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안마사, “활동지원 부정수급 낙인”에 세상 등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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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9일 장 씨의 죽음에 대해 정부의 책임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사진=픽사베이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9일 장 씨의 죽음에 대해 정부의 책임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사진=픽사베이


  • 노동이나 경영에 활동지원사 이용은 불법
  • 의정부시 ‘5년 치 2억원 환수 조치’
  • 안마원 운영 기간 부정수급, 전혀 언급 없어유서 남겨
  • 한시련, 정부·국회 향해 무능일침

[더인디고] “삶의 희망이 무너졌다… 내가 범죄를 저질렀다 하니 너무 허무하다.”

시각장애인 안마사 장모(44세) 씨가 자신을 부정수급자로 몰아간 지자체와 장애인활동지원 기관 등에 문제를 제기하며 남긴 유서의 일부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한시련)은 9일 장 씨의 죽음에 대한 애도와 함께 “무능한 정부와 비겁한 국회가 자립생활을 위해 발버둥 치던 시각장애인 안마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정부의 책임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시련에 따르면 지난 4일 저녁, 장 씨가 경기도 의정부시에 있는 자신의 안마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배경에는 최근 의정부시가 안마원 운영 과정에서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은 장 씨에게 5년 치 활동지원급여, 약 2억 원을 환수 조치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활동지원법’은 신체적·정신적 장애 등의 사유로 혼자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고 그 가족의 부담을 줄임으로써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주로 활동보조, 방문목욕, 방문간호 등이 주요 서비스 내용이다. 이번 장 씨의 사건처럼, 활동지원사가 안마원 등의 노동 관련 지원을 하면 부정수급에 해당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장 씨가 유서에서 남긴 것처럼, “5년 넘게 의정부시나 (활동지원)센터들에서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며 “장애가 있어도 가족을 위해 살았고 남들에게 피해를 안 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하고 싶은데 내가 범죄를 저질렀다 하니 너무 허무하다”고 억울해했다.

▲시각장애인 안마사 장 씨가 남긴 유서의 일부 /자료=한시련 제공
▲시각장애인 안마사 장 씨가 남긴 유서의 일부 /자료=한시련 제공

취재 결과, 장 씨는 10여 년 전 중도 실명 시각장애인으로 어린 두 자녀를 두고 있다. 근로지원인 제도가 있지만, 이는 근로자에만 해당하는 것으로 1인 사업주인 장 씨는 이용할 수 없는 제도다. 그나마 지난 21대 국회에서 ‘장애인기업활동촉진법’이 개정돼, 중증장애인으로서 근로자를 사용하지 아니하는 장애경제인의 직업생활을 지원할 수 있도록 ‘업무지원인 서비스’가 도입됐다.

종합해보면, 장 씨는 업무지원인제도가 생기기 전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아 안마원을 운영했다. 또한. 설사 활동지원 부정수급에 대한 안내를 받았더라도(장 씨는 유서에서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정보 접근 등의 한계가 있었다는 것도 추측할 수 있는 일이다.

이에 대해 한시련은 “활동지원법은 비대면 지원, 노동 지원 등이 제한돼 당사자들의 불만이 있었다”고 전제한 뒤, “업무지원인 서비스를 도입은 했지만, 정부와 국회의 무관심으로 충분한 예산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며, “장 씨는 말로만 외치는 장애인의 자립생활지원과 허울뿐인 업무지원인서비스 사이에서 홀로 외롭게 삶을 마감해야만 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최선호 한시련 정책팀장은 “이처럼 장애인이 처한 현실 등을 모르는 공무원들이 당사자의 삶을 쉽게 재단한 것 아니겠느냐”며 “적어도 종합적인 판단을 했다면, 5년 치를 환수하라는 조치는 내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급여 등을 잘 모르고 사용하는 것을 대비해 정부나 지자체, 활동지원 제공기관 등이 그 역할을 다해야 함에도, 그 모든 책임을 당사자에게 몰아간 것은 결국 무능이자,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한편 한시련은 성명을 통해 “정부는 현실과 상황에 맞지도 않고, 장애유형을 고려하지 않은 서비스 종합조사를 통해 활동지원 급여량을 줄이는 데 집중했고, 그 활동지원급여로 장애인개인예산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무늬뿐인 장애인개인예산의 도입을 중단하고 활동지원 서비스의 목적에 따라 장애인 이용자의 자립을 위해 장애인 당사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서비스 내용을 개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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