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디고=조미정 집필위원]

장애당사자계에서 활동한 지 만 3년이 지났다. 당사자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하고 싶었던 내 진심과는 달리,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미정 씨는 일을 참 잘하시네요.”라거나, “미정 씨는 어려움이 없어 보여요.”, “미정 씨는 사회복지사인가요?”와 같은 말이었다. 나는 그 말이 매우 쓰라렸다. 나의 장애당사자성을 부정당한 것 같았고, 허전함과 슬픔을 채우기 위해 정신장애인으로 등록까지 했지만 ‘정체성 표류’는 지속되었다.
그러던 2024년에 급성기가 두 달 이상 지속되더니,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말았다. 처음은 자의입원이었지만, 나중에는 급성기 당사자들이 경험하는 격리와 강박, 주사까지 이어질 정도로 몸과 마음이 힘든 입원이었다. 다행히 상태가 조금씩 나아져 개방병동을 거쳐 퇴원하였다.
당사자의 목소리를 글로 적어 세상에 알리는 소임을 하는 나이지만,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나니 당사자를 가장 잘 몰랐던 건 다름 아닌 나였다. 직전 입원이 6년 전이라는 시간적 거리도 있지만, 사실은 입원 당사자의 경험을 잘 알려는 노력이 부족했었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1. 입원 당사자의 생각과 경험이 모두 같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이해하기
사회에서 당사자 운동을 할 때에는 정신병동 입원 생활이 폭력적이라는 점에만 집중하였다. 그 접근이 정신병동의 인권적 개선을 끌어내고 당사자의 탈원화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기도 했다. 그러나 정신병동에 들어가 보니 정신병원 생활이 마냥 좋은 당사자들이 있었다.
그들에게 정신병원 입원생활은 폭력도, 억압도 아닌 해방과 쉼이었다. 기존 사회가 제공하지 못했던 휴식과 회복을 병동이 가져다주었다. 당사자들은 더 이상 열심히 살아도 되지 않는 공간에서 마음에 맞는 동료와 함께 자신만의 쉼을 만들어 나갔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는 여전히 강제입원, 강제투약, 격리와 강박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나는 병동을 관찰하다 특정 인원들이 안정실을 제 집 드나들 듯이 간다는 걸 알아냈다. 그들은 사회에서 ‘중증정신질환자’라고 부르는 인물이었다. 이들은 ‘정신질환자’가 주류인 정신병원에서조차 쓸쓸하고 외로웠다. 그러면서도 그런 생활에 적응한 듯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듯해 보였다. 나는 두 집단의 경계에서 입원 당사자의 세계를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두 집단의 경험은 ‘정신장애 당사자’라는 말로는 도저히 일반화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하지만 양쪽 모두 정신장애계가 품고 가야 할 당사자 동료이기도 하다. ‘당사자’라고 이름 붙여서 활동했던 그 많은 것들이 다른 당사자 입장에서는 자신들을 배제하는 것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활동가의 편의를 위해 조작적으로 정의된 ‘당사자주의’가 아니었는지 반성이 필요하다.
다행히 ‘펭귄의 날갯짓’이라는 단체가 초기 경증 당사자를 포괄하는 정신질환 청년 쉼터를 운영 중이다. ‘당사자’로 일반화될 수 없는 스펙트럼만큼이나 더욱 다양한 당사자단체가, 기존 정신장애계의 문법을 흔드는 방식으로 나타나길 바란다.
2. 입원 당사자의 경험은 현재 입원 당사자가 가장 잘 알고 있음을 인지하기
탈시설 운동에서도 지적되는 한계점이다. 탈시설이든 탈원화든 결국 현재 운동을 주도하는 것은 탈시설 및 탈원화를 (했었던) 당사자라는 것이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병원이나 시설에 있는 당사자의 입장과 자기결정권이지만, 그들의 입장을 드러낼 여건이 되지 않아 탈시설 및 탈원화를 마친 당사자 위주로 이슈가 전개되고 있다.
나는 지난 한 달 동안 입원 당사자의 관점으로 돌아가 보았다. 급성기 당사자들이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런 당사자에게 어떤 지원이 가장 필요할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나는 급성기에 있을 때 혼자 웃으면서 병동을 돌아다녔는데, 그것이 재미있기 때문이었다. 사회에서 걱정하는 것만큼 그렇게 심각하거나 무거운 경험은 아니었다고 말하고 싶다. 정신장애 상태에서의 경험이 재미있었다면 그것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나는 입원 상황에서 다른 당사자에게 도움을 주기도, 외부에서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모든 도움이 소중한 경험이 되었지만,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여 그 사람이 가장 필요하다고 느끼는 지원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때론 “언니, 우리 병동 같이 돌아요.”라며 함께 마음의 비를 맞아주는 것도 절실하다는 것을 느꼈다.
결론적으로, 입원 당사자의 경험은 입원 당사자가 직접 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탈원화를 했던 당사자를 포함하여 외부 사회는 입원 당사자가 편하게 말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함과 동시에 이야기를 잘 경청하여 당사자주의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한다.
당연할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너무 장황하게 썼다. 입원 생활의 폭력성에 대한 저항으로 당사자주의가 싹을 틔웠던 만큼, 당사자주의가 모든 입원 당사자의 경험을 경청하고 그들의 마음에 닿을 수 있길 바란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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