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9일 열린 제50차 화요집회에서 부모연대 경기지부 성남지회 복성옥 씨가 발언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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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 50] ① 복성옥 씨

By 더인디고

August 30, 2023

[더인디고] 아들은 올해 22살로 중증 자폐스펙트럼장애와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로 얌전하게 가만히 있기가 어렵고 지루함을 견디지 못합니다. 집중하는 시간이 매우 짧은 편이다 보니 행동은 늘 부산스럽고, 어디를 가더라도 타인의 이목을 집중적으로 받게 됩니다.

학교에서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등교하면 자연스럽게 사회복무요원에게 맡겨지고, 교실 밖에서 사회복무요원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하교를 하곤 했습니다. 교육 활동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는 특수학교 생활은 원만하지 못했습니다. 학교를 갔다 오면 침대에 앉아서 슬피 울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입안이 심하게 깨물려 오고, 또 어느 날은 팔과 다리, 몸에다가 자꾸 물파스를 바르고, 또 어느 날은 머리에 붉은 반점 같은 상처가 자주 나 있기도 했습니다.

중등부 1학년(13살 되던 해) 5월 중순쯤으로 기억이 되는데요,

학교 측은 사회복무요원이 아들에게 ‘과잉 중재했을 뿐 폭행은 아니다’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입안은 다 깨물려 있고, 몸에는 군데군데 신체적 강압을 당한 듯한 상처가 있고, 하교하려고 자동차 뒷좌석에 아이를 태웠더니 실신하듯 하품하며 계속 잠만 잤습니다. 그 사건 이후로 공격 및 분노 폭발 행동은 걷잡을 수 없이 악순환의 늪에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사회복무요원이 평소 즐겨 입었던 비슷한 옷을 입은 사람을 보면 순식간에 달려들어 옷을 잡아당기며 공격 행동과 분노 폭발을 했고, 수초도 쉬지 않고 소리 지르고, 손에 닥치는 대로 물건을 던져서 파괴했습니다. 스탠드형 에어컨, 컴퓨터, 선풍기, 닌텐도, 테블릿 PC, 프라이팬, 압력밥솥, 밥그릇 등 살림이 남아나지 않았습니다.

자신과 타인의 신체적 안전도 극심한 위기 상황이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무릎을 아무 바닥이나 세게 내리치며 자해하고, 자기 옷을 찢고, 이때 1년에 옷 찢은 개수를 대충 세어보니까 500개 정도 되더라고요. 거의 매일 1개 이상을 찢었으니까요. 엄마와 누나 머리채를 잡아당기며 공격 행동을 하는 등 문제 행동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뒤엉켜 끝이 보이지 않는 폭군으로 돌변했습니다. 가장 두려웠던 것은 달리는 승용차 안에서 사람을 공격하는 것이었습니다. 죽을 고비를 수도 없이 넘기며, 참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이쯤 되니, 누가 내몰지 않아도 스스로가 학교생활은 물론 속수무책으로 지역사회 기관조차 이용할 수 없는 고립상태가 되었습니다. 가족과 엄마, 아이와 이웃 모두 신체적 안전이 위험에 처할 위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도움을 요청할 만한 곳은 세상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오로지 집안에 틀어박혀 아들을 돌봐야 하는 중책은 고스란히 엄마 몫이었습니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국가, 지역사회, 학교 모두는 발달장애인의 심각한 행동 문제를 치료나 교육의 목표로 삼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그런 행동을 하는 개인의 문제로 무관심하게 바라보는 현실이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은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두려움에 떨며 , 하루하루 주어지는 고난의 시간은 , 참으로 고통스럽기만 했습니다 . 그런 나날이 지속되자 부모가 발달장애 아이를 데리고 목숨을 던지는 일이 나를 포함하여 그 누구도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

행동 문제를 개선해 보고자 여러 종류의 약물을 복용해 보았지만, 부작용만 심하고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도 해결 방법을 찾고자, 정신의학과 병원만 들락거리던 어느 날, 한 줄기 빛과도 같은 전화 한 통화가 걸려 왔습니다. 서울시립어린이병원 삼성발달센터 행동치료실에서 치료 순서가 되었다는 전화였습니다.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90 킬로그램이 넘는 거대한 몸집의 아들을 연약한 여자 선생님들이 어떻게 감당할지, 치료 중에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나? 치료 불가능 상태가 되어 치료 중단으로 치료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긴장이 되었습니다.

행동치료는 빠르게 진행되었고, 치료 회기가 지나갈수록 엉클어진 실타래가 하나씩 풀어지듯, 공격과 분노 폭발 행동은 강도나 빈도 면에서 현저히 줄었습니다. 아들이 눈에 띄게 편안해지는 것을 일상생활에서도 느껴졌습니다. 진짜 실력은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제대로 된 교육 방법을 일관성 있게 적용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14년 동안 많은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며, 여러 가지 치료개입을 했고, 학교 교육을 받았고, 엄마 또한 시간이 주어질 때마다 부모교육에 참여하는 등 아이에게 적합한 교육 방법을 찾아내고자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해보았지만, 아이가 가지고 있는 어려움을 크게 개선 시키지는 못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ABA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었더라면, 자신을 극도로 해치는 표현 방법은 최소한 사용하지 않았을 텐데… 아들 수준이나 능력에 알맞은 배울 거리를 그 누구도 제공하지 못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되돌릴 수 없는 지나간 세월과 각종 치료비 명목으로 막대한 비용만 지출했다는 후회가 한없이 밀려왔습니다. 이런 교육을 3년만 더 연장한다면 아들의 삶은 분명히 엄청나게 달라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지만, 대기자가 많은 관계로 아쉽게도 1년 2개월 만에 치료를 종결해야 했습니다.

