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각장애 있다고 메일로 회신한다면서 전화
- 단 한 번 전화했으면서 수 차례 전화했다고 거짓말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최근 모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사업을 수행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장애에 대한 몰지각한 담당자로 인해 큰 스트레스를 받았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더구나 그 담당자는 장애인단체에 근무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장애감수성은 제로, 아니 마이너스에 가깝다고 할 정도로 불쾌감과 언짢은 등의 감정을 동시에 가져다 주고 있다.
#1. “메일로 연락하겠습니다.”
지원사업에 선정된 후 사업 관련 교육을 들으러 갔는데, 교육을 들으러 온 선정자들에게 담당자가 명함을 나눠 줬다. 그 명함을 본 순간, 퍼뜩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명함에 담당자의 개인 연락처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자로 일하면서 수많은 명함을 교환했지만, 명함에 개인 연락처가 없는 건 극히 드문 경우다.
아닌 게 아니라, 사업에 선정된 후 담당자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아야 하는데, 기자는 시청각장애가 있기 때문에 전화통화가 어렵다. 그래서 문자나 카카오톡 또는 메일로 연락하는 게 편하다. 하지만 담당자의 명함에는 개인 연락처가 없기 때문에 담당자와 직접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은 메일뿐인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기자의 불길한 예감은 현실에 딱 적중하고야 말았다. 교육이 끝난 후 사업 수행을 위해 필요한 내용을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냈는데, 제대로 메일 확인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며칠이 지나도 수신확인이 되지 않자, 활동지원사를 통해 담당자에게 전화해서 메일을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활동지원사의 전화를 받고 나서야 담당자는 메일을 확인했다. 그리고 회신이 왔는데, 정말 황당하기 그지없는 내용이었다.
“수차례 연락을 드렸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담당자의 명함에 적힌 전화번호로 기자에게 걸려온 전화는 딱, ‘한 번’이었다. 한 번 전화했으면서 수 차례 전화했다고? 더군다가 사업 선정 후 교육을 들을 때 문자통역을 받는 것도 봤을 텐데, 이런 식의 메일을 회신 받으니 앞으로가 캄캄했다. 그래도 사업 수행을 해야 하기에 침착하게 기자가 시청각장애가 있어서 전화 통화가 어려우니 메일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재차 회신을 보냈다.
지금까지 담당자와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그나마 가장 마음에 드는 건 기자가 재차 보낸 메일을 금방 확인하고 회신을 보내줬다는 것이다. 앞으로 메일로 연락 드리겠다고. 제발 그렇게만 업무를 했다면 아무 일이 없었을 테고, 기자도 큰 지장 없이 원활하게 사업 수행에만 집중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자의 기대는 보기좋게 빗나갔다.
#2. “박관찬 씨가 청각장애가 있나요?”
이후 처음 연락했을 때보다 훨씬 중요한 건으로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냈다. 그런데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메일을 보낸 지 6일이 지나도록 메일에 대한 회신이 오지 않았다. 결국 활동지원사에게 한 번 더 전화를 해달라고 요청했는데, 마침 그 시간이 저녁 6시가 임박해 있는 바람에 다음날 전화를 부탁하기로 했다.
그렇게 다음날, 즉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낸 지 일주일 만에 활동지원사가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는데, 진짜 어떻게 이런 사람이 있을 수 있나 싶었다. 담당자는 (활동지원사의 전화를 통해) 왜 메일로 회신하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수 차례 전화를 했지만 (기자가) 받지 않았다’고 한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일주일이 되도록 단 한 번도 전화온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바로 그 다음 활동지원사를 통해 전달받은 담당자의 말은 기자의 속을 아주 뒤집어놨다.
“그런데 박관찬 씨가 청각장애가 있나요?”
처음 메일을 보냈을 때 분명히 청각장애가 있어서 메일로 소통하길 원한다고 했고, 담당자도 그렇게 하겠노라고 회신을 했다. 그런데 지금 뭐라고 하는 건가? 청각장애가 있냐고? 다시 활동지원사를 통해 지난번에 다 메일로 설명했는데 무슨 말이냐고 하니까, 자기가 담당하는 사람이 많다는 ‘핑계’를 댄다.
아무리 담당하는 사람이 많아도 업무 메일을 일주일씩이나 활용하지 않는 건 분명 업무태만이다.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또 이 사업 특성상 다른 선정자들도 정확한 내용 전달을 위해 메일을 사용할 수도 있을 텐데, 그렇다면 다른 선정자들이 보낸 메일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걸까?
개인 번호가 없어서 명함에 없어서 메일로만 소통이 가능한데, 일주일씩 메일을 보내주지 않으니 사업 수행이 제대로 될 리 없다. 더구나 한 번도 전화한 적 없으면서 한 번도 아니고 수 차례나 전화했다는 뻔한 거짓말도 늘어놓는 게 담당자다. 피노키오가 따로 없다.
이 사업은 그동안 청각장애인이 응모한 적이 없는 걸까. 어지간히 답답해야지 정말 속이 터져서 제대로 사업을 할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 게다가 장애인단체에서 근무한다는 사람이 어떻게 이런 장애감수성으로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건지 기가 찰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기자 외 다른 선정자들은 이 담당자로 인해 스트레스 받는 일이 없는지 궁금하다.
적어도 장애감수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담당자라면 (정말 수 차례 전화를 했다면) 전화를 받지 않으면 문자나 메일을 보냈을 것이다. 전화가 되지 않아서 문자나 메일 보낸다고 하며 통화 가능할 때 전화해 달라고 할 것이다. 또 자기가 담당하는 사람이 많으면 그 사람들을 장애유형별로 나누어 소통 방법을 인지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 담당자는 거짓말로 다 덮어 버렸다.
계속 거짓말하면 피노키오처럼 코가 길어지고, 장애 감수성도 계속 마이너스로 치닫게 될 것이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