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의료접근]수어통역 받거나, 앱을 사용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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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십자가 간판 사진
청각장애인은 선호하는 의사소통 방법이 다양한데, 그 방법에 따라 의료행위에서 좋은 점도, 아쉬운 점도 생기게 된다. ©박관찬 기자
  • 청각장애인이 병원이나 약국에서 의사소통하는 방법
  • 의료진이 다양한 의사소통에 대한 이해가 있었으면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병원이나 약국을 방문했을 때, 의사나 간호사, 약사 등으로부터 듣는 말은 매우 중요하다. 환자로서 방문했을 경우 본인의 건강 상태에 대한 설명이고, 앞으로 복용해야 할 약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복용해야 하는지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그만큼 집중해서 잘 들어야 하고 궁금한 게 있으면 질문도 하며 본인의 건강을 잘 챙겨야 한다.

그렇다면 청각장애가 있어서 말을 통한 의사소통이 쉽지 않은 환자는 어떻게 병원이나 약국을 이용할까? 청각장애가 있으면서 병원이나 약국을 경험한 적이 있는 이들을 인터뷰하여 의사소통을 어떻게 하고, 어떠한 어려움이 있는지 들어봤다.

#1. 무조건 수어통역

A 씨는 병원이나 약국에 가야 할 일이 있을 때 수어통역센터에 수어통역지원을 신청한다. 그래서 배정된 수어통역사와 병원에서 만난 뒤, 진료 접수부터 대기, 진료와 진료비 결제, 약국에서의 약 처방까지의 모든 과정을 수어통역사로부터 수어로 통역받는다.

A 씨는 “접수를 하는 것과 진료, 약 처방 등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는데, 수어가 주 의사소통 방법인 저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면서 “다만, 개인의 의료행위를 위해 통역을 따로 신청해야 한다는 게 좀 아쉽다면 아쉬운 점”이라고 했다.

A 씨가 가봤던 병원 중에 한 병원은 A 씨가 청각장애인이라고 하자, 병원에 대기하고 있던 수어통역사가 왔다고 한다. 그 수어통역사는 지금 A 씨가 병원이나 약국에서의 의료행위에 수어통역사로부터 통역받던 것과 똑같이 모든 과정을 수어로 통역지원했다고 한다. 모든 병원에 수어통역사가 대기하고 있다가 청각장애가 있는 환자가 방문했을 때 수어통역사가 지원 가능하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은 현실로 인해 A 씨 개인이 수어통역을 따로 신청해야 하는 점이 아쉽다는 것이다.

A 씨는 또 “개인적으로 욕심을 내보자면 의료진들도 수어를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면서 “수어통역사가 병원마다 대기하고 있는 것도 좋지만, 의료진이 의료용어들을 수어로도 배워서 환자에게 직접 설명할 수 있다면 훨씬 공감도 되고 소통도 잘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2. 약사의 말을 듣긴 어렵지만

B 씨는 A 씨와 달리 병원이나 약국을 방문할 때 가급적 ‘혼자’ 간다. B 씨에게 청각장애가 있어서 수어통역을 받지 않는 대신 스마트폰에 있는 음성인식기능 앱을 활용해서 의사소통을 한다. 병원 방문 후 접수부터 진료, 진료비 결제, 약국에서의 약 처방까지 모든 과정에서 음성인식기능 앱을 활용하기 때문에 B 씨는 병원을 들어서면서부터 스마트폰의 음성인식기능 앱을 켠다.

수어통역을 받지 않는 것에 대해 B 씨는 “수어통역을 받아도 되지만, 진료 과정에서 의사나 간호사가 하는 말은 수어보다는 그들이 말하는 단어 그대로 전달받고 싶은 욕구가 크다”면서 “무엇보다도 건강과 관련된 내용이기 때문에 수어처럼 간단하게 통역받기보다 정확한 가능하면 의료진이 사용하는 단어 그대로 전달받는 게 더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B 씨는 “병원에서 접수나 결제를 할 때는 번호표의 숫자가 뜨는 걸 눈으로 확인하고 제 순서를 알 수 있는데, 약국에서는 약사가 제 이름을 부르는 게 음성인식기능 앱에 나오지 않을 때가 있어서 불편할 때가 있다”며 “제 차례가 되어서 약사가 이름을 불렀는데도 약사와 조금 떨어진 거리에 있거나 사람이 많으면 지금 누구를 호명한 건지, 제 차례가 맞는지 헷갈리기 쉽다”고 불편했던 경험을 떠올렸다.

B 씨의 설명에 의하면, 병원에서 진료나 접수 등의 과정에서는 말하는 사람이 B 씨에게 정확하게 설명하기 위해 B 씨의 핸드폰 화면에 대고 가능한 또박또박 말한다. 하지만 약국에서는 약사가 B 씨가 청각장애라는 존재를 인지하지 못한 채 평소대로 약이 준비될 때마다 처방전의 이름을 부르기 때문에 B 씨의 핸드폰에 제대로 인식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B 씨는 “청각장애인마다 선호하는 의사소통 방법이 다 다르고, 각 의사소통마다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면서 “그런 만큼 약사를 포함한 의료진이 청각장애에 대해서, 의사소통의 다양성에 대해서 잘 인지하고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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