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현지에서 차를 렌트해 이동 중인 장애학생/ 사진_보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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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미의 홀씨] 수학여행은 교육과정이다

By 더인디고

April 04, 2024

[더인디고 조경미 집필위원]

▲조경미 집필위원

학기 초 개별화교육지원팀 회의에서 수학여행이나 현장학습 참여 시 지원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여 협의하신 적 있나요? 안 하셨다면 이제라도 다시 협의하셔야 한다. 어쩌면 부모가 지원인력으로 따라가고, 추가 비용도 부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체험학습 운영 매뉴얼’에 따르면 교육과정과 연계한 계획적인 소규모 테마형 수학여행을 실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코로나 팬더믹 이후 학교 현장에서는 수학여행이나 수련활동 등 현장체험학습을 활발히 시행하고 있다. 장애학생도 그 활동에서 예외일 수 없다.

올해 3월 경기도 시흥시에 있는 한 고등학교 2학년 특수교육대상학생은 지난 3월 25일~27일 2박 3일간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이 학생은 휠체어를 사용하며 의료적 지원도 필요한 중증중복장애학생이다. 비장애 학생이라면 당연히 다녀올 수학여행임에도 대단한 여정이라고 여겨졌다. 쉽지 않았을 텐데 함께 수학여행을 다녀왔구나! 안도했다. 그런데 휠체어를 탄 이 학생이 이동하는 데 필요한 차량에 소요된 경비를 수익자 부담한다는 안내를 받았다는 소식이 들렸다. 현장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수학여행 비용을 모두 똑같이 내는 데 장애학생만 이동에 필요한 소요경비를 추가로 수익자 부담한다는 것이 언뜻 보면 이상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애초 수학여행 계획을 세울 때 우리 학교에 휠체어를 탄 학생이 있고, 수학여행에 필요한 지원을 알아보고 계획하면 어땠을까? 모든 학생에 ‘장애학생’을 포함해 계획을 짰다면 말이다. 전체 계획에 휠체어 탄 학생을 끼워넣기식으로 가니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은 아닐까? 휠체어를 탔으니 같이 못 간다고 하진 않았지만, 이 학생이 수학여행을 가는 데 부모가 명예교사로 따라가서 지원하고, 차량 렌트, 운전자 등에 들어간 비용을 수익자 부담으로 한다면 과연 향후 몇 명이 수학여행을 갈 수 있을까?

장애학생에 드는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할지를 논의하는 데 있어서 몇 가지 짚어 봐야 한다. 예를 들면 교내에서의 이동과 관련해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편의제공으로 학교에서 제공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이 공간이 수학여행으로 옮겨갔을 때는 학교의 의무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그럼 도대체 누가 부담해야 되는가? 이 질문에 있어서 부모가 그 비용을 다 내야 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결국 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부모에게 모두 책임지라고 하는 결과가 된다. 과연 교육책임자는 재학 중인 장애학생의 교육활동을 보장하기 위해서 어떤 책임을 졌는지 말이다.

수학여행은 교육과정의 일환이다. 그 비용을 수익자 부담으로 가는 것도 안다. 그 기본 비용까지 안 낸다는 것이 아니다. 장애로 인해 필요한 이동지원과 관련해서 교육 당국은 아무런 책임도 없는 것인지 따져 물어야 한다. 또한 학교에 100만 원이 없다는 것 역시 납득되지 않는다. 과연 이 학생의 수학여행 참여에 있어서 부모 외에 누가 얼마큼 이 학생의 수학여행 갈 권리를 보장했는가? 만약 부모가 함께 가지 않았다면 갈 수 있었을까?

통합교육 현장에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나 현장체험학습이나 수학여행을 가려면 지원인력이 반드시 필요한 친구들이 있다. 그런데 교육책임자는 지원인력을 확충할 의지가 없는 것 같다. 부모가 명예교사로 따라간다는 사례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통합교육’”이란 특수교육대상자가 일반학교에서 장애유형·장애정도에 따라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또래와 함께 개개인의 교육적 요구에 적합한 교육을 받는 것을 말한다. 장애유형과 장애정도에 따라 적합한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편의지원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 비용을 모두 보호자에게 부담하라는 것이 과연 상식적인가? 이러다 학교내 엘리베이터 사용 전기료도 달라고 하는 것은 아닐까 우려스럽다.

다시 오지 않을 학창시절 수학여행을 부모와 같이 가야 하고. 또래보다 100만원의 추가 비용을 더 내고 가야 한다는 안내문이 온다면 나는 보내지 않을 것이다. 이건 수학여행이 아니다.

각급 학교의 장은 모든 학생을 위한 통합교육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편의지원도 당연히 수반되어야 한다. 수학여행도 예외일 수 없다. 해당 학교의 사례가 아주 나쁜 선례로 남지 않도록 경기도 교육청은 이번 일을 계기로 학생이 장애를 이유로 필요한 지원과 관련해서 학교의 장과 교육감이 그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수학여행이 차별 여행이 되지 않도록, 교육현장에서 장애학생을 지원하기 위해 소요된 비용이 부모에게 그 모든 책임을 전가하지 않도록 이번 사안이 해결되길 간절히 바란다.

[더인디고 THE INDI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