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재활협회와 신한금융그룹이 주최하는 해외연수 프로그램,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19기 자유연수팀 ‘알레(alle)’는 독일어로 ‘모두’라는 이름에 ‘모두를 위한 고등교육’을 향한 장애청년 인권활동가들의 벅찬 소망을 담았다.
곧 설립될 고등교육지원센터에 장애청년 당사자의 제언을 위해 8박 10일 동안 베를린과 라이프치히를 방문한 alle 팀의 여정을 총 6편의 기고문으로 소개한다.
[글=alle팀 홍보담당 이지예] 알레팀은 이경준 교수(중부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필두로, 장애청년 4인(이현규, 윤여운, 조재현, 황준환)과 비장애청년 2인(권민지, 이지예), 행정요원 2인(조지윤, 송승준), 활동지원사 1인(한명숙)으로 구성되어 있다. 팀의 장애청년인 이현규, 윤여운, 조재현, 황준환은 각각 ‘수정체 제거로 우안 실명’, ‘선천적 근위축증 및 관절구축’, ‘시신경 약화로 좌안 실명 및 우안 저시력’, ‘좌수 상지 절단 지체장애’를 갖고 있으며, 이들은 평소 전국 장애대학생회 연합인 ‘장애인권대학생청년네트워크’에서 활동하며 고등교육 개선을 위한 방향성을 탐색하고 고등교육에서의 포괄적 접근성을 보장하는 방법을 한국에 제언하기 위해 이번 연수팀에 공동으로 지원하여 선발되었다.
연수팀이 방문한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장애인권에 대한 진보를 이루고, 정부가 중심이 되어 고등교육 체계를 정비한 국가라는 특징을 가진다. 특히 베를린과 라이프치히는 한국 민주화와 거의 동시대에 이뤄진 독일 재통일 이후 대륙법계 및 사회주의법계의 상이한 복지 및 교육체계가 혼합된 지역으로, 한국의 빠른 사회변화에 따른 적절한 장애인 고등교육 지원 프로그램을 제언하기 위해서는 이들 지역에서 발견할 수 있는 노력과 시행착오가 좋은 이정표가 된다.
특히, 이번 알레 팀이 집중적으로 탐색한 독일의 장애인 고등교육은 장애인권리협약에 기초한 장애주류화 정책을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장애주류화란 기존 장애인복지에서 주창된 장애인복지의 시혜적인 성격을 넘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평등 및 기회균등을 통해 완전한 사회통합을 보장하기 위한 전략으로서, 고등교육에서는 장애청년이 장애에 구애받지 않고 고차원적인 직무 및 학술적 능력을 갖춘 계층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8월 11일 독일 연수의 시작, 열정 가득한 마음을 품고 첫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리는 특수교육대상자의 독한이민자 학부모와의 연락을 통해 인터뷰 허락을 받고, 베를린 한인교회인 순복음교회로 향했다.
특수교육대상자의 학부모이자 34,122명의 파워 블로거인 로즈는 흔쾌히 우리를 초대해 인터뷰에 응해줬다.
뿐만 아니라 로즈는 한국 이민자들, 한국 유학생들을 포함해 독일의 문화, 장애인생활을 직접 경험한 12명의 청년들을 모아주었다.

독일은 비교적 ‘개인주의’가 강하기 때문에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에 뚜렷한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장애인 역시도 그저 다양한 사람 중 한 명일 뿐, 비장애인과 구분하여 특별히 무엇을 배려하거나 도와주어야 하는 대상자로 교육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법정의무교육으로 장애인식개선교육을 시행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장애인을 특별히 도와주어야 하는 사람’으로 인식하게끔 되어 있다.
더불어 역사교육을 통해서도 자연스럽게 장애에 대해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나치사회 속에서 장애인을 ‘비정상’의 범주로 치부하고 학살한 과거를 지탄하며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교육을 통해 어릴 때부터 ‘장애’의 개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민자와 유학생 12명 중 10명이 ‘배리어프리’라는 개념을 알고 있으며 대다수가 관심이 있었다.
그중 베를린 공대에 재학 중인 청년은 실제로 학교 내에서 배리어프리 캠페인 활동이 주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보았으며 학교에서 엘리베이터가 작동하지 않으며 반드시 전화번호나 다른 이동방법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또한 공공기관에서는 정보를 안내할 때 비교적 쉬운 언어를 사용하고, 앱이나 전광판에 쓰이는 요소 또한 상징적인 것으로 구성하여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정부와 사업자, 더불어 독일 전체가 배리어프리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느낌이었다.
이야기 중에 가장 놀란 점은 ‘월세방’에 관한 것이었다.
한국의 대학가 원룸촌은 대부분 오르막길에 있거나,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없는 등 접근성이 편리하지 못하다. 그래서 한국의 장애청년들은 독립을 희망함에도 접근할 수 있는 방을 찾기 쉽지 않다.
그런데 독일의 경우에는 방의 정보를 제시할 때, ‘휠체어 가능’이라는 문구를 써넣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휠체어 접근이 유효한 방이 보장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이는 단순 주거접근성을 넘어 장애인 자립의 기반이라고 여겨졌다.
특히 취업이나 진로 부분에 있어서는 아주 큰 차이를 보였다. 한국의 경우 2023년 대학 진학률이 76.2%로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할 만큼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지만 독일은 아우스빌둥이나 직업교육체계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대학교를 가지 않아도 된다고 여긴다. 다운증후군을 가진 아이의 학부모인 ‘로라’ 또한 굳이 대학교에 보내야겠다는 생각은 없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직업교육을 통해 자립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연수의 시작으로 한국 이민자들이 체감하는 한국과 독일의 장애인식의 차이를 들으니 앞으로의 연수에서 우리가 묻고자 하는 것의 방향성을 정립할 수 있었다.
알레 팀의 첫 인터뷰 성료는 전반적인 독일 사회를 살펴보는 시간이었다. 독일 사회의 모습을 기억하고 앞으로 알레 팀의 이야기를 기대해 주시길 바란다.
[더인디고 THE INDI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