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찬의 기자노트]시청각장애인 첼리스트의 연주회에 초대합니다

66
무대에서 첼로 연주 중인 모습 사진
12월 14일 오후 3시, 대학로 이음아트홀에서 박관찬의 첼로 독주회가 열린다. ©이관석 작가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2024년도 이제 달력 한 장만을 남겨두고 있다. 1분 1초를 소중하게 여기며 매사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던 2024년도 어느덧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 한 해가 저물어가는 시점에서 2024년 가장 중요한 일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그 일이 바로 달력의 마지막 한 장, 12월에 있기 때문이다.

오는 12월 14일 토요일 오후 3시에 대학로 혜화역 인근에 있는 이음센터 이음아트홀에서 박관찬의 생애 두 번째 첼로 독주회가 열린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지원사업인 ‘장애예술인 창작활성화 준비과정’에 2023년 선정되어 장애예술인으로 데뷔한 후, 올해는 본격적으로 장애예술인으로서 창작활동을 시작하는 독주회인 것이다.

눈이 잘 안 보이고 귀가 안 들리는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으면 현악기인 첼로를 연주하기 쉽지 않다. 악보를 보는 것도 그렇지만, 스스로 연주하는 첼로의 소리도 제대로 듣지 못하기에 연주를 정확하게 했는지도 모르고 음정을 정확하게 짚었는지, 다른 줄을 건드리지 않았는지도 듣지 못한다.

하지만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악기들 중에서 연주자의 심장에 가장 가까이 닿아 있는 악기, 첼로를 연주할 때 가장 편안하고 행복함을 느낀다. 활로 첼로의 줄을 그을 때 나는 그 풍부하고 낮은, 웅장하면서도 떨림이 있는 진동을 온전히 느끼면서 첼로를 연주할 때야말로 예술의 감동을 느낀다.

작년 첫 연주회는 말 그대로 장애예술인으로서의 활동을 알리는 ‘준비과정’이었지만, 이번 연주회는 작년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준비했다. 클래식 곡 수를 늘렸고, 비브라토, 하모닉스 등 첼로의 다양한 기술도 이번 연주회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연주회에서 연주할 곡들을 하나씩 연습할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한다. 첼로에 대한 이해가 전보다 깊어졌다고. 그도 그럴 것이 동요 한 곡을 연주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뿌듯하게 여기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번 연주회 메인곡으로 ‘타란텔라’를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어렵고 빠르고 여러 테크닉을 요구하는 곡을 연주할 날이 올 거라고 짐작이나 했을까.

그만큼 지금의 위치에서 즐겁게 연주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신 첼로 선생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연주회를 준비하고 있다. 소리를 못 들으니까 냉정하게 보면 어떤 곡도 완성도 있는 곡이 아닐 수 있지만, 연습하고 준비해온 것들을 마음껏 실력발휘하며 후회없는 2024년의 가장 중요한 날을 가장 기억에 남을 날로 만들고 싶다.

“박관찬, 첼로와의 두 번째 만남 : 청년은 오늘도 첼로를 연주합니다 Vol. 2”는 12월 14일 오후 3시 이음아트홀에서 열리며, 공연장 특성상 80명만 입장 가능하기 때문에 선착순 80명까지만 신청이 가능하다. 참여를 희망하는 분은 아래 QR코드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승인
알림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