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오늘] 의미 있는 낮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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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는 모습 ©픽사베이
▲지역사회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는 모습 ©픽사베이
조미영 집필위원
조미영 더인디고 집필위원

[더인디고=조미영 집필위원] 자폐성 장애인 아들이 주간활동서비스 대상자로 선정되었다. 주간활동서비스는 성인 장애인들의 의미 있는 낮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복지 제도이다.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신규 진입이 어려웠는데 아들은 운 좋게 평생교육센터 5년의 기간이 만료되고 이어서 갈 수 있는 곳이 생겨 안도했다. 갈 곳 없는 아들과 집에서만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가족 모두에게 스트레스다. 예전과 달리 아들의 저지레가 힘든 게 아니라 무의미한 하루를 보낼 걸 생각하면 안타까움이 앞선다. 집에서 일하는 남편에게 아들을 부탁하고 내 볼일 보러 나가는 것도 편하지 않다.

6월 한 달, 집에 있으면서 무소속 신분의 아들은 편해 보이면서도 지루해 보였다. 학령기와 성인기를 늘 규칙적으로 가던 곳 대신 활동지원사와 공원 산책을 하고 고비용의 사설 체육 기관에서 잠시 운동만 했다. 고정적이지 않은 일상은 나와 아들에게 피로감을 주었다. 그나마 한 달이라는 기간이 정해져 있으니 큰 위안이 되었다.

두 번의 기관 방문으로 장소를 먼저 익힌 아들은 7월이 되어 주간활동서비스 제공기관을 다니고 있다. 한 달 동안 몸이 익힌 자유로움은 야외 활동이 많은 빠듯한 일정이 힘들어선지 며칠간 잠을 설쳤다. 밤새 선풍기를 가장 센 바람으로 틀고 머리카락을 꼬는 상동행동을 보이면서도 다른 가족들의 잠을 방해하진 않았다. 과거에는 본인이 잠을 못 자면 집안 곳곳을 뛰어다니며 가족 모두의 잠을 방해하곤 했는데 까마득한 옛일이 되었다.

주간활동서비스는 지역사회의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 주목표다. 실내에서의 프로그램보다는 비장애인들이 이용하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기관들을 함께 이용하면서 통합사회를 추구한다.

에두아르도 카사노바 감독의 영화 ‘피부(피엘레스)’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자신의 외모에 대해 그리 부정적이진 않다. 그들을 바라보는 가족과 이웃 주민들의 따가운 눈총이 그들의 삶을 제한하고 통제한다. 영화라서 다소 극단적인 외형으로 외모지상주의를 파괴하려는 면이 거부감을 넘어 혐오스럽기까지 하다. 영화는 영화일 뿐, 우리 사회는 사고로 인해 달라진 외모의 사람들과 선천적으로 몸과 마음이 다른 이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다름이 외형이든 내형이든 존재 자체로 인정해야 하거늘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과 배제가 판치는 세상이니 타인이 지옥이란 말에 수긍이 간다. 나는 그 영화를 보면서 처음 가졌던 기괴함과 거부감이 차츰 약해지는 걸 느꼈다. 계속 보다 보니 어느새 등장인물들이 자연스럽게 눈에 다가왔다. 자주 접하면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나태주 시인이 말했다.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야 예쁘고 사랑스럽다고. 맞는 말이다. 발달장애인을 한 번 본 사람과 여러 번 보고 접한 사람의 시선은 차이가 있다. 그들의 특성을 이해하면서 혐오와 거부의 시선이 걷히고 애정의 눈으로 보는 이들을 많이 만났다. 지역사회 시설들이 비장애인 중심이라 장애인이 이용하는 걸 못마땅하게 여기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동화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여전히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하지만 자꾸 어울리면 바뀔 것이라 믿는다. 배려를 가장한 배제와 분리는 통합의 가장 위험한 행태다.

주간활동서비스의 역할은 장애 당사자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들의 인식 전환을 가져온다. 낯섦이 익숙함으로 바뀌면서 다른 것과 틀린 것의 차이를 훈습하는 과정이 절대다수의 절대행복으로 가는 길이라 생각한다. 통합사회는 어느 한쪽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다. 저마다 발 딛고 사는 곳에서 서서히 함께 만들어 가야 가능하다.

아들은 한동안 멈췄던 수영, 탁구, 볼링, 방송댄스, 인지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매일 바쁘게 살고 있다. 하기 싫은 것도 해야 하는 단점이 있겠지만 본인 좋은 것만 하면서 살 수는 없는 일이다. 남들과 어울려 뭔가를 하며 산다는 건 분명 의미 있는 낮 활동이다.

다니던 곳의 기간 만료로 또 어딜 갈지 고민은 더 이상 그만하고 싶다. 아들에게 맞는 적당한 곳으로의 이동이 자유로운 사회, 그런 세상에서 사는 아들을 보는 게 나의 소망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

가족과 함께 하는 일상에서 행복을 찾습니다. 그 행복을 나누면서 따뜻한 사회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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