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고려한 주거정보가 제공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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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입간판 사진
많은 부동산이 입구에 계단이나 턱이 있거나 들어가더라도 내부 공간이 너무 협소하여 휠체어가 접근하기 불편한 곳이 많다. ©박관찬 기자
  • 장애인에 대한 주거지원제도가 있어도 장애에 대한 고려는 많이 부족한 현실
  • 부동산들도 장애인 접근이 어렵거나 공인중개사들도 장애에 대한 이해 부족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요즘 뉴스를 보면 빠짐없이 한 코너를 채우는 기사가 ‘집’ 관련이다. 어느 지역의 땅값이 올랐다거나 아파트값이 폭락했다거나 하는 등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의식주 중 하나에 해당하는 ‘주’, 즉 ‘주거’에 대한 정보는 국민들에게 꼭 꾸준히 전달 및 제공되어야 한다.

그런데 주거취약계층의 경우에는 ‘내 집 마련하기’와 같은 몇몇 정책이 존재하더라도, 주거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얻기 어려운 환경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장애인의 경우 더욱 그런 환경에 놓이기 쉽다.

최근 서울로 이사하게 되어 집을 구하게 된 휠체어 이용자 A 씨는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을 고스란히 느껴야 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장애인에게 지원하는 “장애인 전세자금 즉시지원”이라는 제도를 활용하여 집을 구하려 했으나, 원하는 조건의 집을 구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부동산 접근도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A 씨는 “LH에서 장애인에게 1억 3천만원의 전세자금을 지원해 준다고 해서 이 금액에 해당되면서 LH와 계약 가능한 집을 찾아야 하는데, 서울에서 1억 3천만원으로 구할 수 있는 집은 대부분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고 하며, “어쩌다 원하는 집을 찾았지만 1억 4천만원이라서 1천만원은 제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포기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A 씨는 “2가지 조건(전세 1억 3천만 이하, LH 계약 가능)을 모두 충족하는 집은 대부분 오래된 집이라서 휠체어 접근도 어렵고 엘리베이터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면서 “장애인을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다는 건 분명 좋지만, 이 제도가 집을 구하는 장애인에게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고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실제 LH에서 장애인에게 전세자금을 지원하는 경우 2019년 9천만원을 지원했고, 올해는 1억 3천만원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사이에 지원금액이 4천만원 인상된 것이다. 주거 형태가 오피스텔인 경우에는 엘리베이터가 있기도 하고 주거 내에 책상과 침대 등 풀옵션이 갖춰져 있는 곳도 있는데, 이런 곳은 대부분 1억 3천만원을 훌쩍 넘긴다.

반면 전세 1억 3천만원 이하이면서 LH와 계약이 가능한 주거는 오래된 다세대주택이 대부분이다. 자연스럽게 장애인의 접근이 불안정하고, 일반 주택인 경우의 대부분은 옵션이 거의 없기 때문에 세입자가 직접 옵션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도 생기게 된다.

A 씨는 “그래도 살아가기 위해 집을 구해야 하니까 여러 부동산을 방문해서 원하는 조건에 맞는 집을 소개해달라고 하려는데, 부동산들도 너무 접근이 불편한 곳이 많았다”면서 “입구부터 계단이나 턱이 있는 부동산이 있는가 하면, 부동산 사무실 공간이 너무 협소해서 휠체어가 진입할 수 없는 곳도 허다했다”고 했다.

이어 A 씨는 “부동산을 방문하면 집을 소개해주는 공인중개사들이 하나같이 ‘빨리’ 결정해야 한다는 말을 해서 마음이 급해지곤 한다”며, “공인중개사들의 입장도 이해는 하지만,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접근성 부분 등 여러 가지 고민해봐야 하는 부분이 많은데, 계속 빨리 결정하라고 독촉하니까 집을 구하는 과정이 쉽지 않아서 마음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A 씨에 의하면, 부동산을 방문해서 집을 알아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주거복지센터나 인터넷에서 미리 원하는 조건의 주거를 검색해서 찾아보려고 했단다. 하지만 주거복지센터의 경우에는 주거취약계층에게 주거에 대한 어떤 제도나 지원이 있는지를 알려줄 수 있을 뿐, 원하는 조건에 맞는 집을 찾는 과정까지 지원해주지는 않는다고 한다.

또 인터넷으로 원하는 조건에 해당하는 집을 검색해서 찾아볼 수는 있지만, 해당 정보에는 ‘장애인 접근성’ 관련 정보가 전혀 나와 있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부동산을 통해 직접 방문해보지 않는 이상은 인터넷 정보만으로 원하는 조건에 해당하는 주거인지 확인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A 씨는 “개인적으로 집이나 땅값이 크게 오르는 요즘 추세에서 1억 3천만원이라는 금액은 지원금으로 너무 적지 않은가 생각된다”면서, “또 주거취약계층에서 장애인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거라면 장애에 대한 고려가 꼭 필요할 텐데, 현행 제도는 그런 부분에서 아직 많이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이 많은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A 씨는 “장애인이 집을 구하려고 할 경우, 장애인이 가진 장애를 고려하여 맞춤형 주거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장애전문 공인중개사’가 있으면 좋겠다”며, “그래서 장애인도 이동과 접근 등 생활에서 필수적인 부분을 보장받으면서 원하는 주거 형태에서 안전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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