조성민

June 29, 2023

[더인디고] 한국에 온 지 16년이 되었습니다. 고향 베트남을 떠나서 멀고 낯선 나라에 왔습니다. 남편과 시부모님을 모시고 같이 살았는데, 2009년에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시부모님도 기뻐하시고, 저도 기쁨과 행복을 느꼈습니다.

잠시 행복했습니다. 아들은 다섯 살 무렵에 장애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때 저는 한국말을 많이 알지 못했습니다. 시댁 식구들은 제가 낳은 아이를 장애라고 많이 얘기하고 다른 아이랑 비교했습니다.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그런 아이를 보고 살면서 저는 힘든 일을 잊을 수가 있었습니다. 장애가 있는 아들을 키우며 농사를 짓고, 시부모님들을 모시며 지금까지 살았습니다. 시부모님과 같이 지내면서 저는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먹고 싶은 음식도 마음대로 먹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사랑스러운 아들이 하나 있어서 위로를 많이 받았습니다. 작년에 오랫동안 모시고 살던 시어머님이 돌아가셔서 마음이 아주 힘들었습니다. 마음도 아프고, 더 잘해 드릴 걸 하는 죄송함을 느꼈습니다.

아들은 이제 15살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저도 한국말도 많이 배우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이해력을 키웠습니다. 아이가 잘 먹고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마음이 안정되었습니다. 트로트 ‘안동역에서’를 멋지게 잘 부르는 아들의 노래를 들으면 기분도 좋아지고, 저절로 웃음도 나옵니다. 그럴 때, 저는 행복합니다.

그동안 많은 분의 도움의 손길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제 삶이 달라져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땅에서 잘 살겠다고 마음으로 부지런히 노력해서 남편과 아들이 좋은 환경에서 살게 해주고 싶습니다. 시댁 식구들도 인정하지 않는, 장애를 가진 아들을 위해서 저는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활동하려고 합니다. 장애가 있다고 무시하는 건 참을 수가 없습니다. 장애가 있으니까 다른 사람들보다 더 도움받고, 더 보호받아야 하지 않나요? 장애가 있어도 존중받아야 하는 사람입니다. 장애가 있어도 대한민국의 국민이잖아요? 그러니까 장애를 인정해 주고, 장애가 있어도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세요!

저는 아들을 위해 좋은 집을, 그리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 겁니다. 장애가 있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사랑하는 내 가족을 내가 지켜줄게요. 사랑합니다.

-2023년 6월 27일 오전 11시, 화요집회 42차 중에서–

[더인디고 THE INDIGO]

반복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을 멈춰달라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삭발과 단식에 이어 고인들의 49재를 치르며 넉 달을 호소했지만, 끝내 답이 없자 장애인부모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2022년 8월 2일부터 ‘화요집회’를 통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더인디고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협조로 화요집회마다 장애인 가족이 전하는 이야기를 최대한 그대로 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