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벨기에 Anysurfer의 노력과 유럽접근성법의 영향
[글-바다팀 변다혜, 채유성] ‘바다(BADA)팀’은 2일 차 연수에서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애니서퍼(Anysurfer)를 방문했다. Anysurfer는 정보통신접근권 향상을 위해 감사, 교육, 웹접근성 인증, 접근성 관련 워크숍, 웹 및 컨텐츠 접근성 컨설팅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이다. 루디 캔터(Rudy Canter)라는 벨기에인이 2001년 설립했다. 당시에는 시각장애인의 웹 접근성을 위한 Blind Surfer라는 민간단체로 출발하였다.
2006년 회사명을 Anysurfer로 변경한 이유는 웹 접근성이 시각장애인만의 이슈가 아닌 모든 장애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2008년 웹 콘텐츠 접근성 가이드라인(WCAG)이 처음 출판된 이후로 유럽에서는 가장 빠르게 네덜란드어로 번역하여 WCAG 2.0 버전을 심사에 도입하였고, WCAG를 기반으로 접근성 인증제를 통해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사용자가 웹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바다 팀은 Anysurfer에 근무하고 있는 소피 슈크만(Sophie Schuermans)와 시각장애인 당사자이면서 웹 접근성 기술자로 일하고 있는 이브라힘 탐디티(Ibrahim Tamditi)와 만났다. 미팅을 통해 바다 팀은 정보통신접근권 보장을 위한 그동안의 Anysurfer의 노력과 유럽접근성법(EAA) 제정 이후, 기관의 역할에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지를 살펴볼 수 있었다.

Anysurfer는 벨기에를 포함한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전역을 대상으로 디지털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접근성 인증은 크게 3개 카테고리로 나뉜다. WCAG 최신 버전에 준수하는 경우 가장 높은 등급을 받는다. 또한 웹 컨설팅의 경우 개발된 웹사이트의 웹 접근성 준수 여부를 인증하는 단계부터 웹페이지 개발 초기부터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웹사이트 구축 컨설팅을 포함하는 세부 단계까지 다양화하고 있었다. 가장 큰 차별성은 특정 장애유형에 의존한 웹 콘텐츠 접근성 준수 여부를 판단하기보다는 다양한 장애 유형별 페르소나에 기반한 상황별 이슈를 점검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수준으로 길게는 수개월에 걸쳐 컨설팅이 진행된다고 한다.
Anysurfer에서 자체 개발한 웹 접근성 전문가들을 위한 교육커리큘럼은 장애 유형별로 디지털 기기에 어떻게 접근하는지 실제적인 예시를 바탕으로 하며, 교육 프로그램은 고객의 선호를 중심으로 다르게 선택되나 가장 보편적인 교육과정은 9시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교육과정을 통해 디지털 콘텐츠가 더욱 포괄적으로 접근 가능해지도록 돕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 유사한 웹접근성 인증 기관에서는 WCAG에 기반한 접근성 평가 프로그램으로 대부분 웹페이지 접근성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반면 Anysurfer는 팀 내 장애 당사자들이 상황별 이슈들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평가의 질을 높이고 있었다. 미팅에 참여한 시각장애 당사자인 Ibrahim은 “Anysurfer의 지침을 준수한 웹사이트는 시각장애 당사자인 나에게 대략 98% 정도 접근성을 만족하고 있다”며, “Anysurfer에서 모니터링한 웹사이트는 접근성 측면에서 확실한 개선을 이루고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Anysurfer를 통해 당사의 웹 콘텐츠 접근성을 개선하려는 기업의 노력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벨기에에서는 웹 접근성 인증과 관련해 별도의 인센티브 또는 법적 페널티가 없다. 하지만 Anysurfer를 찾는 기업의 자발적인 웹사이트 접근성 표준 인증 취득만으로도 디지털 접근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Sophie는 이러한 인식 개선이 “웹 접근성을 준수하지 않는 웹사이트에 대해 장애 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Anysurfer는 EAA가 제정된 이후 자신들 기업의 역할에 긍정적인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Sophie는 “직접 측정해 본 것은 아니지만 EAA 제정 이후 웹 접근성 교육에 대한 고객의 수요가 증가했음을 느낀다”며, “과거에는 접근성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을 찾기 힘들었으나, 최근에는 사업적 측면에서 디지털 접근성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을 확실히 체감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기업 내 접근성 전문가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 뒤, “이와 같은 전문 인력 양성에 대한 수요를 대학에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며 “온라인 교육 커리큘럼 제공과 협력에 Anysurfer가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 피력했다.
이번 미팅을 통해 바다 팀은 벨기에에서 Anysurfer를 중심으로 웹 접근성 표준 인증제가 지침에 따라 체계적이고 신뢰가 담보되도록 운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Anysurfer는 비록 영리기업이지만, 그들의 활동이 웹 접근성 인식 개선의 측면에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귀결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무엇보다 이와 같은 디지털 접근성에 대한 사회 인식이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또한 단순한 웹페이지나 콘텐츠에 대한 인증을 목적으로 하기보다 사회 저변에, 이에 대한 개발자, 회사 임원들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노력을 끌어내고 있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바다 팀이 국내 실정에 맞는 포괄적 접근성 정책 제안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벨기에를 기반으로 유럽 내 웹 접근성 인증을 주도하고 있는 Anysurfer와의 미팅은 한국 실정에 적합한 디지털 접근성 정책 제안을 보다 구체화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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