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례대로 해 온 수행평가, 각종 시험 반대합니다”
[더인디고 = 조경미 집필위원]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수행평가와 시험이라니… 중학교 입학 전까지는 크게 고민하지 못했다. 막상 내 앞의 상황이 닥치니 문제가 보인다. 이 고민은 쌍둥이가 중학교 입학 후 2학기를 맞이한 어느 날, 아이의 질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엄마, (특수학급에 내려가서 배우는) 국어, 영어, 수학 시험을 나도 봐야 해요?”
그 질문을 듣고 나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초등학교에서는 시험을 보지 않는다. 중학교 진학 후 1학기는 자유학기제로 시험이 없었고, 2학기에 처음으로 시험을 치르는데, 중간고사를 앞두고 아이가 질문을 한 것이다.
“나는 배우지도 않았는데.. 시험을 봐야한다고요…………?”
“아… 그렇지? 무슨 방법이 있지 않을까!”
사실 우리 아이가 시험을 본다는 것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다른 학생들은 다 보는데, 우리 아이는 시험을 안 볼 수가 있나? 혹시라도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니 시험이 면제되려나? 다른 방법이 있을까? 온통 물음표투성이다.
아이가 배우지 않았다고 말하는 건, 국어, 영어, 수학을 특수학급에서 공부하기 때문이다. 통합학급에서 배우지 않는 교과목 시험을 비장애 학생들이 보는 시험 내용 그대로 시험을 봐야 하는 것이다. 아이로서는 아주 당황스러울 것 같다. 생각해보니 아이의 말에 공감이 되었다. 배우지도 않는 내용을 왜 시험을 봐야 하는 걸까?
평가를 고민하다 보니, 수업에서 배우는 과정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교과수업 시간에 개별 특성을 고려한 수업 참여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일반학급에서 수업을 받았더라도 비장애 학생들과 똑같이 시험을 본다는 것은 애초에 불공평한 것이 아니었을까? 아이의 수준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성취 수준이 다르기에 비장애 학생과 똑같은 시험지로 시험을 보는 자체가 아이로서는 불공평한 것이 아닌가? 그러고 보니 수행평가도 어떻게 참여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학생 수준에 맞게 개별적으로 평가조정해서 수행평가에 참여하고 있었던가? 누구나 참여해야 하니 특수교육 대상 학생도 똑같이 참여하라는 것은 참여의 기회만 제공할 뿐이지, 성취 기준과 수행 내용이 비장애 학생 수준에 맞게 구성된 것이라면 애초에 그 평가에 참여할 수 없게 세팅된 구조이다. 기회만 제공되었을 뿐 참여할 수가 없다.
학교에서 아이는 평소 수행평가에 어떻게 참여하고 있을까? 학기 중 여러 차례 이뤄지는 수행평가를 자녀가 참여하는지 안 하는지 학부모가 알기는 어렵다. 이름만 쓰고 내는지, 참여하지 않았기에 ‘최하점의 차하점을 받는지’ 알 수 없다.(결시자 인정점 처리 방법에 미인정 결석 등인 경우 해당 학년 해당 과목 최하점의 차하점(-1)을 주도록 규정되어 있다.) 아이가 집에 와서 말해주지 않으니까.
아이가 질문하지 않았더라면 나조차도 하지 못했던 고민이다. 일상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수행평가 및 정기 고사라는 ‘평가’에 장애 학생이 ‘참여’하는 것에 대해 우리 사회의 고민이 닿지 않은 것 같다.

지난 9월 8일 일요일 오전, 수업 참여와 평가에 대해 고민하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김민진 특수교사를 모시고 공릉중학교에서 이뤄지는 ‘수업과 평가’ 내용에 관한 교육을 진행했었다. 말로만 듣던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수업 참여와 평가조정 관련하여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실제 사례를 들을 수 있었다. 사실 수업과 평가는 선생님들의 고유 권한이기에 학부모는 잘 알 수 없고, 말하기 조심스럽다. 다만, 이날 교육에서 들은 실제 사례를 듣고 나니, ‘이렇게도 가능하구나!’라는 생각에 충분한 지원만 있으면 장애학생도 수업과 평가에 참여할 수 있다는 사례를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이다.
