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판정받으면 그 장애가 앞으로 더 심해질 수는 있지만, 그 장애가 회복되기는 어렵다. ©박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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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장애는 더 심해질지언정 회복되기는 어렵다

By 박관찬 기자

March 15, 2024

[더인디고 = 박관찬 기자] 한때 촉망받던 유망주였던 프로축구선수가 경기 중 부정맥으로 인한 심장마비를 일으켜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주변에 있던 동료 선수가 얼른 다가와 그의 기도를 확보했고, 의료진의 신속한 대처와 병원에서의 치료 덕분에 다시 깨어났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그라운드에서 공을 찰 수 없었고,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그로부터 13년의 시간이 지나 오랜만에 그의 소식을 언론에서 접하게 되었다. 재활을 하는 과정과 근황을 접하면서 건강하게 지내는 것 같아 반가웠는데, 마음 한편으로는 그와 그의 부친이 현실을 대하는 마음이 조금은 불편하게 다가왔다.

인터뷰에서 축구 지도자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던 그와 부친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13년 동안 재활에만 전념해 왔던 것 같다. 그런데 꿈을 이루기 위해 ‘회복된 후’를 전제로 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한 것이다. 꿈은 꼭 회복이 된 후에 도전해야 하는 걸까? 그리고 정말 회복되기는 하는 걸까?

그는 심장마비로 쓰러졌다가 깨어난 후 ‘뇌병변 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장애등급이 2급이면 중증이다. 재활운동과 치료를 통해 신체적 기능이 굳지 않도록 도움을 줄 수는 있을지언정 ‘회복’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더구나 중증 장애로 판정받았다면 이미 손상된 신체적 기능을 재활로 되돌릴 수는 없다고 봐야 한다.

가장 아쉽고 안타까운 건 ‘13년’이라는 시간이다.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닌데 정말 그 시간 동안 온전히 재활에만 투자해야 했던 걸까. 오히려 축구 지도자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재활을 하면서도 틈틈히 공부하고 준비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기 때문이다. 회복되기 어렵고, 정말 기적이 일어나 회복이 가능하더라도 언제 회복될지도 기약할 수 없는데 한 번뿐인 인생을 재활로만 흘러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뇌병변 장애가 있으면 축구 지도자로서 공부를 하기 위해 ‘장애인 편의제공’을 받을 수 있다. 쾌적한 공부환경을 위해 보조공학기기를 지원받을 수도 있고 그의 장애 특성에 맞는 다양한 지원을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13년이라는 시간 동안 재활뿐만 아니라 축구 지도자가 되기 위한 꿈을 이루려는 노력을 함께 했다면,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현재는 지도자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꼭 지도자가 아니더라도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거나 아니면 다른 꿈을 꾸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만약이라는 가정은 뭣하지만, 만약 그가 지금 지도자가 되어 있다면 어땠을까? 유럽 무대에서 뛸 정도로 촉망받던 축구선수였기에 선수로서 그의 경험, 그리고 장애인으로 재활과 일상에서 쌓은 경험들이 접목되어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뇌병변 장애가 있는 축구 지도자’가 흔하지 않기에 더 가치와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13년 전 그가 부정맥으로 인한 심장마비에서 깨어난 것을 두고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표현한다. 심장마비니까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에 당연한 표현일 수 있는데, 지금은 판정받은 장애에서 회복되는 또 다른 ‘기적’을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기사를 읽는 독자들까지 정말 그가 축구선수 때의 건강한 상태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도록, 회복된 뒤에 지도자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걸까.

기자가 장애진단에 대한 의료적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이미 손상된, 이미 판정받은 장애는 더 심해질 수 있을지 몰라도 회복되기는 쉽지 않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