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디고] 경기장애인부모연대 성남지회 회장 이강혜입니다. 1남 2녀의 자녀를 두고 있고 그중 제일 큰 딸이 지적장애 2급입니다. 올해 40세입니다
사람들은 어떻게 큰아이가 장애가 있는데, 용감하게 셋째까지 낳았냐고 물어보더군요. 둘째를 낳을 때까지 큰아이는 좀 느리다고 생각했습니다. 셋째는 남편이 하도 아들을 원해서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 데’ 하는 심정으로 낳았습니다. 또한 큰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른 점을 알면서는 작은딸 혼자보다는 동생과 둘이 힘을 합치면 좀 더 힘이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다행히 동생 2명은 아주 훌륭하게 잘 컸습니다.
큰딸을 임신했을 때 태몽으로 무척 크고 탐스러운 붓글씨 붓을 꾸었습니다. 전 아주 굉장한 아이가 되겠다 굳게 믿었는데… 진짜로 굉장한 아이더군요. 역시 천재와 둔재의 차이는 종이 한 장이 아니라 태몽 꿈 하나 차이였습니다. 제가 아이를 키울 때 만해도 발달장애아를 위한 보육정책, 교육정책, 치료정책,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저 온 식구가 동원되어 비싼 언어교실로, 학교로 뛰어 다녔습니다. 다행히 아이가 성격이 활발하고 붙임성, 적응력도 좋아 절대로 지지 않고 잘 견뎌내었습니다. 특수학급, 특수학교 전공과를 졸업하고 여기저기 다니다가 지금은 보호작업장에서 운영하는 카페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부모연대를 알고 일 한지는 이제 3년째입니다. 그동안은 직장 다니느라 이런 단체가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또한 여러 복지혜택도 잘 몰랐는데 부모연대 가입하고 부모님들을 만나면서 많은 정보를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막내아들과 술 한잔하면서 누나 얘기를 하는데 ‘앞으로 내가 누나랑 같이 살아야 하느냐?’고 묻더군요. 머리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습니다. 그동안은 의도적으로 큰 아이의 미래를 생각도, 대화도 안 했습니다. 그래, 힘든거는 부모만으로 족하다. 다른 형제들에게는 짐을 주지 말자!
그때부터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으나 아직 길은 찾지 못했습니다. 성남은 올해부터 발달장애인 청년주택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여자아이다 보니 그것도 쉬운 결정이 아니더군요. 이렇게 엄마가 열심히 일하고 투쟁하다 보면 내가 죽기 전에는 좋은 결과가 나오겠지요? 요즘은 정부에서도 옛날에 비해서 매년 아이들을 위한 좋은 정책도 만들어 주는 것 같고요. 이런 결과가 우리 부모님들의 집회와 투쟁의 결과이겠지요.
사실 처음에는 화요집회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찾지 못했습니다. 매번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넋두리하면 무슨 변화가 생길까? 굳이 저 깊숙이 숨겨 놓은 내 맘속의 아픈 얘기를 끄집어낼 필요가 있을까? 이곳 주위 사람들은 ‘오늘 화요일 또 시작이구나!’ 피해를 주는건 아닐까? 저는 아직 덜 교육된 부모연대 회원일까요?
올해 들어 우리 큰 딸은 부쩍 나이 든 표시가 납니다. 소파에서 일어나면서 아구! 아구! 소리를 내고, 규칙적이던 생리도 불규칙적으로 하고, 머리카락은 하얀 새치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발달장애인들은 경증이든 최중증이든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혼자서는 살지 못합니다. 이젠 부모연대도 나이가 든 중·장년층 발달장애인 복지정책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부모가 우리 자식보다 하루라도 더 살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부모가 먼저 가더라도 우리 자식들이 좋은 환경에서 따뜻한 보살핌 받으며 본인들 수명대로 살아가는 세상이 빨리 오기를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
-2024년 9월 10일 오전 11시, 화요집회 91회차 중에서–
[더인디고 THE INDIGO]
반복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을 멈춰달라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삭발과 단식에 이어 고인들의 49재를 치르며 넉 달을 호소했지만, 끝내 답이 없자 장애인부모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2022년 8월 2일부터 ‘화요집회’를 통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더인디고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협조로 화요집회마다 장애인 가족이 전하는 이야기를 최대한 그대로 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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