김민진 선생님은 수업과 평가에 장애학생을 비롯한 다양한 교육적 요구가 있는 학생 모두의 참여를 위해서 학교 현장에 교사 추가 배치, 일반교사와 특수교사의 협력, 학교 전반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 관리자의 통합교육에 대한 지지가 중요하며, 이 모든 것이 시스템화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에 있는 이 중학교는 서울시교육청의 ‘더공감교실’ 지원으로 특수교사 한 명이 추가로 배치되어 있다. 교사 한 명이 더 배치된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변화를 불러왔다. 학생들의 통합학급 수업 참여를 위해 특수교사와 교과 선생님이 일상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한다. 수업에서의 협력은 교과 선생님과 특수교사가 공동으로 수업 설계를 하고, 보편적 학습 설계를 통해 모두를 위한 수업이 가능하도록 준비한다. 보편적 학습 설계로 수업한다는 것은 다양한 자료를 제공하고, 다양한 행동과 표현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표현 수단을 제공하고, 다양한 참여 기회를 보장하는 것, ‘같은 자료라도 다양한 방식과 또 다른 수준으로 수업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것은 특수교사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교과 선생님과 함께 한다는 것에 감동했다. 수업에서 협력을 하니, 평가에서도 협력할 수 있었다. 모두를 위한 수업과 함께 모두를 위한 평가라니 정말 놀라웠다.
더군다나 놀라웠던 점은 이 학교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특수학급에서 수업을 받으면 특수교사가 수행평가를 실시한다는 점이었다. 또한 교과목마다 수행평가를 시행하기 전 특수교사와 함께 협력하여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참여를 위해 고민하는 것이 ‘학업성적관리규정’에 명시되어 있다. 아래는 공릉중학교 학업성적관리규정이다.

교육부 2024년 특수교육 운영계획에 따르면 ‘정당한 교육편의 지원 강화’ 내용에서 시도교육청의 학업성적관리 시행지침에 따라 학교별 학업성적관리규정에 장애학생 평가조정 규정을 정하여 시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다만 교육부의 이 내용이 구체적이지 못해서 학교 현장에서는 시각·청각·지체장애학생들에 대한 평가조정 외 발달장애학생에 대한 평가조정에 대한 고민과 지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시도교육청 홈페이지에서 학업성적관리규정을 확인할 수 있으며,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학업성적관리지침이 궁금하다면, 학교정보공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런 근거를 바탕으로 학교 현장에서 장애학생의 평가조정에 대해 고민하고 시도하는 특수교사와 일반교과 선생님들, 관리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변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아닐까? 학교 현장에 지원만 하면 할 수 있다!
어떻게 평가조정을 하는지는 앞으로도 많은 고민과 준비가 필요하다.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현장에서의 고민과 실천에 그저 가슴이 뛰었다. 컨디션이 안 좋아질 것을 대비하여, 컨디션이 좋은 날 미리 영상으로 찍어 발표를 대신하거나, 영어를 좋아하는 학생이라면 무작위 영어 지문 대화하기 수행평가 대신 정해진 스크랩으로 대화하기, 단체 줄넘기를 못하는 학생이 개인 줄넘기를 하는 방식의 변화, 음악 합주 방식의 변화 등 한 학생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이 학생을 어떻게 참여하게 할 수 있는지 특수교사와 교과교사가 함께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감동 스토리였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무언가를 하는 것에 대한 기대가 없는 것보다, 어떻게라도 함께 참여하기 위한 모두의 고민과 기다림이 학교에서 이뤄지길 바란다.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아직 고민이 부족하여 아쉬웠지만, 이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만난 공릉중학교의 모두 참여수업과 평가조정 가능성에서 희망을 보았다. 평가도 교육과정의 일부라는 원칙을 가지고 장애학생의 평가조정 및 참여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구나!
학교에서 장애를 가진 학생을 평가할 때도 개별적 특성에 맞게 참여시켜 달라! 의욕과 학구열 넘치는 학부모라고 할지 모르겠다. 한 가지 분명한 건 특별한 교육적 요구가 있다고 선정된 이 학생들이 평가와 시험에서 만점을 받기 위해서 어떤 혜택을 달라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점은 평가조정은 정당한 편의지원의 한 부분이란 것이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다. 또한 이러한 요구는 교실 안에 투명 인간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에 함께 존재하는 한 학생으로서, 이 학생이 학기 초 세운 성취 목표에 따라 평가받고, 한 걸음씩 성장해 나가는 과정으로써의 평가가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생애 처음 시험을 볼 두 아이에게 말해주고 싶다.
“배우지 않아 모르는 것을 못 푸는 것은 너희들 잘못이 아니야. 시험 못 봤다고 기분 나빠하지 말고! 일단 해야 한다니, 우리 잘 찍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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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대합니다. 기존 관례대로 해 오던 모든 것들을. 특수교육 대상 학생에 대한 어떠한 기대도, 지원도 없이 이뤄지는 각종 수행평가 및 시험을 반대합니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을 위한 평가조정 및 나아가 대안평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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