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8일 열린 화요집회에서 부모연대 서울지부 양천지회 이민선 씨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전국장애인부모연대

Independent_Living

[발달장애,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 45] 이민선 씨

By 이호정 객원기자

July 25, 2023

[더인디고] 일반초등학교의 통합반에 다니고 있는 12살, 발달장애아를 키우고 있는 엄마입니다. 정확하게는 12살 쌍둥이 발달장애 아이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일란성 쌍둥이라서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거든요.

태어나 영아기-유아기를 보내며, 한순간도 쉬운 구간이 없었습니다. 눈을 마주치지 않아서, 말을 하지 않아서, 자기들이 관심이 있는 것 이외에는 도통 관심을 두지 않아서…. 마음 졸이는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래도 시간은 흘러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가방을 메고 걷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떤 날은 뿌듯하고, 또 어떤 날은 몹시 안쓰럽고, 또 어떤 날은 슬프기도 합니다.

잊히지 않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고, 아주 낯설었던지 도와주려는 아이들 모두를 꼬집고 물고 할퀴었다는 이야기를 담임선생님 통해서 들었습니다. 없었던 돌발행동이 나왔던 겁니다. 아이는 중간 놀이 시간이 끝나고 정리하라는 선생님 말씀을 듣지 못했고, 친구들이 우르르 다가가 도와주는 걸 아이는 빼앗는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이틀 정도 같은 행동이 나왔고 그 친구 중 한 명의 어머니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왜 이런 아이를 여기에 보냈냐는 거지요. 약을 먹이면 좋아진다는데 저에게 약을 먹이냐 묻더니 안 먹는다고 하니 무책임하다는 식으로 쉽게 이야기하셨습니다. 무책임하고 무개념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 시간 이후로 돌발행동을 하는 아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덕분에 작은 아이 옆엔 실무사 선생님이 우선 배치되었고, 실무사 선생님이 안 계시면 담임선생님께서 전담하셔서 아이가 빠르게 진정될 수 있도록 힘써주셨습니다. 아무 소동이 없었던 큰아이는, 상대적으로 잘 다니는 듯했습니다. 그땐 고마웠습니다.

앞서 등교하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면 어떤 날은 안쓰럽고, 어떤 날을 슬프기도 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게 1학년을 보내고, 코로나 시국도 보내고, 시간이 흘러 5학년이 된 지금, 아이들은 많은 시간 혼자서 교실에 있습니다. 국어와 수학 시간에 내려간다고 했지만, 그마저도 시간표가 수시로 변하고 있어 헷갈리기 일 쑤 입니다. 아직 하교 시간이 아닌데 집으로 하교하는 날도 있었어요. 그렇게 말도 어렵고, 이해하기도 어려워지는 글 속에서 그리고 친구들 사이에서 제 아이들은 그저 조용히 앉아 있습니다.

‘돌발행동’이라는 꼬리표가 사라졌더니… 새로운 돌발행동을 하는 다른 친구에게로 도움의 손길이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그래도 작은 아이는 과거의 소동 덕에 실무사 선생님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 잘 배워서 큰아이보다는 더 잘 얌전히 있습니다. 그렇게 자리를 지키고만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안쓰럽고, 슬픕니다.

2023년 7월 18일 오전 11시, 화요집회 45차 중에서–

[더인디고 THE INDIGO]

반복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을 멈춰달라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삭발과 단식에 이어 고인들의 49재를 치르며 넉 달을 호소했지만, 끝내 답이 없자 장애인부모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2022년 8월 2일부터 ‘화요집회’를 통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더인디고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협조로 화요집회마다 장애인 가족이 전하는 이야기를 최대한 그대로 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