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찬의 기자노트]비브라토를 해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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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내려다본 첼로 연주 사진
더 좋은 연주자가 되고 더 예쁜 소리를 내기 위해 기본 자세가 중요하지만, 그동안 너무 깊이 자리잡은 나쁜 자세를 고치기가 쉽지 않다. ©이담사진실 이관석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네 명의 선생님으로부터 레슨을 거절당한 뒤, 다섯 번째 선생님으로부터 ‘열심히 해보자’는 말과 함께 첼로를 배우게 되었다. 그 선생님을 시작으로 총 다섯 명의 선생님을 만나 첼로를 배워왔고, 지금도 배우고 있다. 그런데 현재 첼로를 가르쳐 주시는 김영아 선생님에게 레슨을 받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다섯 명의 선생님들 모두 내게 ‘첼로’라는 악기를 가르친다는 점에서 공통분모가 있지만, 가르치는 방식은 다 다르다. 잘 가르치고 못 가르치고를 떠나서 선생님의 레슨 방식은 첼로를 배우는 이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데, 김영아 선생님을 만나기 전에 기자에게 첼로를 가르쳐 주셨던 네 명의 선생님만의 공통점이 그랬다.

앞서 네 명의 선생님은 주로 ‘곡’ 위주로 레슨을 하셨다. 기자가 연주해 보고 싶은 곡을 찾아오면 그 곡을 연주할 수 있도록 레슨해 주셨다. 레슨을 시작할 때는 어느 레슨과 마찬가지로 스케일(첼로의 네 개 줄을 차례대로 그어보며 손을 풀어보는 시간)을 했지만, 그 다음은 늘 연주하고 싶은 곡에 대한 레슨을 진행했다.

덕분에 기자는 첼로를 배우는 동안 그 흔한 첼로 교본이라는 ‘스즈키’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피아노에 대입하면 ‘체르니’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첼로 연주를 위한 기본적인 테크닉과 연주법을 제대로 아니, 전혀 배우지 않은 채 바로 곡에 대한 레슨을 받고 연주활동을 했던 것이다.

아마 기자가 첼로를 전공하는 게 아니니까, 또 시청각장애가 있어서 악보를 보는 것과 의사소통이 쉽지 않으니까 첼로의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들을 세세하게 레슨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기본적인 연주법을 거치지 않고 꼭 위주로 레슨받은 기자의 첼로 연주는, ‘시청각장애인이 첼로를 연주한다’라는 문장으로 접근하면 감동을 줄 수 있을지 몰라도 냉정하게 보면 기본적인 자세부터가 엉망이었다. 작년 첫 번째 독주회를 준비하면서부터 차츰 첼로를 연주하는 것에 대한 깊이를 알게 되면서 그 문제를 더욱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특히 요즘 비브라토를 배우는 과정에서 더욱 그 문제점이 도드라지게 나타나고 있다. 비브라토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첼로를 연주할 때 왼손은 반드시 구부려서 음정을 짚어야 한다. 그런데 그동안 기자는 왼손을 구부리지 않았고, 그냥 ‘편하게’ 연주하다 보니 지금껏 왼손은 ‘펴진’ 상태로 음정을 짚었다.

왼손이 구부려지지 않으면 비브라토를 제대로 할 수가 없고, 그동안 이렇게 첼로를 연주해왔기에 기자의 왼손가락 끝은 구부리기에는 힘이 거의 없다.

김영아 선생님이 비브라토를 위해, 그리고 클래식 곡을 좀 더 자연스럽게 연주하기 위해 왼손을 구부려야 한다고 레슨 때마다 계속 강조하신다. 기자도 그 취지를 충분히 머릿속으로는 이해하고 있고, 하루빨리 비브라토를 해 보고 싶어서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그런데 정말이지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는다. 왼손가락이 구부려지기는커녕 계속 펴지기만 하니까 비브라토를 위한 손목 돌리기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너무 오랫동안 왼손가락을 편 채 연주를 해 와서 그만큼 몸이 익숙해져버린 습관을 고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선생님이 가르쳐 주시는데도 적용이 잘 안 되니까 기자가 답답하고 애가 탈 때가 많다. 특히 올해 말에 예정된 두 번째 독주회에서는 꼭 비브라토를 적용해서 연주하고 싶은데, 아직도 제대로 안 되는 상황에 마음이 초조해지는 게 사실이다.

비브라토를 할 수 있게 되면 이제 곡을 연주할 때 잘 적용해야 한다. 그냥 무조건 비브라토를 넣는다고 되는 게 아니라, 연주하는 흐름과 박자, 그리고 왼손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면서 연주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비브라토를 해낼 수 있게 되더라도, 연주에 적용하는 과정이 또 남아 있는 것이다.

김영아 선생님(왼쪽)은 기자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고 시도할 수 있게 열정적으로 지도해 주신다. ©이담사진실 이관석

기자 못지않게 가르치는 김영아 선생님도 많이 답답하실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열심히 가르치신다. 왼손을 구부리는 게 어떤 모양인지 직접 왼손으로 모양을 만들어서 기자가 만져볼 수 있도록 하고, 첼로의 지판에 짚은 기자의 왼손이 구부러질 수 있도록 선생님 손으로 받침을 만들어주기도 하신다.

김영아 선생님을 만나면서 첼로를 다시 배운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왼손을 위아래로 왔다갔다 움직이며 풍부한 음정을 활용하는 ‘포지션 이동’도, ‘하모닉스’도 모두 김영아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연주 기술이다. 정말 ‘시청각장애인이 첼로를 연주한다’의 접근에만 만족한다면 굳이 포지션 이동을 하지 않아도 되고 비브라토 역시 하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그냥 몇몇 곡을 단순하게 연주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게 될 수 있다.

하지만 독주회라는 확실한 목표도 있지만, 더 좋은 연주와 더 예쁜 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김영아 선생님의 도전과 시도 덕분에, 기자의 첼로에 대한 이해와 깊이도 덩달아 발전하게 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김영아 선생님은 비브라토를 하게 되더라도 이게 연주 테크닉의 끝은 아니라고 하셨다. 비브라토에서 이렇게 쩔쩔매고 있는데, 뒤에 또 있다면 얼마나 어려운 건가 싶지만, 그래도 단순히 곡을 연주하는 것에 안주하는 게 아닌, 진정으로 첼로를 배워가는 이 일련의 과정들이 참 기쁘고 즐거운 ‘배움의 의미’를 느끼게 된다.

그래서 어쩌면, 기자와 김영아 선생님이 지금 가고 있는 길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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