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형 장애인식개선교육,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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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전히 체험형으로 진행하는 교육 존재
  • 민간기관에서의 강사 양성에 대한 전문성 부족도 문제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A 지역 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센터)를 이용하고 있는 진석 씨(가명)는 최근 센터로부터 온 센터 소식지를 읽으면서 깜짝 놀랐다. 센터에서 A 지역 내 유치원과 고등학교를 방문하여 장애인식개선교육을 진행했는데, ‘체험형’ 교육을 했다는 것이다.

진석 씨는 “저도 현재 장애인식개선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요즘은 장애인식개선교육을 체험형으로 하는 경우는 잘 없는 걸로 안다”면서, “10년 전이나 그때라면 체험형으로 많이 했지만, 아직도 체험형으로 장애인식개선교육을 하고 있다니 솔직히 놀라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진석 씨는 “학생들이 눈에 안대를 착용하고 흰지팡이를 짚어보거나 휠체어를 타 보는 체험형의 교육이 과연 얼마나 장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그런 교육은 학생들에게는 장애에 대한 이해보다는 자칫 ‘놀이’처럼 잘못 전달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작 교육의 목적인 장애에 대한 인식개선을 달성하지도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현재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양성하는 장애인식개선교육 전문강사들에 대한 교육 커리큘럼 중 하나는 ‘사회적 장애인식개선교육’이다. 201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장애체험스쿨’과 같은 프로그램이 종종 운영될 정도로 장애에 대한 체험이 주된 콘텐츠였다면, 이젠 사회의 구성원인 장애인이 가진 ‘다름’을 이해하고 어떻게 함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진석 씨는 “센터는 활동지원서비스 사업을 하는 곳이라 이용하고 있지 여기서도 장애인식개선교육을 하는지는 몰랐다”며, “교육 진행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으나, 괜히 이야기했다가 저의 노파심인 것 같기도 하고, 센터로부터 안 좋은 이미지로 낙인 찍힐까 봐 선뜻 말을 못 꺼내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진석 씨는 “그래도 센터에서 지금까지 꾸준히 진행해 왔으니까 한편으로는 센터만의 교육 노하우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아쉬움이 드는 건 사실”이라며, “센터 소식을 접하면서 한국장애인개발원이나 한국장애인고용공단처럼 공공기관이 아닌 기관에서 진행하는 장애인식개선교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고 했다.

다른 몇몇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장애인식개선교육을 조사해 본 결과, 공공기관처럼 사회적 장애인식개선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A 지역처럼 여전히 체험형 장애인식개선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지역도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사들의 교육에 대한 모니터링을 보면 아쉬운 대목이 드러나기도 해 교육과 강사 선발과정에 대한 전문성 부족이 문제되고 있다. 장애인식개선교육을 하는 한 강사는 시각장애인의 안내견을 ‘강아지’라고 지칭하는가 하면,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을 가리켜 “걷지 않아도 되니 편하다”는 발언을 했다는 충격적인 내용도 있었다.

진석 씨는 “아무래도 장애인식개선교육이 법정의무교육이 되니까 여기저기서 사업으로 따내고 강사를 양성해서 교육을 진행하려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점 같다”고 지적하며, “교육을 듣는 사람들은 강사의 강의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는데, 이런 문제되는 교육으로 어떻게 우리 사회의 장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수 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진석 씨는 “민간기관이라고 해도 함부로, 또 아무나 강사로 양성될 수 없도록 철저하고 꼼꼼한 양성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그냥 의무교육을 하고 사업 수행과 실적에만 의미를 두려고 하지 말고, 정말 중요한 교육이라는 걸 인지하면서 제대로 된 강사 양성과정에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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