치료 종결 후에도 이따금 나오는 돌발행동은 여전히 힘겨운 문제에 부딪혀야 했습니다. 하지만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글을 모르는 중증 발달장애인 아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 방법은 무엇이며, 성장과 발달을 끌어낼 수 있고, 효과적으로 가르치고,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는 양질의 교육 방법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은 확실하게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행동치료 기간 행동분석전문가로부터 부모교육을 통해 배운 행동원리 그대로 가정에서 일관성 있게 적용했습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코로나바이러스 위험으로 등교하지 않고 합법적으로 출석 인정을 받으면서 가정학습을 신청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엄마가 배우고 익힌 행동 원리를 일관성 있게 가정에서 3년 정도 적용한 결과, 소리 지르고, 부산한 행동은 여전하지만, 1년 가까이 공격이나 분노 폭발, 자해 행동은 현저히 감소했습니다. 이 좋은 교육 방법이 가정, 학교, 지역사회로 확산할 수 있도록 국가 제도나 정책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점이 못내 아쉽기만 합니다.

발달장애인들의 행동 문제는 야단맞을 정도의 잘못된 행동이 아닙니다. 올바른 행동을 하고 싶어도 할 줄도 몰라서, 그들 자신도 고통받고 있는 아동, 청소년, 성인이라고 관점을 바꿔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문제 행동에 대한 견해는 당사자의 장애로 인한 문제로 인식을 하지, 부모나 교사들의 부적절한 대처 방법이나 잘못된 교수 방법에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한,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요인에 대하여 잘 살펴보고, 검증된 방법으로 분석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직관이나 능력에 의존하며, 고도의 어림짐작을 수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검증되지 않은 중재 방법을 쉽게 사용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벼운 행동 문제부터 심한 만성적인 행동 문제까지 모든 유형의 행동 문제에 대해 주의 깊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방치하거나 중재하더라도 효과적으로 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각한 행동 문제로 발전하게 됩니다.

시각장애인에게는 점자 교육이 필요하고, 청각장애인에게는 수화언어가 필요하듯이, 발달장애인 역시 부적절한 행동을 관찰하고, 행동의 원인을 분석해서 찾아낸 다음, 원인에 맞는 행동 원리를 일관성 있게 적용해야 지도에 실패할 가능성이 작고, 목표로 하는 행동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행동 문제는 우연히 일어나지 않습니다. 모든 행동에는 목적이 있습니다. 어떤 문제 행동을 제거하려고만 해서는 안 됩니다. 그보다 먼저 그 행동을 통해 얻으려는 것이 무엇인지? 목적을 알아낸 다음, 동일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고, 또 사회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다른 행동으로 바꾸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레시피를 따라 요리하듯이, 행동 원리를 세상 사람들이 모두 학습하게 된다면,

발달장애인도 더 독립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칭찬하는 것도 잘 안되지만, 계속 칭찬하면 점점 칭찬하는 것이 능숙해집니다. 문제 행동보다는 바람직한 행동에 더 많은 칭찬과 관심을 쏟고, 격려해 주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입증된 근거 기반 이론인 ABA 응용행동 분석원리가 국가 제도나 교육시스템으로 탄탄하게 자리 잡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고 아쉽습니다.

발달장애인의 행동 문제는 교육의 질적인 문제로 인한 것이지 , 장애 특성 때문이 아닙니다 . 장애 특성에 맞지 않는 교육은 더 이상 제공하지 말아야 발달장애인의 행동 문제도 멈출 수 있습니다 .

국가는 발달장애인에게 능력과 수준에 맞는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아무 쓸모 없는 형식적인 교육은 이제 그만해야 합니다. 교육의 질적인 문제가 보완되어야만, 제 아들처럼 집중지원이 요구되는 발달장애인도 24시간 지원 체계 안에서 자립생활을 꿈꿀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더 요청합니다. 국가는 행동 조절이 안 되는 발달장애인에게 전문인력으로부터 필요한 만큼 집중지원을 받으며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발달장애인 전 생애 권리 기반 지원체계를 구축해 주십시오!

-2023년 8월 29일 오전 11시, 화요집회 50차 중에서–

[더인디고 THE INDIGO]

반복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을 멈춰달라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삭발과 단식에 이어 고인들의 49재를 치르며 넉 달을 호소했지만, 끝내 답이 없자 장애인부모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2022년 8월 2일부터 ‘화요집회’를 통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더인디고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협조로 화요집회마다 장애인 가족이 전하는 이야기를 최대한 그대로 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