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디고=박관찬 기자]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난이라는 용어가 사용되는 요즘, 사계절이 뚜렷하다는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다. 봄과 가을이 부쩍 짧아진 느낌이고, 여름은 전례가 없을 만큼 너무 더운가 하면, 겨울은 또 너무 춥다.
특히 올해 여름은 연일 기록적인 폭염으로 시민들이 많은 고생을 하고 있다. 4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프로야구는 최근 역사상 처음으로 ‘폭염’을 원인으로 경기가 취소되기도 했다. 일부 선수들이 탈수 증상을 보이는가 하면, 경기장을 찾은 일부 팬들이 뜨거운 날씨로 인해 병원으로 실려가는 아찔한 상황까지 일어났다.
이렇게 비장애인은 물론 한창 시즌이 진행되는 시기라 컨디션이 절정인 운동선수도 폭염 등 자연재해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하물며 이동과 정보접근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 장애인은 더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연일 기록적인 불볕더위에 전국적으로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외출을 자제하며 수분을 꾸준히 섭취하라는 등의 안내문자가 하루가 멀다 하고 시민들에게 발송되고 있다. 이런 날씨에는 외출을 자제하고 시원한 에어컨이 가동되는 실내에서 더위를 피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출근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동’을 해야만 한다.
더울수록 더 예민해지는 장애인콜택시
전동휠체어를 타는 수민 씨(가명)는 평소 출퇴근을 지하철로 한다. 장애인콜택시를 타면 편하게 이동할 수 있지만, 접수를 해도 출퇴근 시간에 맞게 배차된다는 보장이 없고, 그만큼 하염없이 장애인콜택시를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워 불편하더라도 꿋꿋하게 지하철을 이용하여 출퇴근을 한다.
그런데 연일 더운 날씨가 계속되면서 출퇴근길에 20여 분을 전동휠체어로 지하철역까지 이동해야 하는 수민 씨에게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에도 열대야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뜨거운 햇빛을 고스란히 받으며 전동휠체어를 운전하는 일이 여간 고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민 씨는 “일단 햇빛이 뜨거우니까 전동휠체어도 덩달아 너무 뜨거워지니 팔을 전동휠체어에 댈 때마다 뜨거움 때문에 견디기가 힘들다”며, “지하철역에 간신히 도착해 보면 온몸이 땀범벅이라 출근이고 뭐고 너무 힘들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며 푸념했다.
이어 “비장애인들도 마찬가지로 덥고 힘들다는 걸 아는데 장애인은 이런 날씨에 더욱 이동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하면서, “그래서 조금이나마 편하게 출근하고자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려니, 이런 날씨에 나처럼 많은 장애인들이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려고 하니 접수를 일찍 해도 대기자가 너무 많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수민 씨는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염원은 장애인콜택시의 충분한 증원이다”며, “특히 이런 재난과 다름없는 상황일수록 긴급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이용자만 많이 대기하고 장애인콜택시 수는 한정적일 수는 없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하루빨리 교통약자들의 안전하고 신속한 이동이 보장될 수 있도록 장애인콜택시의 증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말뿐인 게 아닌, 실행으로 옮기는 게 필요
폭염이 계속되는 날씨에 전국적으로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 마련이 나오고 있다. 주민센터나 특정 공간을 개방하여 쉬어갈 수 있도록 하고, 노인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게 안부 확인 연락 등을 지속적으로 하며 건강 관리를 체크하는 등 다양한 매뉴얼이 나오고 있다.
같은 동네에 거주하는 선미 씨(가명)와 혜경 씨(가명)은 평소 주민센터도 자주 방문하고 자주 왕래하는 이웃이다. 그런데 최근 주민센터 장애인복지 담당자로부터 선미 씨는 폭염에 건강이 괜찮은지 안부 연락을 받았는데, 혜경 씨는 일주일이 지나도록 아무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선미 씨와 혜경 씨 모두 중증장애인이다.
이를 이상하게 여겨 두 사람이 함께 주민센터를 방문했을 때 장애인복지 담당 직원에게 문의하자, 해당 직원은 혜경 씨에게도 안부 연락을 드리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선미 씨에게 연락을 한 지 일주일이 넘도록 하지 않았는데, ‘기간 차이’에 대해 선미 씨와 혜경 씨는 의문을 품었다.
선미 씨는 “장애인복지 담당 직원의 업무가 많을 거라는 짐작은 하지만, 주민센터에 공공일자리로 근무하는 행정도우미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분을 통해서라도 안부 전화를 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폭염이 연일 계속되는데 누구한테는 연락하고, 누구에게는 일주일이 넘도록 연락하지 않는 건 이상하다”고 했다.
혜경 씨도 “폭염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취약계층에게 연락을 취한다면 빠짐없이 체크해야 할 텐데, 혹시라도 누락된 분에게 안 좋은 일이 생겨서 대처가 늦었다면 누가 책임지나”고 우려하며, “재난이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 위험한 상황일 수 있으니 담당자들도 취약계층의 안전에 각별히 신경써 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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