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디고=조미정 집필위원]

당사자단체를 운영하기 힘든 때라는 것을 절감한다. 당사자단체 리더들과 활동가들이 SNS를 통해 활동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어떤 단체는 당사자들의 뒷담화, 공격, 견제, 심지어는 민원과 고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 단체들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가는 여기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당사자단체를 공격하는 당사자들이 실존한다는 것이다.
당사자단체는 당사자의 권익옹호를 실현하기 위하여 당사자가 당사자주의 이념으로 운영하는 단체이다. 당사자단체는 당사자운동의 중요한 핵심 축으로써 당사자운동을 기획하고 규합하고 견인하고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당사자단체가 없다면 당사자운동이 지금처럼 큰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비당사자 중에서도 당사자운동에 호의적인 사람이 존재하듯, 당사자 중에서도 당사자운동에 호의적이지 않은 사람은 분명 존재한다. 그 이유는 활동가도 납득할 수 있을만큼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것도 있는 반면, 인신공격에 가까운 맹공격도 존재한다. 당사자 리더와 활동가는 바로 후자의 반응에 상처입는다.
여기서 당사자 활동가는 딜레마 상황에 놓인다. 당사자의 차가운 반응에 상처받아서 당사자운동을 그만둘 것인지, 하고 싶은 운동을 계속하면서 인신공격을 감수할 것 인지다. 어느 쪽이든 쉽지 않다. 당사자운동을 그만둘 거라면 아예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얼굴과 신상정보가 웹과 언론에 노출되어 다른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당사자운동을 계속하기에는 당사자를 보기가 무섭다. 착하기만 한 장애인은 없듯, 당사자 역시 당사자운동을 마냥 받아들이진 않는다. 결국 당사자 활동가는 소진에 빠지게 된다.
당사자운동을 하는 게 쉽지 않은 날에는 다음과 같은 주문을 걸어보자.
1. 당사자들은 나 자신보다는 당사자운동 자체에 불만이 많은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속된 말로 명언이라 여겨지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라는 말이 그것이다. 당사자 역시 당사자 활동가 개개인에게 큰 관심이 없다. 물론 개인에 대한 범죄성 짙은 스토킹이라면 당연히 법적 절차에 기대야 하는 것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단지 당사자운동에 대한 불만일 가능성이 높다.
“없는 자리에서는 나랏님도 욕한다”라는 속담도 있다. 요즘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하늘 끝까지 치솟고 있는 이때, 당사자 활동가라고 해서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는 없다. 당사자운동은 성역도 아니다. 이러한 비난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불만 많은 사람은 뭐든지 비난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뜻이다. 당사자운동을 깊이 고찰하지 않은 사람들이 막 던지듯 내뱉는 말에 상처받아 운동을 그만둔다면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2. 당사자단체를 비난하는 것이 당사자 활동가와 운동 그 자체에 대한 비난이 아닐 수도 있다
당사자단체가 당사자운동을 주도한다고 해서 당사자단체가 곧 당사자운동이 되지는 않는다. 당사자단체를 비판하는 목소리 중에는 당사자단체의 운영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 대안을 내기 위해 발언하는 것도 분명히 있다. 당사자단체는 그 비판 중에서 새길 것은 새겨야 한다.
또한 당사자가 활동가 개개인에게 관심을 갖지 않듯이, 한 단체를 비난한다고 그 단체의 모든 구성원을 모욕하는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공동체에 큰 상처가 될 것이다. 운영방식에 대한 합당한 비판은 당연히 받아들일 수 있을 테지만, 단체에 대한 근거 없는 비판은 듣지 않고 리더 선에서 컷할 필요가 있다.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에 대한 모든 뒷담화에 귀 기울일 필요 없듯이, 당사자단체 리더들은 근거 없는 비난은 무시할 필요가 있다. 그 비난들을 회원이나 활동가에게 알려줄 필요도 없다. 수많은 쓴소리 중 정말로 삼킬 필요가 있는 것만을 가려내는 것은 정신건강을 지키고 소진을 막는 데에 필수불가결적인 요소이다.
3. 그래도 힘든 날에는 그동안의 성과와 노고를 돌아보며 칭찬해보자
당사자운동을 하기 힘든 날이 있다. 그런 날에는 자신과 단체가 이뤄낸 성과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비관적으로 보라는 뜻이 아니다. 객관적, 비판적 사고에는 성과에 대한 정직한 칭찬과 격려 역시 포함된다.
당사자 활동가가 비난에만 몰입해서 그동안의 성과를 무가치한 것으로 평가절하하는 것은 당사자운동을 모욕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나친 겸손이 오히려 불쾌함을 안겨주듯, 지나친 자기비하와 연민보다 적절한 긍지가 당사자운동에 더욱 도움이 된다. 활동에 대해 스스로 긍지를 갖는 것은 운동을 지속하는 원동력이 된다. 힘들 때 물을 마시고 쉬어야 하듯이, 소진되는 날이면 긍지와 자부심을 충전할 필요가 있다.
이상으로 당사자 활동가들이 겪는 공격과 이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해보았다. 사실 이 글로도 상처받고 지친 영혼이 위로받지 못할 것임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은 글을 쓰는 건, 이 글이 힘들 때 조금이나마 참고하고 기댈 수 있는 작은 버팀목이 되길 바라는 염원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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