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찬의 기자노트]그래도 청년은 오늘도 첼로를 연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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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광응원봉을 흔드는 관객들 모습
어려운 시기에 여러 변수가 발생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예정대로 연주회를 진행하려고 한다. ©이관석 작가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무려 1980년대가 마지막이라는 비상계엄 선포가 90년도, 2000년도, 2010년도 아닌 2020년대에 일어날지 그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지난 3일 밤 대통령의 느닷없는 비상계엄 선포로 많은 국민들이 걱정하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밤새 뉴스를 시청하거나 스마트폰의 인터넷뉴스를 연신 ‘새로고침’하며 상황을 지켜봤다.

다행히 4일 새벽 국회의 요구로 비상계엄은 해제되었지만, 비상계엄의 후폭풍은 12월의 대한민국을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지난 7일 토요일에는 국회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투표에 들어갔고, 많은 국민들은 국회의사당이 있는 여의도에 모여 촛불집회를 했다. 탄핵소추안이 부결되면서 국회의 탄핵소추안 재추진, 국민들의 촛불집회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기자가 2024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날인 첼로 연주회에도 적잖은 타격을 주게 되었다. 오는 토요일인 12월 14일로 예정된 연주회는 국민들의 대규모 촛불집회가 예정되어 있다. 일정이 딱 겹치면서 예상치 못한 여러 변수들이 하나둘씩 생기고 있다.

작년에 열렸던 생애 첫 번째 첼로 연주회와 올해 5월에 있었던 책 출간 후 첫 번째 북콘서트가 연달아 매진되면서 내심 이번 두 번째 첼로 연주회도 매진되길 기대했다. 하지만 바람과는 달리, 여의도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연주회 참석을 취소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또 첫 번째 연주회에서 분위기를 한껏 흥겹게 만들어주었던 초청공연 ‘두리둥둥난타’팀도 이번 연주회에 초청공연으로 섭외했지만, 서울의 복잡한 상황이 우려되어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다. 예상하지 못한 비상계엄으로 시작된 변수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연주회에만 온전히 집중해도 아쉬운 상황인데, 예산도 변경해야 하고 연주회 예정대로 진행하는지에 대한 사람들의 문의도 확인하는 등 이래저래 신경써야 할 문제들로 연습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한편으로는 연주회를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게 맞지 않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고민 끝에 연주회를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결심했다. 과장한 표현일 수도 있지만, 올해 책도 출간하고 창업도 했어도 올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날이 바로 연주회였고, 그날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다.

국가적으로 어렵고 혼란스러운 시기인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올해 연주회를 위해 준비하고 흘린 땀과 투자한 노력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도 너무 아쉽고 미련 또한 많이 남을 것 같다. 우선 초청공연이 취소됨에 따라 연주회의 전체 시간이 줄어들게 된 만큼, 연주회를 예정보다 일찍 끝내고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 같다.

또 이번 촛불집회에서는 촛불 외에 응원봉의 불을 밝히는 국민들의 모습이 눈에 띄고 있다. 연주회에서도 기자가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야광 응원봉을 나눠준 뒤 응원봉의 불빛으로 소통한다. 덕분에 연주회에 온 관객들도 연주회에서 사용한 응원봉을 집회에서도 자연스럽게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부디 아무 문제 없이 무사히 연주회가 진행되면 좋겠다. 올해 준비해왔던 것들을 연주회에서 마음껏 실력발휘하고, 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수 있도록 집회에서도 힘을 보태고 싶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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