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지난 14일 토요일 이음센터 이음아트홀에서 기자의 두 번째 첼로 독주회 [박관찬, 첼로와의 두 번째 만남 : 청년은 오늘도 첼로를 연주합니다 Vol.2]를 성황리에 마쳤다. 아직 그로부터 열흘밖에 되지 않아 여운이 남아 있는 가운데, 당시 연주했던 영상들을 하나하나 보면서 연주에만 집중하느라 미처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연주회 2부에서 ‘올해의 만남’이라는 컨셉을 만들어서 기자를 제자로 받아들여 검도를 할 수 있도록 해 주신 마곡선검도관 선강원 관장님을 위한 무대를 준비했다. 관장님과의 만남부터 관장님에 대한 감사와 존경, 함께했던 순간들을 추억하며 제작한 영상을 대형 스크린에 띄우고 노사연의 ‘만남’을 연주했다.
첼로를 연주할 땐 다른 곳에 시선을 두지 않고 첼로의 브릿지 부분에 시선을 고정한다. 그래서 관객들의 반응뿐만 아니라 무대의 분위기도 모른다.
그런데 ‘만남’ 연주 영상을 보니 무대 뒤 대형 스크린에 기자와 관장님이 함께했던 영상이 나오고 있고, 문자통역하는 작은 스크린에는 ‘만남’ 가사가 나오고 있다. 연주회 며칠 전 속기사에게 공유했던 대본에는 노래 가사가 없었는데, 속기사가 자발적으로 가사를 입력한 것이다. 고마웠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만남’의 후렴구 부분에서는 수어통역사가 무대로 올라와 첼로를 연주하는 기자의 옆에서 ‘만남’ 노래를 수어로 하기 시작했다. 기자의 첼로 연주와 기자와 관장님과의 인연이 담긴 영상, 노래 가사가 나오는 문자통역과 수어통역까지…. 정말 감동적이었다. 이에 더해 (비록 기자는 듣지 못하지만) 관객들도 노래를 따라 불렀다고 한다.
다만 이번 ‘만남’을 연주하면서 아쉬운 마음을 한 가지 가지게 되었다. 1절 연주가 끝난 뒤에는 2절이 들어오기 전에 간주가 있는데, 기자는 그 간주 없이 바로 2절을 이어서 연주했던 것이다. 2절에서도 마지막 반복되는 후렴구를 중간에 쉬는 턴 없이 쭉 이어서 단숨에 다 연주해 버렸다.
실제로 노사연 씨가 ‘만남’을 부르는 영상을 보면 1절을 부르고 나서 악기들이 간주하는 시간이 있다. 그렇게 어느 정도 간주가 지난 뒤 2절을 부르면서 자연스럽게 노래가 마무리되는데, 간주 없이 ‘멜로디’만 집중해서 연주하니 너무 기자의 연주에만 맞춰진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기자가 1절을 첼로로 연주하고, 1절 연주가 끝난 뒤 피아노 반주가 간주 부분 연주를 했으면 어땠을까? 훨씬 자연스러울 수 있고 2절은 후렴구이기에 기자도 잠시 쉬었다가 더 힘있고 풍성한 진동으로 연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연주하기가 쉽지 않다. 1절 연주 후 쉬는 동안 피아노가 치는 소리를 기자가 듣지 못하기 때문에, 기자가 2절을 연주해야 하는 타이밍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아무리 마음속으로 박자를 외우고 있더라도, 실제 피아노의 박자와 아주 자연스럽게 맞춰지기는 어렵다. 많은 연습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꼭 도전해보고 싶은 영역이다. 1절 연주 후 간주뿐만 아니라 모든 연주를 기자가 처음부터 먼저 시작하고 피아노 반주가 따라왔는데, 곡의 처음에도 간주가 있는 곡은 피아노가 먼저 연주를 시작하다가 첼로가 들어가는 과정을 그려본다. 많은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겠지만 한번쯤은 꼭 시도해보고 싶다.
기자에게 시청각장애가 있다고 해서 온전히 기자의 연주에 맞춰지는 게 아닌, 정말 곡에 담긴 그대로를 잘 표현하는 연주를 하고 싶어졌다. 물론 시청각장애인만의 해석으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순진하게 멜로디만을 연주하고 끝내는 게 아닌, 곡에 담긴 스토리와 박자, 리듬, 분위기를 잘 살릴 수 있는 연주를 하고 싶은 것이다.
올해 연주회는 끝났지만, 앞으로의 연주회에 대한 도전이 더욱 기대되고 기다려진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