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디고=조미정 집필위원]

당사자단체 활동을 하다 보면 당사자주의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당사자를 만나게 된다. ‘-주의’라는 말이 붙은 것으로 보아 어려운 이론 같은데, 공부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을 것 같고, 공부를 하자니 어디서부터 공부해야 할지 모르겠고 괜히 따분해지는 것도 같다.
여기서 고백하겠다. 사실은 나도, 당사자주의 잘 모른다. 해외에서 시작된 정신장애인 운동의 치열한 고민의 흔적들을 다 알지도 못하고 내 짧은 영어로 다 살피지도 못한다. 때문에 당사자주의를 학술적으로 해설하고 탐구하는 일은 나보다는 학문의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주의가 무엇인지 아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이 글을 보는 독자 여러분이 장애당사자인가? 장애로 인해 어떤 경험을 겪었는가? 그 경험으로 인해 무엇을 생각하고 느꼈는가? 같은 경험을 지닌 당사자들에게 어떤 말을 들려주고 싶은가?
그 생각이 당사자에게 특별히 해를 끼치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면, 당신이 하는 생각은 대개 맞다. 그것이 당사자주의이다. 당사자주의는 멀리 있지 않다. 당사자 당신이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 바로 당사자주의를 구성하는 무수한 요소가 된다.
당사자가 생각하는 당사자주의는 각자 다르다. 100명의 당사자가 있다면 100명의 당사자주의가 있다. 당사자가 할 일은 자신의 당사자주의를 다른 당사자의 것과 비교해 가며 앎의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연구자가 할 일은 무엇인가? 100명의 당사자주의를 종합해 한국의 정신적 장애인에게 맞는 당사자주의를 정교하게 다듬어나가는 일이다. 그것은 한 갈래가 아닐 수 있다. 당사자운동에는 여러 갈래가 있을 수 있다. 같은 것은 같은 흐름에, 다른 것은 다른 흐름에 넣자.
당사자주의가 이렇게 쉽게 정의될 수 있다면 당사자주의가 어렵다는 인상을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려워 보이는 이름 말고도 진입장벽이 있지는 않은가? 당사자주의에 대한 학술대회, 책을 살펴보게 되면 쭈욱 나와 있는 해외 당사자운동의 계보가 당사자의 마음을 더 답답하게 만들지는 않은가?
한 가지 비유를 들어보겠다. 바둑은 다른 게임에 비해 규칙이 단순하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기원에서 제공하는 바둑의 규칙은 12조에 불과하다. 그러나 바둑은 프로기사들이 몇 시간은 머리를 써서 대국해야 할 만큼 어려운 스포츠이기도 하다.
당사자주의도 그렇다. 당사자가 생각하는 모든 것이 당사자주의라고는 하지만, 당사자주의를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당사자는 이해하기도, 실천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당사자단체가 있는 것이다. 당사자단체에서 우리는 당사자주의를 배운다. 다른 당사자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듣고, 내 생각이 당사자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이해하고, 집단 합치를 통해 우리 단체의 공론을 만들어간다. 그것이 당사자주의를 배우는 학교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당사자주의를 혼자 깨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길을 잃기 쉽다. 치료주의적인 방법이 당사자를 위한 방법이라고 잘못 생각하기도 쉽다. 당사자단체는 그런 사고의 오류를 바로잡아 정신적 장애당사자가 건강한 당사자주의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다.
당사자단체에서 당사자주의에 대해 알아보고 몸소 체험하고 나면 논리의 빈틈이 생긴다. 그리고 그것은 의문이 된다. 그러한 의문점을 잘 정리해 보자. 그때가 당사자주의를 학문적으로 공부할 때이다. 단체원들이, 당사자 기고자들이 추천하는 책을 찬찬히 읽으며 대답을 찾아가 보자.
그 대답이 책 속의 대답과 일치할 수도,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당사자단체에서 이야기하며, 책과 논문을 읽어가며, 다시 현장에서 뛰어가며 얻는 그 답이 나만의 당사자주의인 것이다.
당사자주의를 배우고 싶은 모든 자여, 나 자신을 들여다보라. 그리고 다른 당사자도 들여다보라. 그래도 의문이 생긴다면 그제야 책과 논문을 읽어보라. 당사자주의는 공부하면 할수록 여러분을 따뜻하게 환대할 것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





![[COSP19]⑥ 장애인 배제는 불완전 민주주의… ‘동등한 시민권’이 답 ▲11일 KDF 주최로 유엔본부 회의실(CRC)에서 열린 ‘장애와 민주주의’ 부대행사 개최 장면 /사진=개발협력연대 장애분과](https://theindigo.co.kr/wp-content/uploads/2026/06/KDF2-150x150.jpg)

![[박관찬의 기자노트]장애를 밝힐까 말까 주황색 택시의 옆모습 전체 사진](https://theindigo.co.kr/wp-content/uploads/2026/06/img-150x150.jpg)
![[COSP19]⑤ 유엔서 만난 국회와 장애계, CRPD·권리보장법 후속 논의 ▲ 19차 당사국회의 국회 대표단(김예지, 서미화, 최보윤 의원)과 한국 장애인단체간 간담회 이후 유엔 회원국 국기가 진열된 대표단 라운지 입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https://theindigo.co.kr/wp-content/uploads/2026/06/22_UN-150x150.jpg)
![[COSP19]④ 아태 장애계, ‘탈시설 권리 보장’ 공동 대응 선언 ▲유엔 CRPD 20주년을 맞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탈시설화 맥락화' 사이드이벤트 장면 / 사진제공=한국장애포럼](https://theindigo.co.kr/wp-content/uploads/2026/06/KDF-150x150.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