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권 이야기]승강장 번호가 어디 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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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승강장 번호 표지판
서울역에서 승강장 번호를 나타내는 기존의 ‘큰’ 표지판이 사라지고 ‘작은’ 표지판만 남아 있다. ©박관찬 기자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지방으로 갈 일이 있어 서울역에 갔다. 서울시민이 된 지도 어느덧 6년차가 된 만큼 서울역은 이제 식은 죽 먹기다. 기차를 타야 하는 승강장이 어디에 있는지, 예매한 기차의 호차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탈 수 있는지는 물론 서울역에 화장실이 어디에 있는지도 훤히 파악하고 있다.

이번에 지방으로 가는 일정은 마침 활동지원사 등 지원인력의 지원 없이 혼자 다녀와도 되었기에 여유있게 서울역으로 갔다. 화장실도 들르고, 커피도 사고, 광장에 앉아서 가을바람이 피부에 닿는 것을 느끼고, 지나다니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구경하며 한껏 여유를 부리다가 기차출발 15분 전 코레일톡 앱을 켰다.

10번 승강장에서 기차를 타면 된다는 것을 확인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울역 로비로 내려와 ‘10’이라는 숫자를 찾으려고 했던 기자는 순간 당황했다. 늘 기자가 확인하려고 할 때마다 파란색 바탕에 흰색 숫자가 큼지막하게 디자인되어 있던 승강장 표지판이 사라졌던 것이다.

분명히 이쯤이 10번 승강장 위치인데, ‘10’이라는 큰 숫자가 없으니까 괜히 불안해졌다. 그래서 바로 승강장으로 내려가지 않고 조금 더 옆으로 가서 기웃거렸다. 만약 기자가 생각한 곳이 10번 승강장이 맞다면, 조금 옆으로 간 곳은 11번 승강장이니까 ‘11’이라는 큰 숫자를 확인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옆으로 조금 더 가도, 그 옆으로 조금 더 이동해 봐도 기자가 6년 동안 기차를 타러 갈 때마다 전적으로 의지했던 커다란 흰색 숫자는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10번 승강장의 위치를 대략 짐작할 수는 있어도, 승강장 번호를 확실하게 확인하지 않은 채 기차를 타기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로비로 들어가 지원을 요청할까 고민하다가 서 있는 위치에서 무심코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았다.

순간, 눈살이 찌푸려지는 걸 느꼈다.

그동안 기자가 그야말로 편하게 확인했던 파란색 바탕에 흰색 ‘큰’ 숫자의 승강장 번호가 사라진 대신, 위에 ‘작게’ 승강장 번호가 있었던 것이다. 파란색 바탕에 흰색 숫자는 그대로지만, 그 크기가 확연히 작아졌다.

작아진 승강장 숫자는 기자의 저시력으로 아주 안 보이는 건 아니다. 다만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그 작은 숫자가 있는 곳 바로 아래에서 고개를 위로 쳐들고 눈을 크게 부릅뜨고 확인해야만 한다. 아니면 핸드폰으로 해당 숫자가 있는 부분을 사진으로 촬영한 후 숫자를 확대해서 확인해야 한다.

그렇게 ‘10’번 승강장을 확인한 후 기차를 타러 내려가는 기자의 발걸음은 천근만근 무거웠다.

기존에 있던 큰 숫자를 그대로 두면 좋았을 텐데, 왜 없앤 걸까? 그 큰 숫자는 저시력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다른 기차 이용자들에게도 분명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숫자의 크기가 큰 만큼 멀리서도 보기 편하니까 승강장 번호를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기자가 서울역에서 기차를 혼자 타기 위해서는 번거로운 절차 하나가 생겼다. 기차 출발 15분 전 코레일톡 앱에서 승강장 번호를 확인한 후, 승강장 번호가 적혀 있는 표지판까지 가서 고개를 쳐들고 한동안 숫자를 정확하게 확인해야 하는 절차다. 기자가 서 있는 곳이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막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가능한 빨리 확인하고 사람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큰’ 숫자는 저시력 시각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해 주는 한 가지 방법일 수 있는데 많이 아쉽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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