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디고=조미영 집필위원] 자폐성장애인 아들은 우리 집 리모컨이다. 집 안에서의 사소한 심부름이나 가사 일은 아들이 없으면 많이 불편하다. 커튼이나 창문 열고 닫기와 빨래하기 등 무엇보다 내 일손을 거들어 주고 있다.

언젠가부터 꽈리고추 꼭지 따는 걸 가르쳤더니 처음엔 고추를 반으로 잘라 놨다.
여러 번 실패를 거듭하다가 끄트머리만 잘 따면서부터 자폐 특유의 모습, 나란히 줄 세우기를 시현했다. 꼭지는 뭉쳐서 한곳에 모아두고 고추는 겹치지 않게 줄을 세우는데 의도를 가지고 만든 작품처럼 보였다. 양이 많으면 기역자나 디귿자를 만들었다.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더니 반응이 재미있어 한동안 꽈리고추는 자주 식탁에 오르는 고정 반찬이 되었다. 밀가루 입혀서 찌고 갖은 양념으로 무쳐내면 한 접시가 금방 비었다.
4년 전 일본에 거주하는 임용재 교수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들의 사진을 본인이 만들 책의 표지로 쓰고 싶다고 했다. 자폐인의 습관? 쯤으로 생각했던 일이 작품으로 거듭날 기회라 생각해 그저 기쁜 마음으로 승낙했다. 임용재 교수는 지체장애인 당사자로 현재 일본 국립대학에서 14년째 지체장애와 중도중복장애 학생의 교육과 지원을 가르치고 있다.
코로나로 세상이 멈추면서 잊고 있었는데 드디어 책이 도착했다. 책 제목은 ‘지체장애인의 자립과 사회참여’. 책 표지에 있는 사진이 반가웠다. 한 장을 넘기니 표지 뒷면의 ‘사진작가 하진’이란 한자와 영어가 눈에 들어왔다. 아들의 일상이 만든 작가라는 호칭이 새삼스러워 가족 모두 한참을 웃었다. 지체장애인이 소개되는 책에 자폐성장애인 아들은 작가로만 등장하다니 세상에 이런 일도 있다며 웃는 우리를 보고 아들도 따라 웃었다.
책의 내용은 일본 지체장애인들의 ‘자립’을 주제로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와 생각이 담겨있다. 주인공 7인은 심한 장애를 가졌고 그 중 4명은 언어장애로 의사소통이 불편한 뇌성마비인들이다. 이 책은 현재 임 교수가 번역 중이고 한국 지체장애인 3명을 추가하여 내년에 한국어판을 출간할 예정이라고 한다.
책이 도착하기 전, 아들의 사진 사용료가 입금되었다. 이 귀한 돈은 아마 오래오래 아들 통장에 머물러 있을 것 같다. 아무 생각 없이 공개한 일상의 작은 습관을 책의 표지에 담아 준 임 교수님의 남다른 애정에 감사드린다.
이제부터 아들을 작가님이라 불러야겠다. 아울러 우리 집 최애 반찬은 꽈리고추가 되었으니 한 번씩 매운 놈이 있어 불안하지만 고추 작가의 손이 작품을 만들려면 꽈리고추를 계속 사들여야 할 것 같다.
“작가니임, 작품 할 시간이에요.”
오늘도 식탁에 풀어놓은 꽈리고추들이 느긋하게 드러누워 아들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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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십니다..^^
뭉클 감동이 먼저 싱긋 귀여운 하진군 모습 연상되며 시나브로 기분이 좋아지는 글입니다
모자작가님의 재미있는 글과 사진을 작품으로 만들어도 좋겠단 상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