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전원합의체로 장애인 원고에 10만 원씩 지급 판결
- 장추련 “40년 전 김순석 恨 해소” “판결로 인정한 권리, 씁쓸”
- 공익법단체 두루 “정부, 300㎡→50㎡로 강화?… 개정 나서야”
- 서미화 의원 “대법 판결 환영… 이동약자 접근권 보장 최선 약속”
[더인디고] “장애인의 접근권은 헌법상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장애인에게도 동등하게 보장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하는 데 필수적인 전제가 되는 권리로써, 헌법에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으로써의 지위를 갖는다”
편의점 등 소규모 이용시설 접근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은 것에 대해 국가가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대법원장 조희대, 주심 대법관)는 19일 지체장애를 가진 김모 씨와 유아차를 사용하는 어머니 등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차별구제소송에서 ‘원고들의 국가배상청구 부분을 파기·자판하고 이들에게 각 1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파기자판이란 원심판결을 깨면서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것을 뜻한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정부가 1998년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을 통해 편의점 등 소매점의 편의시설 의무 범위(바닥면적 기준 300㎡ 이상 시설)를 협소하게 규정하고, 이를 24년 동안 개정하지 않은 것이 입법자로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소위 ▲‘행정입법 부작위’로 볼 수 있는지, 그렇다면 ▲이를 이유로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하는지다.
앞서 원고들은 2018년 소송 당시 ‘소규모 소매점의 95%가 장애인의 접근권을 보장하지 못한다’며 국가를 상대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차별과 손해배상을 함께 청구했다.
이후 정부는 2022년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의무 면제 대상을 바닥면적 50㎡ 이하로 강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1심과 2심은 “국가가 기존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은 것이 위법하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고의·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려워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원고들이 불복하면서 대법원은 지난 9월 이례적으로 변론 과정을 공개하고 오늘(19일) 사건을 심리했다.
관련해 대법원은 “24년 넘게 개정하지 않은 행정입법 부작위는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장애인의 접근권을 유명무실하게 하여 위법하다”면서, “편의시설 설치 범위에 대해 재량을 부여한 법률의 취지와 목적, 내용에서 현저히 벗어나 합리성과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만큼,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에 위반’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일상적으로 부정당한 장애인의 고통이 지속되었다”며, “국가는 행정입법의 위법한 불이행으로 인한 위자료 청구의 특성 등을 고려해, 원심이 확정한 사실을 바탕으로 장애인 원고에 대한 위자료를 각 10만 원으로 정한다”고 판결했다.
한편, 이날 최종 판결이 확정되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장애인단체와 소송 대리한 공익법단체 두루 등은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환영”과 6년간의 법정 다툼에 대한 “소회” 등을 밝혔다.
한상원 두루 변호사는 “중요하고도 엄정한 판결을 한 대법원에 경의를 표한다”며, “이번 판결은 장애인 인권의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 변호사는 “대법원이 접근권을 보장하는 장애인등편의법과 시행령이 오히려 접근권을 침해하고 있음을 직시하고, 국가 책임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전제한 뒤, “정당한 이유 없이 개정 의무를 위반하는 행정입법 부작위에 대해선 국가배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 판결”이라며 “여전히 차별적 시행령들이 존재하는 만큼, 정부는 더 이상 제도적 방치하지 말고 단계별로 개정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여전히 95%의 소규모 공중이용시설은 편의시설이 없어, 휠체어 사용자 등을 포함한 장애인은 일상생활 곳곳에서 2cm 남짓의 장벽과 마주하고 있다”며, “정부는 50㎡ 이하로 개정은 했다고는 하지만, 10년, 20년 뒤에는 (지금과 같은 소송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만큼, 이번 판결을 엄중히 받아들여 전체 인구의 30%에 해당하는 교통약자뿐 아니라 캐리어 여행자, 카트를 이용하는 노동자 등을 위한 1층이 있는 삶을 보장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김영희 장추련 상임대표는 “대법원장의 판결문을 통해 여러 소회”가 들었다고 운을 뗀 뒤, “또 한 번 전진 하는구나, 故 김순석 열사의 40년 전의 가슴 맺힌 한을 이제 조금 풀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우리의 삶이 법정에서 인정되는 순간, 고마움보다는 답답함이 들었다며 “이번 판결로 대한민국이 장애인의 삶을 바꾸려고 움직일까, 또 새로운 시작을 위해 싸울 수밖에 없는 걱정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우리의 전진이 우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것이자, 권리로써 보장된다는 것에 자부심 갖자”며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을 위해 국가를 상대로 지속해서 싸워가자”고 호소했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도 보도자료를 통해 “장애인 접근권이 헌법상 기본권임을 천명하는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힌 뒤, “정부가 장애인 등 소수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령을 고치지 않고 방치한 것에 대해 사법부의 적극적인 통제로 장애인의 권리를 구제했다”며 “모두의 일상 속에서 평등이 실현될 수 있도록 이동약자 접근권 보장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서 의원은 “국정감사뿐 아니라 편의시설 전산시스템 운영으로 정보 접근성을 제고하는 ‘장애인등편의법’, ‘건축법’ 개정안과 공인중개사 설명의무에 편의시설 설치현황을 포함하는 ‘공인중개사법’에 이르는, 일명 ‘이동약자 접근성 보장 패키지 법안’을 대표발의 했다”고 덧붙였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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