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미의 홀씨] 나는 ○○초 6학년 1반 학급회장 ‘고재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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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민(사진 왼쪽) 군이 쌍둥이 재원(오른쪽)의 귀를 잡고 서로 웃고 있는 모습 /사진=재민 군의 어머니 제공
▲재민(사진 왼쪽) 군이 쌍둥이 재원(오른쪽)의 귀를 잡고 서로 웃고 있는 모습 /사진=재민 군의 어머니 제공

[더인디고 = 조경미 객원기자] 지난달 미국 애리조나주에 사는 중학생 루카스 테일러 군이 학급 대표에 당선되었다는 소식이 대한민국의 한 뉴스에 전해졌다. 특수교육을 받는 이 학생이 학급대표가 되었다는 소식은 미국을 넘어 한국에서도 놀라운 사건이라고 여겼던 것 같다. 뉴스의 마지막에는 루카스 학생이 다니고 있는 중학교에서는 자폐스펙트럼이 있는 학생이 학급 대표가 된 것은 학교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는 멘트가 뒤따랐다.

“미국에서만 가능한 일일까?, 대한민국에도 이런 사례가 있지는 않을까?”하는 궁금증과 기대감이 들었다. 수소문 중에 때마침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개교(1980년) 이래 44년 역사상 처음 있는 학급회장 당선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올해 초등학교 6학년 1반 고재민 학생이 학급회장으로 당선되었다.

제가 회장이 되면, 잘하겠습니다!

재민 군의 학급회장 당선 회장 소식에 기대감을 가득 안고 11월 어느 날, 해당 초등학교를 방문해 6학년 양소영 담임교사를 직접 찾아뵈었다. 우리나라 통합학급에서 자폐스펙트럼이 있는 재민 군의 학급회장 당선 소식을 알리고 싶다는 인터뷰 취지에 동의해주시고, 직접 응해주신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이 인상 깊었다.

“재민이는 평소 회장이 하고 싶었던 걸까?, 어떻게 회장선거에 나가게 되었는지”가 궁금했다.

해당 초등학교에서 학급회장 후보에 나가기 위해서는 2명 이상의 추천 혹은 자천으로 회장선거 후보로 나갈 수 있다. 회장 선거 당일 재민이는 “선생님, 저 회장 되고 싶어요!”라고 스스로 본인을 후보로 추천하였고, 자연스럽게 재민이를 포함한 총 3명의 학생을 후보로 회장선거가 이뤄졌다. 두근두근.

▲재민 군이 속한 6학년 1반의 학습게시판에 걸린 ‘1인 1역’ 역할 나누기 /사진=
▲재민 군이 속한 6학년 1반의 학습 게시판. 작품마다 재민 군의 이름이 있다. /사진=조경미 객원기자

평소 카리스마 넘치는 막강한 회장 후보가 있었던 터라 반에서는 그 친구가 회장이 되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레 예측하기도 했었지만, 선거는 결과를 확인할 때까지 알 수 없는 법!!! 반에서 개표가 시작되고 한 표. 한 표. 개표가 진행될수록. 그리고 마지막 한 표로 재민 군이 회장으로 당선되는 바로 그 순간… 사실은 교실에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고 한다. 다들 결과에 놀랐던 것일까? 모두에게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으니 놀랐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이 반에는 어떤 특별함이 있었던 것일까? 선생님께서는 유독 올해 1반 아이들이 선하고 순수하다고 이야기해주셨다. 그리고 선생님은 ‘학기 초 특수교육대상학생과 같은 반 친구들과의 생활을 위해 늘 고민하신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재민 군에 대한 편견이 생기지 않도록 무조건 도움반에 보내는 것을 하지 않았고,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해야 할 것을 하게 했다’고 말씀하셨다.

