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달장애인은 꼭 동행인이 있어야 택시 탑승해야 하나?
- 발달장애인을 혼자 이용이 어려운 경우로 지정한 규정도 있어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발달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은경(가명) 씨는 평소 아이의 치료실에 함께 간다. 그런데 하루는 다른 일정과 겹치는 바람에 아이와 치료실에 함께 가지 못하게 되었다. 은경 씨는 고민 끝에 아이를 혼자 택시에 태워 보내고, 치료사에게 부탁해 아이를 태운 택시가 도착하는 곳에 픽업을 해 달라고 했다.
그런 뒤 은경 씨가 어플로 호출한 택시가 집 앞에 도착하자, 은경 씨는 아이를 택시 뒷좌석에 태우며 기사에게 말했다.
“아이가 발달장애가 있는데 그냥 목적지까지 데려다주시면 돼요. 요금은 자동결제 되니까 목적지까지만 잘 데려다 주세요. 목적지에 가면 선생님이 기다리고 계세요.”
고개를 돌려 아이를 힐끗 쳐다본 기사는 은경 씨에게 말했다.
“아이 혼자는 안 됩니다. 보호자가 동반 탑승해야 됩니다.”
“제가 사정이 생겨서 동행하지 못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하게 되었어요. 그냥 목적지까지만 가 주시면 돼요.”
“발달장애인 혼자는 태울 수 없습니다.”
한동안 기사와 옥신각신 한 끝에 은경 씨는 결국 아이를 택시에서 내리게 하고 택시 호출을 취소했다. 그리고 치료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날 치료 일정도 취소했다.
은경 씨는 “장애인콜택시가 아니라서 기사가 탑승을 거부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경험상 장애인콜택시 기사 중에도 발달장애인 혼자는 탑승이 어렵다고 한 적이 있다”고 설명하며, “발달장애인은 반드시 보호자와 동행 탑승해야 한다는 건 너무 일괄적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아쉬워했다.
은경 씨의 설명인즉 발달장애인이라도 다 장애 정도가 심한 유형만 있는 게 아니고, 택시기사의 운전에 위험을 야기할 유형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발달장애’라는 타이틀 하나만으로 반드시 보호자와 동행해야 한다는 규정을 정하거나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은경 씨는 “아직 지하철이나 버스처럼 대중교통을 혼자 이용하기 어려운 아이에겐 부모가 부득이한 상황에 놓일 경우 이동 지원에 대한 고민을 하곤 한다”면서 “치료실이 차량 운행을 해주는 것도 아니고 활동지원사와 같은 지원인력은 이동지원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이어 은경 씨는 “우리 아이는 자동차 타는 것을 좋아해서 지금까지 차를 타면 한 번도 상동행동을 한 적 없고, 창문을 보며 얌전히 잘 앉아 있는다“고 강조하며 ”발달장애인 개개인의 특성을 좀 더 세밀하게 고려한 택시 이용 규칙과 장애에 대한 인식이 되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장애인콜택시를 운영하는 몇몇 지역의 이용규칙을 살펴본 결과 발달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동행인이 함께 탑승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지적장애인과 자폐성장애인 등 발달장애인을 아예 보행이 불편한 장애인 등과 함께 ‘혼자 택시 탑승이 어려운 자’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발달장애인도 꾸준한 연습을 통해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을 혼자 이용하는 경우가 있듯이 택시 또한 혼자 이동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장애 정도가 심한 발달장애의 경우에는 택시기사의 운전에 위험이 되는 등 여러 변수가 있으므로 동행인이 함께 탑승해야 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모든 발달장애인이 그런 유형에 해당되는 게 아님에도 일괄적으로 ‘동행인 탑승 의무’를 강제하고 있는 것은 발달장애인의 이동권을 제한하는 규정이 될 수 있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