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접근성법(EAA), 내년 6월부터 유럽 전역서 ‘제품과 서비스’ 접근성 의무화
- EDF·Autism Europe “아쉽지만, EU 포괄적 접근성 미래는 긍정적”
[글-바다팀 변다혜, 채유성]
바다 팀의 1일, 2일 차 여정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 접근성법(European Accessibility Act, 이하 EAA)’의 이해를 위해 유럽연합의 대표적 장애인 단체인 오티즘 유럽(Autism Europe)과 유럽장애포럼(European Disability Forum, 이하 EDF)을 방문하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EAA가 해당 법안에서 규정하는 유럽 시장의 제품과 서비스의 접근성에 반영되었는지를 확인하고 해당 법안을 한국의 실정에 맞게 검토할 방안을 모색한다는 취지다.
Autism Europe는 유럽 중심 38개국 90개 회원 조직을 둔 단체로 ‘UN 장애인권리협약(이하 CRPD)’에 근거해 자폐성 장애인을 고려한 유럽연합의 의사 결정 및 대중 인식 제고를 목표로 한다. 바다 팀은 Autism Europe의 프로젝트 담당자인 크리스찬 타코우(Christian Takow)와 소통·캠페인 매니저인 애니 렌스마(Anne Rensma)로부터 EAA에 대한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 두 담당자는 모두 성인 자폐성 스펙트럼 당사자이기도 하다.
EDF는 유럽 장애인 단체들을 대표하는 상위 조직으로서, CRPD를 준수하는 정책의 개발과 이행, 모니터링 활동 등을 전개하고 있으며, 특히 EAA를 제정하는 데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한 유럽 장애인 단체 중 하나이다. 바다 팀은 EDF의 유럽 차원에서의 정책을 담당하는 알레한드로 몰레도(Alejandro Moledo)와 만났다. 바다 팀은 EAA를 중심으로 한 두 단체의 입장과 향후 비전을 들어봄으로써 유럽의 포괄적 접근성 미래를 조망할 수 있었다.
Autism Europe은 EAA에 대해 “CRPD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의 권리로 보장하는 것에 비해 EAA가 다루는 범위는 제한적”이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유럽연합의 회원국이 법안을 국가 수준에서 시행하는 데 자발적으로 법안에서 요구하는 것 이상을 다룰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EAA에 자폐성 스펙트럼 장애인의 필요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것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유럽 주요 의사결정 기관들에 대해 ‘유럽장애운동(European Disability Movement)’ 캠페인을 진행했다”며, “향후. 지침에 그들의 욕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주요한 권고사항을 담은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유럽연합위원회(European Commission)가 자폐인들을 위한 연구를 우선순위로 삼겠다고 발표한 점과, 교육 분야의 디지털화를 목표로 한 ‘Autism Included’ 프로젝트를 시행할 계획”이라는 점에서, “유럽의 포괄적 접근성의 미래는 낙관적”이라고 전망했다.

EDF의 수석 총괄 및 유럽 차원의 정책 담당자 알레한드로와는 EAA 법안에 대한 실망스러운 점 등 더 깊이 있는 논의를 나눌 수 있었다.
그는 먼저 EAA에 물리적 환경이 포함되지 않음을 우려했다. 물론 법안에 물리적 환경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유럽 차원에서 이를 강제하지 않고 회원국의 재량에 맡겼기 때문에 사실상 물리적 환경은 EAA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각국의 결정에 내맡겨진 물리적 환경의 보장은 대부분 국가가 국내법에 반영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알레한드로는 “가령 EAA로 인해 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제품 자체는 접근성을 잘 보장할 수 있겠지만, ATM기가 위치한 장소가 접근성이 떨어져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염려했다.

이어 알레한드로는 가전제품과 사물인터넷(IoT)이 EAA의 규제 대상에서 빠진 것도 문제로 언급했다. TV, 태블릿, 컴퓨터와 같은 일부 전자 제품은 EAA의 규제 범위에 있는 반면, 세탁기나 냉장고 등의 가전제품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가전제품이 지침에서 제외된 것은 큰 문제 중 하나이며, 차라리 가전제품 자체를 포함하기를 요구하기보다는 가전제품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만이라도 EAA의 포함시키려고 했다면, 접근성 측면에서 지금보다 더 만족스러운 법안이 나왔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IoT 기술에 대해서도 IoT 기술을 활용하면 사용자가 기기마다 매번 접근성 요구 사항을 설정하지 않아도 기기 간의 연결(machine-to-machine)을 통해 일관된 인터페이스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만큼, IoT 기술이 EAA에 반영되어 있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알레한드로는 EAA가 민간 부문에서만 처벌 집행이 이루어진다는 점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기업이 EAA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기업은 유럽 전역에서 해당 제품의 판매가 정지되는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처벌은 공공 부문에서는 집행되지 않는다. 공공 기관이 접근성을 보장하지 않은 제품을 조달하더라도 개인이 이의를 제기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원래 유럽연합위원회에서 공공 부문에 대한 의무도 포함했지만, 회원국의 반대에 부딪혀 제외되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EDF는 현재 EAA에 그들의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최근 위원회가 새로 임기를 시작한 만큼 공공 조달 지침과 관련된 문제를 잘 해결하리라 기대한다며 유럽의 포괄적 접근성 미래에 대한 향후 비전을 제시했다.
바다 팀은 이번 연수를 통해 EAA에 대한 유럽을 대표하는 장애인 단체들의 의견을 들어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EAA를 포괄적 접근성의 측면에서 우수 선진 사례라고 평가하는 의견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유럽의 장애인 단체들은 EAA 현안에 여전히 아쉬움을 느끼는 만큼, EAA를 좀 더 포용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었다. EAA는 2025년 6월부터 유럽 전역에서 강제적 시행이 예정되어 있다. 그때까지 바다 팀은 EAA에 따른 유럽 전역의 변화를 끊임없이 추적하여, 한국의 포괄적 접근성 법안 초석을 다지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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