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최근 업무 관련하여 담당자의 장애에 대한 몰지각한 이해로 굉장히 기분이 언짢았던 적이 있고, 현재도 진행중이다. 심지어 담당자는 장애인단체에 근무하는 사람임에도 장애감수성이 제로에 가까웠을 뿐만 아니라 본인이 담당하는 업무에 대한 인지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게 드러나서 답답하기만 하다.
이 담당자는 기자가 업무를 위해 갔던 면접에서 처음 만났는데, 면접을 볼 때를 시작해서 교육을 들을 때도 속기사와 동행하여 문자통역을 받았다. 기자와 함께 면접을 보고 교육을 들은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문자통역을 받는 청각장애인이라는 걸 보지 못했을 리 없다. 심지어 면접 때는 (기자가 청각장애가 있다는 걸 알고) 면접 시간이 좀 더 연장되니 문자통역을 위한 세팅이 준비되면 알려달라고 직접 말하기도 했다.
기자는 담당자와 직접 연락하고 싶은데 담당자의 명함에는 핸드폰 번호가 없어서 메일로만 직접 연락이 가능하다. 그래서 청각장애가 있기 때문에 메일로 직접 소통하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담당자도 메일로 연락하겠다고 회신을 보내줬다. 하지만 그 회신은 담당자가 하는 거짓말의 시작이었다.
담당자의 연락이 있어야 진행되는 업무 특성상 기간과 시간이 중요한데, 일주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연락이 없어서 활동지원사를 통해 담당자에게 전화해서 왜 연락을 안 주는지 물어봤다. 그런데 담당자는 기자에게 ‘수 차례’ 전화를 했으나 받지 않았다고 한다. 핸드폰의 통화기록을 보니 담당자의 회사 번호로 전화가 온 것은 단 ‘한 번’이었다. 더 기가 막힌 건 다음이었다.
“그런데 박관찬 씨에게 청각장애가 있나요?”
본인이 분명히 메일로 기자가 청각장애가 있다는 걸 인지하고 메일로 소통하겠다고 해놓고 하는 말이라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청각장애가 있어서 메일로 연락해달라고 요청했고, 본인도 그러겠노라 했으면서 무슨 말이냐고 물으니까 본인이 담당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렇단다. 정말 담당하는 사람이 많아도 스스로 메일로 소통하겠다고 했으면서 그럴 수 있을까, 또 전화를 한 번 했으면서 수 차례 했다고 거짓말하고, 연락이 안 되면 다시 시도하거나 문자나 메일을 보내야 하지 않았을까? 기자가 활동지원사를 통해 먼저 연락하지 않았으면 일주일이 넘었는데 담당자는 과연 언제쯤 연락을 주려고 했을까 궁금해진다.
그렇게 또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업무가 진행되는 속도가 너무 느리니까 기자는 또 활동지원사에게 지원을 요청해서 담당자에게 왜 연락이 없는지 확인해달라고 했다. 이번에도 담당자는 자신의 무능함, 부족한 장애감수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야 말았다.
활동지원사가 전화로 문의하자 담당자는 문의한 내용에 대해 확인해보고 알려주겠다고 활동지원사의 연락처를 물었다. 활동지원사는 왜 자기 번호를 알려줘야 되냐고, 지금 누구랑 일하시는 거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담당자는 그럼 박관찬 씨에게 전화하면 되냐고 물었단다. 아직도 기자에게 청각장애가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한 걸까.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금 기자와 담당자 간의 업무를 10월 말까지 끝내야 하는 상황이라서 시간이 많지 않다. 기자가 그 부분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활동지원사가 담당자에게 말하자, 담당자는 10월이 아니고 11월 말까지라고 기간 여유가 있는데 무슨 말이냐고 오히려 활동지원사에게 반문했단다. 활동지원사는 기자와 담당자 간의 업무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통화 후 기자에게 담당자와의 통화내용을 전달해줬다.
하지만 기자가 알고 있는 기간은 분명히 11월이 아닌 10월이었고, 상세하게 활동지원사에게 설명해줬다. 활동지원사가 다시 담당자에게 통화한 결과, 11월이 아닌 10월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담당자가 자신의 업무에 대해서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자에게 청각장애가 있다는 사실이 참 아쉽게 다가왔다.
소위 말하는 ‘개싸움’을 활동지원사처럼 다른 사람을 통하지 않고 직접 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기자의 업무이기에 기자가 직접 소통하고, 담당자의 업무수행에 대한 부실한 부분을 직접 문의하고 직접 항의하며, 텐션을 높이고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낸다던가 하는 상황이 필요하다면 직접 그렇게 하고 싶기 때문이다. 물론 활동지원사도 기자가 원하는 내용을 충분히 잘 전달했고 기자가 원하는 답변도 받아줬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담당자의 무능함으로 인해 활동지원사도 불필요하게 짜증나는 감정을 가지게 된다. 활동지원사가 고마우면서도 괜히 미안해진다.
마음 같아서는 담당자를 찾아가서 직접 얼굴을 보고 말로 따지고 싶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역시 통역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원활한 개싸움이 되기는 쉽지 않다. 상대가 말하는 걸 기자에게 통역해주는 사람도 상대방의 말과 분위기 등을 통역해주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릴 수 있고, 그럴수록 기자와 상대방의 개싸움은 중간에 소강 상태를 맞는다는 등 자연스럽게 개싸움이 이어지지 못할 수도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기자가 찾아가서 하고싶은 걸 말하고, 담당자는 직접 기자의 손에 글로 적어주거나 컴퓨터에 기자가 볼 수 있는 만큼 큰 글씨로 타이핑을 해서 하고싶은 말을 하며 소통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봐온 담당자의 장애감수성을 보면 그렇게 일대일로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래서 기자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글로써 개싸움하는 게 최선일지도 모른다. 글은 삭제하지 않는 이상 계속 남아 있고 다른 사람들도 열람이 가능하면 기자의 상황에 대해 공감을 받거나 조언을 받을 수도 있으니까 이점도 있다. 하지만 강하게 항의하고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상황을 기자가 직접 하지 못하고 다른 이를 통해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과정은 아쉬운 게 사실이다.
이번 기회에 기자가 가진 장애의 여건 속에서도 원활하고 자연스럽게 개싸움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봐야겠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