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정의 정정당당] 당사자단체, 이슈 트래킹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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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벽지 ©픽사베이
▲최소한의 벽지 ©픽사베이

[더인디고=조미정 집필위원]

▲조미정 더인디고 집필위원
▲조미정 더인디고 집필위원

일어나선 안 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춘천 정신병원 강박 사망사건이 공론화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유명 정신과 의사가 운영하는 부천의 한 병원에서 젊은 환자가 무리한 강박과 고용량 약물 투여로 사망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정신장애 단체들은 금요일부터 집단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정신병원에서의 비극을 상기하고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활동들은 당사자단체가 당사자를 위한 단체로 남기 위해 필수 불가결 조건이다. 정신병원 사망사건 외에도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동료지원쉼터, 장애인권리협약과 고문방지협약 등 정신장애인의 삶과 밀접한 이슈는 많고도 많다.

이러한 이슈를 모두 따라가면 너무 좋다. 당사자단체뿐만 아니라 모든 당사자의 권익을 옹호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많은 시도가 성공한다면 다른 장애계나 시민사회계에서도 벤치마킹할 수 있는 선례로 남을 것이다. 기쁜 일이다.

그러나 모든 당사자단체가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당사자단체이기 때문에’ 더욱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런 이슈를 차근차근 소개하고자 한다.

  • 1. 내부 고발적인 이슈

정신장애계 역시 다른 시민사회계와 마찬가지로 비판을 받을 요소가 없지는 않다. 미등록장애인 대우가 비교적 잘 이루어지긴 해도, 성격장애 차별이라든가, 등록장애인만을 뽑는 일자리, 다른 소수자에 대한 배려 등 정신장애계가 완전히 평등하다고 보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모든 내부 고발이 그렇듯 이에 대응하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특히 당사자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더욱 많은 당사자단체의 연대가 필요하고, 활동가의 규모도 작아 건너건너 아는 경우가 많으며, 모두가 아픈 당사자라는 의식이 있는 정신장애계는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당사자단체가 스스로 변화하는 것도 몹시 어려운 일이다. ‘세바다’ 역시 많은 한계점으로 인해 그간 많은 활동가가 단체를 떠났는데, 나는 이러한 한계들을 알고는 있지만 해결하기 참 어렵다. 그래서 그 문제점을 알면서도 단체에 함께하고 싶은 이들만 남았는지도 모른다.

2. 당사자의 상처를 건드릴 수 있는 이슈

정신병원에서 사건‧사고가 일어나면 으레 CCTV가 공개되기 마련이다. 그 화면들은 비장애인이 보기에도 슬프지만, 같은 당사자가 보기에는 너무 마음이 아프다. 강제입원을 경험한 어떤 당사자들은 그 화면을 보고 트라우마를 자극받을지도 모른다. 화면을 본 어떤 당사자는 정신장애 증상에 다시 직면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나서야 하는 이슈이기 때문에 그것들을 감내할 수 있는 당사자가 선봉에 선다. 당사자단체 리더들이 그런 사람들이다. 허나 리더들이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사람이고 당사자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상처 입고도 내색하지 못할 수 있다. 우리가 당사자단체 리더와 활동가의 정신건강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3. 관심사나 전문영역이 아닌 이슈

모든 조직은 자신만의 기준에 의거한 우선순위가 있으며,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된다. 당사자단체 역시 예외는 아니다. 너무 빈번하게 벌어지는 이슈는 당사자 활동가들을 피로하게 한다. 당사자 활동가 역시 모든 이슈에 집중할 수 없다. 어떤 이슈는 선택하고, 다른 이슈는 포기해야 한다.

그래서 활동가마다 조금씩 활동 영역이 다르다. 동료 지원만 하는 활동가, 법인 운영을 담당하는 활동가, 사업 운영을 담당하는 활동가, 투쟁 등 이슈 대응에 능한 활동가, 쉼터나 정신건강복지법, 동료지원센터, 강제입원 폐지 등 특정 이슈에 전문가보다 높은 식견을 가진 활동가도 있다. 이들이 모두 모여있기에 당사자단체는 여러 이슈를 비교적 잘 따라갈 수 있다.

4. 당사자단체 활동가도 사람이다

우리는 당사자단체 활동가들의 노고를 감사하게 여기면서도 가끔은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당사자단체와 그 활동가들이 당사자운동을 공기처럼 촘촘하게, 그러면서도 중요하게 뒷받침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당사자단체 활동가도 사람이다. 당사자 대중이 의료권력에 의해 큰 피해를 본다면, 이에 대응하고 회의하고 투쟁하는 활동가들, 특히 비당사자 활동가 역시 그 과정에서 큰 상처를 받는다. 최근 공론화된 일련의 비극들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총력을 다하는 활동가들에게 응원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투쟁은 지속가능해야 한다. 투쟁이 지속가능할 때 당사자의 권리도 옹호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투쟁을 위해, 당사자단체 활동가들에게 너무 높은 기준을 들이대며 몰아세우기보다는 정서적, 육체적 소진을 막기 위한 지원과 뒷받침이 필요한 때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

정신적 장애인의 당사자주의는 아직 미약하다. 정신적 장애인이 정말 당찬 당사자주의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미약한 당사자주의가 창대해질 수 있도록 자그마한 글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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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에서 폭행이나 경영진이 노동법규를 어기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는데 이를 해결할 방도는 복지 공공화다. 후원금으로 소고기 사먹는 일이 없게 비용 근거를 투명화하고 범죄자가 센터를 차릴 수 없도록. 인권 감수성이 떨어지는 경영진이 없도록. 자격 기준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민간 의존은 결국 자격 없는 전문가로서 윤리를 지키지 않는 전문가를 양성하게 된다.

그 안에서 피해를 입는 사회복지사들은요? 최소한 법을 지키지 않는 무법자 단체는 걸러야 하는 거 아닙니까? 폭력의 옹호는 또 다른 피해자를 양상하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필자입니다. 그런 무법자 단체가 걸러져야 한다면 공론화를 해주시는 게 당사자운동을 깨끗하게 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사회복지사가 피해를 입는다면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회복지사에 대한 잘못된 대우까지 옹호하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