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두고 장애인도 시민으로서 지역사회로 이동할 수 있길 바라는 움직임을 원하는데, 서울시탈시설지원조례는 폐지하기 위한 입법예고가 되었다. 사진 제공.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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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다시는 시설로 가고 싶지 않습니다”

By 박관찬 기자

April 09, 2024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지난 주말, 장애계 활동가들이 긴급히 서명해달라는 연락이 여기저기서 오갔다. 서울시에서 입법예고한 ‘서울시탈시설지원조례 폐지’에 대한 반대에 서명해달라는 내용이었다. 2022년에 제정된 서울시탈시설지원조례가 3년 만에 폐지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입법예고란, 국민의 권리와 의무 또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법령 등을 제정‧개정‧폐지하는 경우 입법안의 취지 및 주요 내용을 미리 예고하여 입법 내용에 대한 문제점을 검토하여 국민의 의사를 수렴‧반영하여 국민의 입법 참여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제도이다.

입법예고된 조례는 “서울특별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 지원에 관한 조례(이하 ‘서울시탈시설지원 조례’)”다. 이는 장애인을 수동적인 보호의 대상에서 자율적인 인권의 주체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장애인 정책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추세를 반영하는 취지로 마련됐던 조례다.

구체적으로 장애인이 거주시설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생활할 수 있도록 탈시설 지원 근거 마련을 위해 탈시설에 대한 시장의 책무와 기본계획, 탈시설 정책 민관협의체 구성 및 운영, 탈시설 지원 사업 범위 및 예산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한 활동가는 “서울시탈시설지원조례는 장애인의 탈시설을 지원하기 위한 최소한의 보루인데, 지금 그걸 폐지하면 장애인들을 다시 시설로 보내려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분노하며, “정부에서 탈시설지원법도 제정하고 탈시설을 위한 예산도 만들고, 탈시설 관련 연구도 꾸준히 이뤄져 왔는데, 이제 와서 탈시설을 지원하는 조례를 폐지한다는 건 무슨 시대에 역행하는 소리인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다른 활동가는 “탈시설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이 있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명시되어 있는 장애인권리보장의 당연한 결과물”이라면서 “지역사회 중심의 장애인 권리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 본 조례는 절대 폐지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탈시설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은 “시설에서 정해진 시간에 식사하고 수면을 취해야 하는 것과 지역사회에서 24시간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활용하며 보내는 건 얼마나 큰 차이인지 아느냐”고 반문하며 “어떤 일이 있어도, 죽는 일이 있어도 다시는 시설로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은 수백 명에 이르는 중증장애인을 실직하게 하고 또 이제는 서울시탈시설지원조례도 폐지하려 한다”고 하며, “말로는 ‘장애인자립지원절차 개선안’이라고 하면서 탈시설에서 당사자의 의견을 배제하고 의료진과 시설 관계자로 구성된 소위 전문가의 판정체계로 탈시설을 막으려는 것”이라며 우려했다.

또 다른 탈시설 장애인은 “시설에 거주하면 성인인데도 외출뿐만 아니라 뭘 하든 더 감시를 받는 느낌이어서 너무 답답하고 내 삶이 보장되지 않는 느낌이었는데, 지금 지역사회에서는 정말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다시 시설로 가야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에 저도 모르게 몸서리 칠 정도로 겁이 난다. 정말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며 조례 폐지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서울시탈시설지원조례 폐지는 서울특별시의회 공고 제825호로 서울특별시의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