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장관의 장애인 비하발언,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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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김용현 국방부장관이 장애비하발언을 한 것에 대해 지난 24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공동주최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 ‘병신’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이 병신인지에 대한 말도 문제있어
  • 국민 전체가 장애비하발언이 무엇인지 알아야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군복을 입고 할 말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더 ‘병신’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8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방부 관계자들의 답변 태도를 지적받자 김용현 국방부장관이 했던 발언이다. 여기서 장애인을 비하할 때 종종 사용하는 단어 ‘병신’이 등장해 논란이 됐다.

이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 24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인과 공직자의 발언은 사회적으로 막중한 책임과 영향력을 가진다”며 “발언의 무게에 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고려해 심각한 문제 발언에 대한 인권위의 시정권고를 요청하고자 한다”고 밝히며 인권위에 차별진정을 했다.

한 장애인단체 활동가 A 씨는 이 발언을 두고 “최중증장애인 중에는 24시간 움직이지 못하고 말그대로 ‘가만히’ 있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럼 이 최중증장애인은 병신이라 불러야 한단 말이냐”면서 “병신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도 매우 아쉽지만, 어떤 사람이 병신이라고 생각하는지 앞에 수식어처럼 사용한 말이 더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즉 장애인을 비하하는 용어 ‘병신’을 사용한 것도 유감이지만, 할 말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이라는 수식어를 병신과 연결시키면서 실제 그런 환경에 있는 장애인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시민 B 씨는 “솔직히 장애인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그 발언을 들으면 어떤 문제가 있는지 잘 모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며 “우리 주변을 잘 돌아보면 사실 그런 발언을 심심치 않게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지 않나”고 반문했다.

이어 B 씨는 “장애인단체에서 차별 진정을 하고 기자회견하는 내용을 들어보면 정말 일리 있고 문제있는 발언이라는 걸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일상에서 아직 장애에 대한 인식이나 감수성이 많이 부족한 사람들이 이런 발언을 너무 쉽게 하면서 계속 문제가 되는 것 같고, 특히 국방부장관과 같은 공인이 그런 발언을 해서 더 문제가 된 것 같다”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마지막으로 B 씨는 “국방부장관이 장애인을 비하할 의도가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병신’이라는 단어는 누가 듣더라도 듣기 거북하고 언짢은 느낌이 드는 단어다”면서 “그만큼 국정감사와 같은 중요한 자리에서 자제해야 했던 표현인데, 장애인 비하발언이라는 결과에까지 이른 만큼 이번 기회에 장애에 대해 어떤 발언이 비하의 소지가 있는지 국민 모두가 확실하게 인지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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