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이동권]시각장애인보고 횡단보도 건너오라는 택시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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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지팡이를 들고 걸어가는 모습
나비콜은 시각장애인이 이용할 때 택시요금을 저렴하게 할인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나비콜 기사들 중에 장애감수성이 형편없어서 시각장애인이 이용에 불편함을 겪기도 한다. ©박관찬 기자
  • 장애감수성 꽝인 나비콜기사 이야기
  • 나비콜기사 대상 장애감수성 교육 의무적으로 강화되어야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남석 씨(가명)는 안마사로 일하는 시각장애인이다. 집에서 안마원으로의 출퇴근은 활동지원사가 차량으로 이동지원을 한다. 그러나 활동지원사의 일정으로 이동지원이 어려울 경우에는 장애인콜택시나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나비콜택시를 이용한다.

그날도 활동지원사의 사정으로 인해 남석 씨는 나비콜을 이용해서 퇴근을 하게 되었다.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고 싶었지만 퇴근 시간대라 바로 배차될 가능성이 적을 것으로 예상해 나비콜을 타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5분도 지나지 않아 나비콜 배차가 되었다는 문자 메시지가 왔다. 퇴근 준비를 마친 남석 씨는 안마원 입구에서 택시(나비콜)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석 씨의 핸드폰에 전화가 왔다는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나비콜 기사였다. 남석 씨에게 전화를 건 나비콜 기사는 3분 뒤에 도착하니까 큰 길가로 나와서 횡단보도를 건너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다. 남석 씨는 치밀어오르려는 짜증을 꾹 참고 최대한 친절한 목소리로 기사에게 말했다.

“기사님, 제가 전맹인 시각장애인입니다. 말씀하신 위치까지 혼자 가기가 어려우니 제가 나비콜을 호출한 출발지로 와 주셨으면 합니다.”

그러자 핸드폰 너머로 온갖 짜증을 다 내는 나비콜 기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결국 남석 씨가 택시를 탈 수 있도록 안마원 앞으로 택시가 왔지만, 남석 씨가 탑승한 뒤에도 택시 기사는 투덜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집에 도착한 남석 씨는 나비콜 앱에서 그날 이용한 나비콜 기사에 대한 평점을 ‘최하’로 선택했다.

남석 씨는 “나비콜은 서울시에서 택시 요금을 지원해주기 때문에 이용하기에는 너무 좋은 점이 있지만, 나비콜 기사들 중에는 장애 감수성이 꽝인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꼭 나비콜이 아니더라도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면 택시가 출발지로 와야지, 택시가 고객더러 특정 장소로 오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특히 나비콜은 시각장애인이 이용하는 경우 기사들도 시각장애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있어야 하는데, 이번 경우처럼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아쉬워하며 “장애인콜택시는 배차되기가 많이 어렵지만, 대신 기사들의 장애감수성이 대부분 좋은 편이다”고 비교했다.

만약 나비콜 기사가 남석 씨에게 시각장애가 있다는 걸 안다면 남석 씨보고 큰 길가로 나오라고, 횡단보도를 건너오라고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3분 뒤에 도착한다고 했는데, 전맹인 남석 씨가 3분 안에 큰 길가로 나가서 횡단보도를 건너기는 어렵다. 남석 씨 혼자 큰 길가로 나가서 횡단보도를 건너기까지의 시간보다 3분 뒤 도착한 나비콜 택시가 남석 씨가 서 있는 곳까지 오는 시간이 훨씬 빠를 것이라는 게 남석 씨의 생각이다.

남석 씨는 “서울시에서 장애인의 이동권을 위해 이런 복지제도를 마련한 건 정말 칭찬할 일이지만, 해당 제도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람이 장애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지금부터라도 모든 나비콜 기사들을 대상으로 장애감수성 관련 교육을 강력하게, 의무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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