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보는 2024년]②이동 때문에 걱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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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켜진 택시등 사진
장애인콜택시는 현재 지역마다 접수부터 이용방법이 달라서 장애인들에게 불편함을 주고 있다. 내년부터는 전국 단위로 장애인콜택시 예약시스템을 통합한다고 하는데, 장애인들이 다른 지역으로 가는 과정에서 이동 때문에 불편함을 겪지 말아야 한다. ©박관찬 기자
  • 장애인콜택시 있어도 여전히 불편한 사례 빈번
  • 다른 지역으로 가는 게 이동 때문에 불편한 경우 없어야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2024년을 돌아보는 특집을 기획하면서 만난 장애인들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키워드가 ‘이동’이다. 지하철과 버스, 장애인콜택시 등 이동을 위해 필요한뿐만 아니라 엘리베이터의 유무 등 편의시설의 존재에 따라 이동권이 제한되는 등 다양한 영역이 결국에는 ‘이동’이라는 키워드로 통일된 것이다.

지연(가명) 씨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할 때마다 ‘목적지로 가는 길’보다 ‘그 지역의 장애인콜택시’를 먼저 알아보곤 한다. 지연 씨가 거주하는 곳과 다른 지역의 장애인콜택시 모두 장애인이 이용하는 이동수단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지역마다 다른 이용방법 때문에 미리 해당 지역의 장애인콜태기세 대해 알아두지 않으면 낭패를 본다는 것이다.

지연 씨는 “어떤 지역은 전화, 문자, 어플로 접수가 가능한데, 다른 지역은 전화로만 접수가 가능한 등 접수 방법이 지역마다 다르다”고 설명하며 “뿐만 아니라 즉시접수, 이용 1시간 전 접수, 하루 전 접수, 심지어는 일주일 전 접수까지 접수의 형태도 지역마다 달라서 이용에 불편함을 겪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지연 씨에 의하면 그 지역의 접수방법대로 접수를 하기 전에 해당 지역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기 위해 ‘회원가입’을 해야 하는 곳도 있단다. 회원가입을 한다고 해서 바로 이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회원가입 후 이용이 가능한지에 대한 ‘심사’로 며칠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가령 당장 내일 A 지역으로 가야 되는데, 회원가입과 심사기간으로 인해 장애인콜택시 이용에 제한을 받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연 씨는 “장애인은 장애인으로 등록하면서 장애인증명서나 복지카드를 발급받는데, 왜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기 위해서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또 심사받아야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답답해하며, “어쩔 때는 ‘심사 통과하지 못하면 우리 지역에 못 온다’는 말처럼 들려서 얄미울 때가 있고, 도대체 왜 장애인콜택시 제도가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행인지 내년에 장애인콜택시 접수방법을 전국이 통일하도록 시범적으로 해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지연 씨도 그 부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며, 코레일톡의 예를 들었다. 코레일톡에 한 번 회원가입을 해서 장애인으로 등록 및 체크를 해놓으면, 코레일톡에서 기차표를 예매할 때마다 굳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증명하지 않아도, 어느 지역으로 가더라도 장애인복지 할인을 빠르게 적용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콜택시 접수도 이렇게 하나로 통일되면 좋겠다는 것이다.

지연 씨는 “지금 수도권 광역장애인콜택시도 존재만 할 뿐이지 매일 아침 9시에 수강신청하듯이 불티나게 전화기를 붙잡고 전화를 해서 ‘운’이 정말 좋아야 이용할 수 있는 게 현실”이라며, “다른 건 다 필요없더라도 장애인이 다른 지역으로 아니, 어디를 가더라도 ‘이동’ 때문에 걱정하는 일만큼은 더 이상 생기지 않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실제 광역장애인콜택시는 오로지 전화로만 매일 오전 9시에 접수를 받는다.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상담원의 수가 제한적인데, 광역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기 위해 접수하려는 장애인들은 상담원 수보다 몇 배나 더 많다. 결국 9시가 되는 순간 동시에 여러 통화가 한꺼번에 걸려올 수밖에 없고, 지연 씨의 표현처럼 정말 ‘운’이 좋은 사람만이 광역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지연 씨는 “청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를 중복으로 가지고 있는 장애인, 언어장애인은 전화통화가 어려우니까 광역장애인콜택시처럼 전화로만 접수 가능한 경우는 차별이 될 수 있다”면서 “또 어떤 지역은 내년부터 ‘보행이 어려운 장애인’만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하던데, 이 역시도 보행이 어렵지는 않지만 실질적으로 장애인콜택시 이용이 필요한 장애인에게는 차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만큼 장애인콜택시가 진정으로 장애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되는데, 지금 추세를 보면 예산이 적다거나 차량 수가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오히려 대상자를 줄이려는 것 같다”고 하면서 “장애인콜택시가 장애인의 이동을 위해 꼭 필요한 존재인 만큼, 이를 필요로 하는 장애인들이 어려움 없이, 불편함 없이 이용하며 이동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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