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호의 마음가짐] 재활치료로 이룬 건강과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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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치료 ⓒ픽사베이
▲재활치료 ⓒ픽사베이
최병호 더인디고 집필위원
최병호 더인디고 집필위원

[더인디고=최병호 집필위원] 고등학생이 되면서 근육병의 진행으로 힘과 체력이 눈에 띄게 약해졌다. 책상에 앉아 수업만 들어도 집에 오면 녹초가 돼버렸고, 중학생 때 중위권을 유지하던 성적이 하위권으로 곤두박질쳤다. 학업에 흥미를 잃었지만, 독서를 통해 유익한 상식과 교양을 쌓으며 지낼 수 있었다.

또 다른 취미인 신문을 읽는 중에 근육병 재단이 있는 병원에 관한 기사를 발견했다. 어머니와 의논 끝에 그 병원에서 진료와 치료받는 생활을 이어 가기로 결심했다. 12년 정규교육을 내일이라도 정 힘들면 그만두자란 마음으로 하루하루 주어진 날을 작은 기쁨과 감사로 채운 것처럼,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건강관리와 규칙적인 활동을 위해 병원에 다니는 게 목표였다.

교복 차림으로 담당 교수님을 처음 뵙고, 처방전을 받아 일주일에 두 번씩 물리치료를 다니기 시작했다. 1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까지 치료실 여러 선생님의 능숙한 손길 가운데 자세 변형과 통증으로부터 날 지키며, 그분들과 마음을 나누고 친분을 두텁게 쌓았다. 20년 넘게 치료받았지만, 거창한 목표를 둔 적 없이 주어진 일과를 열심히 소화한 게 전부였다.

오전에 샤워와 식사를 마치고 채비하여 어머니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병원에 도착했다. 오후 첫 타임인 1시 30분에 치료사의 힘과 손길을 직접 받는 물리치료를 시작으로, 팔과 손의 감각과 조절을 돕는 작업치료를 거쳐서, 핫팩으로 다리를 찜질하고 초음파기기로 근육 깊은 부위까지 풀어줬다. 이 3단계의 과정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 해가 뉘엿뉘엿 저물곤 했다.

천성적으로 느리고 끈기가 부족한 내 힘으론 어려운 일이었고, 어머니의 꼼꼼한 준비성과 성실한 실행 덕분에 가능했던, 삶을 긍정으로 변화시킨 뿌듯하고 보람찬 결과였다. 나는 전적인 돌봄을 받으면서도 매일 반복되는 루틴의 효과를 어머니의 헌신과 작은 몸으로 놀랍도록 실감했다. 완치는 불가능해도 연약한 상태와 불확실한 환경 안에서 귀한 가능성을 구했다.

재활치료는 난치병이나 만성질환을 앓는 사람에게도 의미가 있다. 신체에 나타나는 통증과 구축을 지연시켜서 근육의 긴장을 풀고 자세의 불균형을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삶의 질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아픈 몸을 치료사의 전문적인 손길에 맡기면, 그가 쏟는 노력이 온몸으로 전해지며 왠지 안심하게 된다. 내 존재와 마음이 존중과 이해를 온전히 받는 기분이 들었다.

치료의 영역을 넘어 나를 가장 오래 치료해 주신 선생님의 소개로 장애인을 위한 맞춤 PC 사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대기업 후원과 복지관 연계로 교수님과 기술자, 복지사가 방문해 내 장애 정도와 요구를 살피고 들었다. 그 협력과 수고에 힘입어 누워서 편하게 컴퓨터를 이용하게 되었고, 사이버대학에도 진학해 더 늦기 전에 공부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이제는 자가호흡이 어려워서 물리치료를 받기 힘들어졌다. 그러나 20년이 넘은 세월의 풍경은 인생의 화양연화로 남아 여전히 아름답게 비춘다. 특히 한 번이라도 몸을 맡긴 선생님이라면 애틋한 그리움으로 남아서 나를 향해 미소를 건네고 계신다. 은퇴한 분과 이직한 분, 현장을 지킨 분 모두가 소중한 인연이자 친밀한 관계로 내 청춘에 온정을 아낌없이 나눠주셨다.

오랜 병원 생활로 세상과 사람을 체험했다. 근육병과 장애로 삶의 반경이 남들보다 좁을 수밖에 없어서 내게 허락된 것들을 당연시하거나 만나는 누구라도 소홀히 여기지 않고, 아끼는 책을 가까이 두고 반복해서 읽으며 지혜를 길어 올리듯 귀하게 환대하고 선한 영향력으로 통하려고 마음을 다했다.

재활치료사분들에게 아픈 몸을 온전히 맡기고, 그 손에 익숙해질 때마다 언어를 뛰어넘어 실제에 가까워졌다. 사람이 자기의 취약한 면을 솔직히 드러내는 건 매번 큰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존중과 이해, 사랑은 나를 담담히 내보이고 다가가는 순간에 시작된다. 그때 비로소 마음을 열고 반갑게 마중 나오는 상대가 나타난다. 누군가와 인연을 맺고 공감으로 닿는 건 눈부신 행복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

페이스북에 질병과 장애를 겪는 일상과 사유를 나누는 근육장애인입니다. 정상과 비정상,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물고, 공존의 영토를 넓히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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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 앍었습니다

페이스북 친구신청 부탁드립니다.
전 도저히 못찾겠습니다.ㅠ

구만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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