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이제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인지 피부에 와닿는 바람이 부쩍 차가워졌다. 작년 이맘때쯤이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생애 첫 연주회를 준비하느라 몸과 마음이 정신없었던 기억이 난다. 눈에 다래끼도 생기고 컨디션도 말이 아니게 엉망이었지만,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도, 멈추지도 않으며 보란듯이 유유히 흘러갔다.
꿈만 같았던 생애 첫 연주회 날짜는 그렇게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 공연장에 일찍 도착해서 포스터와 리플릿, 야광봉 등을 배치하고 리허설을 하며 하나하나 준비했지만, 그때는 그리 크게 긴장되지 않았다. 하지만 공연시간이 다가와서 대기실에 들어가 있는 순간부터 긴장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관객들이 공연장에 얼마나 많이 왔는지, 누가 어디에 앉아 있는지 알고 싶었다. 그런데 직접 관객들을 맞이하지 않고 지원인력들이 담당했기 때문에 무대에 가서야 확인이 가능했다.
드디어 공연 시작 5분 전, 피아노 반주로 함께해주시는 형수님과 함께 대기실에서 공연장으로 들어가는 문 앞에 섰다. 심장이 얼마나 크게 들리던지, 지금 내가 심장소리를 들으니까 비장애인이 된 건가? 잠시 생각했을 정도였다. 아니지, 내 몸 안에 있는 심장이 소리내는 건데 당연히 들을 수 있는 거라고 쓴웃음을 지으며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그리고 공연장 문을 열고 티자와 의자가 세팅된 곳을 향해 첼로를 들고 걸어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리허설을 했던 바로 그 위치다. 공연장은 티자와 의자, 그랜드피아노가 세팅된 무대만 조명이 켜져 있고, 관객석은 조명이 모두 꺼져 있었다. 하지만 관객석은 전혀 어둡지 않았다. 연주회를 보러 온 모든 관객들이 손에 든 야광봉의 불을 켜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연장 문에서 의자까지 걸어가는 단 몇 발자국의 그 순간을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사람들이 내게 박수를 쳐 주고 싶은데 내가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박수든 어떤 제스처를 취해도 내가 보지 못한다는 걸 알고 생각해낸 야광봉의 아이디어를 정말 잘 실행해줘서 고마웠고, 그동안 수많은 강연과 연주를 하며 사람들의 반응을 느끼지 못했던 아쉬움을 남아 있는 내 시력으로 온전히 느꼈기 때문이다.
이 야광봉은 연주회와 올해 출간된 “청년은 오늘도 첼로를 연주합니다”를 통해 사람들의 반응을 내게 전달해 주는 방법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장애인식개선교육을 갔을 때나 북토크에 갔을 때 반짝이는 야광봉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야광봉도 별 모양에서 하트 모양으로 새로워지기도 했다.
올해는 12월 14일 토요일 오후 3시 이음아트홀에서 작년에 이은 두 번째 연주회 “박관찬, 첼로와의 두 번째 만남 : 청년은 오늘도 첼로를 연주합니다 Vol.2”가 열릴 예정이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은 곡과 더 많은 스토리로 준비했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창업과 강의, 연주 등 다른 일정들로 인해 연주회 준비에 올인하지 못하느라 아쉬움이 정말 많지만, 주어진 시간 안에서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 여전히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도, 멈추지도 않으며 계속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요즘 사람들 공연보러 잘 안 간다고. 그래도 연주회에 많은 분들이 와주시면 좋겠다. 야광봉의 불빛으로 얼마나 많이 왔는지 금방 가늠해 볼 수 있으니까 관객이 적으면 그만큼 불빛이 적어서 아쉬울 것 같다. 연말이라 송년회 등 행사 일정들로 많이 바쁠 텐데,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와주셔서 “박관찬의 연주회는 갈 만하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연주회에 온 사람들이 첼로 연주와 이야기를 보고 들으며 감동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하면 너무나 감사하겠지만, 개인적으로 공연장 가득 비춰지는 야광봉을 보며 나도 감동하고 싶다. 공연장으로 입장할 때, 연주가 끝났을 때 여기저기서 켜지는 야광봉은 물론 중간중간 누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름을 불렀을 때 호명된 분이 흔드는 야광봉의 불빛을 확인하며 연주회에 와주신 그 마음에 감동하고 싶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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