평소 학급에서 도움반에 내려가는 시간이라도 외부특별활동이 있으면 도움반이 아닌, 학급친구들과 같이 활동하게 했어요

그리고 평소 친구들 역시 재민이라고 해서 봐주지 않고 똑같이 활동을 함께 했다고 한다. 반에서 영상을 찍을 때도 작은 역할이라도 함께 참여하기 위해 고민했던 친구들과 선생님, 그런 한 학기 동안의 활동이 아이들에게 통했던 것일까?
평상시 또래와의 상호관계가 좋았던 반이고, 재민이는 6학년 우리 반이고, 당연히 학급회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반 친구들 모두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였다.

재민 군은 학기 초, 짝궁과 함께하는 활동 및 모듬 활동을 힘들어하고, 책상을 붙이고 앉는 것도 싫어하던 학생이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모둠활동을 조금씩 시작했고 2학기 때부터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단다. 본인이 하기 싫은 활동을 할 때면 같은 반 친구들이 “회장님이 그러면 어떻게 해~” 하면 와서 하는 재민이. 현재 학급에서 회장으로서의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끼면서 수업 중 시작과 끝인사, 교실 이동 수업 시 학생 인솔, 전교 회장회의 등 회장으로서의 역할을 부회장과 반 친구들과의 협력으로 충실하게 하고 있다.

담임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떤 특별함보다 6학년 1반에는 늘 재민 군이 존재하고 있었다. 친구들은 그저 친구로서 재민이와 함께 했고, 투덕거리며 놀고, 서로 잘못을 지적하면서, 조율해가면서 서로에게 익숙해져갔다. 이 연령에 청소년들은 또래관계가 중요해지고,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 한다. 이 반의 포용적인 문화는 재민 군이 학교생활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과 책임감을 느끼게 해주었고 무엇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 스스로 자신감을 얻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통합학급에서 재민이와 친구들은 함께 성장했다. 또래와 함께하는 것이 어려웠던 재민이가 차차 모둠활동에 참여하고, 반장으로써의 역할을 수행하는 그 자체가 성장이다. 선생님이 차별 없이 자신들과 똑같이 재민이를 대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 역시 편견 없이 재민이와 함께 했다. 아이들에게 재민이는 자신보다 우주, 과학 분야에 대해 많이 알고 수업시간에 아는 내용이 나오면 친구들 대신 이야기를 잘 해주는 친구이자. 또래 친구들은 모르는 고급어휘를 잘 사용하는 친구였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은 “재민이는 내가 모르는 걸 알고 있구나~”하는걸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이런 과정 자체가 통합교육을 하는 이유가 아닐까? 서로 간에 협력하지 않으면 진정한 통합교육을 실현할 수 없다. 6학년 1반은 함께 하기 위한 의지와 태도를 가지고 있었고, 그 반의 문화가 되었다. 학급 선거과정에서 재민 군의 참여의사를 확인하고 참여기회를 줄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전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은 그동안의 경험이 쌓였기에 가능했다.

우리 사회는 일반학교 통합학급에서의 특수교육대상학생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 교육시스템이 통합교육을 실행하기 위해서 법에서 정하고 있는 특수학급의 법정정원 준수, 특수교사 배치는 기본적 접근을 보장하는 권리이다. 이제는 일반학급의 통합교육 지원을 위한 특수교사 배치를 이야기하고 있다. 통합교육 지원이라는 영역에는 특수교육대상학생이 개별적 특성에 맞는 수업 참여를 위한 지원이외에도 학교생활과 또래관계에서의 참여할 기회 보장을 위한 고민도 함께 필요하지 않을까? 6학년 재민이네 반처럼 서로가 협력하고 함께 하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한 우리 사회노력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재민이의 6학년 학급생활과 회장의 경험이 앞으로 성장에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을 믿는다. 다시 한번 재민 군, 학급 회장 당선을 축하합니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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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네요~~
재민이의 앞으로의 학교생활도 응원합니다~~^^

고재민군!!!멋져요~~참 잘했어요!!!
화이팅~~~

너무 멋진 재민이~❤️ 항상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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