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호의 차별 속으로] 나의 작은 올리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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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이 많은 올리브나무에 열매 3개가 달려있다. ⓒ작가 김소하
▲잎이 많은 올리브나무에 열매 3개가 달려있다. ⓒ작가 김소하

[더인디고=이민호 집필위원]

이민호 집필위원
▲이민호 더인디고 집필위원

점심 식사를 해결하고, 소화가 잘되지 않아 사무실 인근 동네를 산책했다. 골목 모퉁이를 돌아나가다가 꽃집 사장님이 밖에 내놓은 올리브 나무 화분 하나가 눈에 띄었다.

밝고 하얀 태양 빛을 받아 싱싱함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 기운에 이끌려 올리브나무에 가까이 다가갔다. 키는 어른 팔 길이 정도의 높이였고, 작고 귀여운 녹색 잎들을 촘촘히 달고 있었다. 마침 불어온 시원한 바람에 화분이 사각거리는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올리브 얼마에요?”라고 여쭤보니 “15,000원밖에 안 해요. 다른 데보다 싸고 내가 잘 관리했으니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라고 해주셨다. 평소 다른 식물을 많이 산 곳이었고, 식물 관리에 대해 어려운 점이 발생하면 언제든지 친절하게 상담해 주셨기에 신뢰가 갔다. 판매 가격도 온라인 쇼핑몰에서 자주 접해서 사장님이 제시한 금액이 합리적인 것임을 알았다.

결국, 지갑이 열렸다.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여쭤보니 “원래 건조하고 일조량이 많은 지역에 사는 종이에요. 그래서 하루 중 대부분 햇빛을 봐야 하고, 물은 흙이 모두 말랐을 때 화분 밑으로 흘러나올 정도로 가득히 주면 돼요.”라고 알려주셨다.

감사 인사를 한 뒤 화분을 휠체어에 싣고 떠나려고 하는데 사장님께서 알맹이로 된 비료를 몇 개 넣어 주셨다. “요즘은 자라나는 시기이니 한 번씩 비료를 줘야 해요. 지금 가시면 물을 가득히 주시면 돼요.”라고 당부하셨다.

사무실에 돌아와 햇빛 잘 드는 곳에 올리브를 내놓고 물이 바닥에 흘러나올 때까지 듬뿍 주었다. 싱싱함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 이파리 5개~6개가 노랗게 변한 것을 발견했다. 화들짝 놀라 올리브를 들고 꽃집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문이 열려 있었다.

큰 목소리로 사장님을 불렀다. 나를 발견하고 가게 안쪽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셨다. 걸음을 보채며 “사장님, 이상해요. 무언가 잘못된 것일까요?”라며 올리브를 들이밀었다. 요리조리 살펴보신 사장님은 “이거 과습이네요. 물을 너무 많이 줬다는 말이에요.”라고 설명하셨다.

설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러면 앞으로 살지 못하는 것일까요?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라고 우는소리를 하니, “이 정도로 안 죽어요. 살아있는 생명체니 이파리 색깔 몇 개 변하는 거 당연한 거예요.”라고 위로하셨다. 알맹이 비료 몇 개를 화분에 넣어 주시며 “깔끔하고 완벽하면 그건 생명이 아녜요.”라고 말씀해 주셨다. 긴장이 풀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감사 인사를 하고 사무실에 돌아와 다시 일을 했다. 정신없이 일하다가 시간을 확인해 보니 어느새 퇴근 시간이 되어 있었다. 컴퓨터를 끄고 가방을 챙겨 지하철을 타기 위해 안심역으로 향했다.

지하철에 몸을 실었는데 “깔끔하고 완벽하면 그건 생명이 아녜요.”라는 꽃집 사장님의 말이 계속해서 귓가에 맴돌았다. 묘한 감정과 따스함이 느껴졌다. 차창에 반사된, 나와 마주치자 괜스레 눈물이 났다. 아마 사장님의 말에서 큰 위로와 울림을 느꼈던 것 같다.

장애가 있는 사람으로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비정상적인 존재라고 손가락질당하고, 타인을 비난하는 언어 도구로 장애와 장애인이 사용될 때가 많다. 그로 인해 장애인들은 스스로 정상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인식을 내재화하고, 부정적인 존재로 규정짓는다.

삶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어려움이 사회구조 미비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라고 스스로 몰아붙인다. 단순히 개인의 능력이 부족해서 겪는 어려움이라고 인식한다.

하나의 존재로서 장애인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손상으로만 장애인을 바라보는 관점으로 인해 모든 것은 지워지고 손상만 남게 된다. 이때 장애인은 자기 속에 장애가 내포되어 있음에도 자기 장애를 부정하고 스스로와 장애를 분리하여 인식하는 역설을 경험하며 혼란에 빠져 버린다.

장애인들을 어딘가 부족하고 불완전한 존재로 규정짓는 세상에 나도 많이 지쳐버렸는데, 깔끔하고 완벽하면 생명이 아니라는 사장님의 말이 위로가 되었다. 내 속에 존재하는 장애는 나와 평생 함께 가야 할 동반자임을, 이 땅의 생명체들이 굳이 완벽해지려 애쓸 필요도 없고,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고 나를 위로하셨다.

오늘도 나의 작은 올리브 나무는 완벽하지 않지만 싱싱함을 뿜어내며 하나의 생명체로 자기를 살아내고 있다. 완벽하지 않은 그대에게 무한한 응원을 보낸다. 완벽하지 않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니까.

[더인디고 THE INDIGO]

대구 지역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권익옹호 팀장으로 활동하는 장애인 당사자입니다. 국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장애 인권 이슈를 ‘더인디고’를 통해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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