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트는 위험하지 않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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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의 전경
올해 한국프로야구는 천만 명의 관객을 동원할 만큼 팬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그 팬들 중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을 시각장애인은 어떻게 야구를 관람할까. ©이관석 작가
  • 투구의 종류와 타격의 결과가 다양하기에 시각장애인에게 매력적인 스포츠, ‘야구’
  • 장애 감수성 있는 중계와 해설이 이뤄졌으면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요즘 한국시리즈가 한창이라 가을야구 분위기가 뜨겁다. 올해는 프로야구 출범 후 첫 천만 관객을 돌파한 시즌으로 기록될 정도로 프로야구는 야구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대망의 한국시리즈를 통해 올해 대장정의 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시점에서 시각장애인의 프로야구 관람을 곁에서 지켜봤다.

남석 씨(가명)는 열렬한 기아 타이거즈 팬이다. 기아의 경기는 빠짐없이 챙겨 보는데, 마침 올해는 기아가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해 한국시리즈에 직행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들뜬 마음으로 야구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그런데 남석 씨는 시력을 모두 상실한 전맹 시각장애인이다. 투수가 던지는 공의 구종, 타자의 스윙, 타격했을 때 수비나 주루 등 여러 과정에서 세밀함이 요구되는 프로야구를 남석 씨는 어떻게 관람하는 걸까.

“오히려 시각장애인에게는 프로야구가 그 어떤 종목보다 즐기기 좋은 스포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투수가 던지는 구종이 다양하니까 무슨 공을 던졌는지, 구속이 얼마나 나왔는지,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 확인하며 볼카운트를 계산하는 것도 재미있고요. 또 타자가 타격을 했는지, 헛스윙을 했는지, 그냥 지켜보는지. 그리고 타격했을 시에는 공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안타인지 땅볼인지 뜬공인지 홈런인지 등 결과가 다양하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실제 남석 씨는 한국시리즈 1차전 기아의 선발투수로 등판한 제임스 네일 선수의 구종 중 ‘스위퍼’라는 것에 대해 여타 야구팬 못지않게 유연하게 설명했다. 스위퍼의 회전이 정말 잘 될 때는 타자들이 치기 어려운데, 삼성 타자들이 정말 쉽게 못 치는 구종이라고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6회초 네일 선수의 주무기인 스위퍼가 김헌곤 선수에게 통타당해 선제 솔로홈런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야구를 관람하는 건 정말 재미있는데, 시각장애인은 아무래도 해설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잖아요. 그러다보니 해설하는 위원에 따라 경기의 흐름이 잘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어떤 해설위원은 경기상황을 제법 상세하게 해설하는데, 다른 해설위원은 선수 출신이다 보니 해설 중간에 자기 경험을 이야기하니까 정작 경기의 흐름에 대한 해설을 한 박자 놓칠 때가 있거든요.”

비시각장애인은 그렇게 해설위원이 본인의 경험을 이야기해도 눈으로 경기를 보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은 경기를 눈으로 보고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경기에 대한 온전한 해설이 아니면 경기의 흐름을 놓치거나 한 박자 늦게 알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남석 씨는 프로야구 등 프로스포츠 경기를 해설하는 이들에게 장애 감수성이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만큼 자격이 있으니까 해설위원을 하는 거겠지만, 저를 비롯해 시각장애인 중에도 프로야구 팬인 사람들이 여럿 있습니다. 그런 만큼 경기를 해설할 때 시각장애인 야구팬들도 해설위원들의 해설을 들으며 경기를 보고 있다는 걸 꼭 알려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시각장애인들이 경기의 흐름을 잘 이해하면서 경기를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남석 씨가 프로야구 경기를 접하면서 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가장 궁금한 건 ‘번트’라고 했다. 투수가 던지는 공을 타자가 전형적인 타격 자세로 스윙하지 않고, 몸을 숙여서 배트를 갖다대 공이 배트에 맞도록 하는 기술. 눈으로 보이지 않고 설명만으로 머릿속에 그려보는 번트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단다.

“광속구 투수가 던지는 공을 진짜 빠를 텐데, 스윙하지 않고 배트를 갖다대서 공이 배트에 맞도록 한다는 게 위험하지 않을까요? 배트가 아니라 공이 손이나 타자의 몸에 맞을 수도 있잖아요. 공이 날아와서 배트에 정확하게 맞으면 스윙한 게 아니니까 공은 뻗어나가지 않고 그라운드에 툭 떨어지고, 그 상황에서 타자는 1루로 전력질주하는 모습도 선뜻 자연스럽게 그려지진 않아요. 희생번트처럼 선행주자를 보내기 위한 작전이나 스퀴즈번트처럼 득점을 위한 경우도 있는데, 제 기준에서는 번트가 야구에서 참 신기한 타격기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번트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남석 씨는 프로야구 원년 시절 김재박 선수의 ‘개구리 번트’를 언급했다. 기자가 찾아보니, 김재박 선수가 번트를 하기 위한 동작을 취했다가 투수가 투구한 공이 너무 바깥으로 빠지자, 개구리처럼 폴짝 뛰어서 바깥으로 빠지는 공에 번트를 댔다고 한다. 기자가 번트 동작을 직접 취하고, 남석 씨가 기자의 몸을 더듬어 어떤 동작인지 느껴볼 수 있도록 해줬다. 남석 씨는 이해하면서도 이 동작이 자칫 타자를 다치게 하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

“타자가 큰 타구를 날렸는데, 외야수가 달려나와 멋지게 다이빙해서 잡아내며 타자를 아웃시켰다는 해설을 들으면 진짜 두 가지 생각이 막 떠올라요. 명장면이라고 하니까 정말 간절히 그 장면을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싶고, 또 한편으로는 제가 응원하는 팀 선수가 그런 호수비를 보여주면 스트레스가 싹 풀리기도 하고요. 이렇게 프로야구는 정말 매력 넘치는 스포츠입니다. 시각장애인도 잘 즐기고 있기 때문에 비시각장애인과 요즘 가을야구에 대해 이야기해도 전혀 밀리지 않아요.”

그러면서 남석 씨는 시각장애인들이 프로야구 경기에 조금 더 접근이 용이해질 수 있도록 한국야구위원회에서 장애 감수성을 많이 고려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시각장애인을 고려한 해설과 중계, 더 나아가 경기중 심판의 발언도 가능하다면 핵심만 딱 말하기보다 좀 더 상세하게 설명하며 경기를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럼 더 많은 시각장애인 야구팬들이 경기를 관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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