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복지법의 ‘진술조력인’ vs 발달장애인법의 ‘신뢰관계인’
- 인권위 “진술조력인 요구 시, 자격증 있는 진술조력인 배정해야”
- “제도 헷갈리고, 현실적인 문제 존재… 역할, 기능 등 개선 필요”
[더인디고] 형사사법기관 등이 범죄 사건의 피해 당사자인 발달장애인을 위해 어떤 인적서비스를 지원해야 할까?
사안에 따라 다르겠지만, ‘진술조력인’과 ‘신뢰관계인’ 제도를 이해하거나 실제 조사과정 등에 참여해 본 전문가들조차도 쉽게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 결과는 얼핏 보면 충분히 이해될 만 하지만, 정작 일선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 따져볼 일이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해 30일 언론 보도를 통해, 발달장애인 피해자가 폭행치사로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진술조력인’을 요청했지만, 신뢰관계인을 동석하게 한 것은 차별이라며, 재조사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법적 기준(자격증 등)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을 진술조력인으로 배정해 피해자가 정당한 사법절차 조력을 받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새해 2일에는 수사기관에서 발달장애인을 조사하면서, 전담 수사관을 배정하지 않고 신뢰관계인 동석을 고지 않은 것도 차별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 2023년 2월에는 의사소통이 가능하더라도 발달장애인 피의자에게도 형사사법 절차상의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것 역시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현행법에선 ▲장애인차별 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제26조)에 따른 형사사법 절차에서의 조력 등 ‘정당한 편의제공’과 ▲장애인복지법(제59조의16)상 ‘진술조력인’,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제12조)에서 규정한 ‘신뢰관계인’이다. 발달장애인법(제13조)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전담 검사’와 ‘전담 사법경찰관’이 조사 또는 심문하도록 하는 전담조사제도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장애인복지법은 검사, 사법경찰관, 법원 등은 피해자에 대한 조사나 증인심문 전에 피해자 및 법정대리인, 직계친족,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상담원 또는 변호사(이하 보조인) 등에게 진술조력인에 의한 의사소통 중개나 보조를 신청할 수 있음을 알려야 한다.
하지만 이를 놓고 형사사법기관뿐 아니라 일선 현장에서도 사건 발생 시 어떤 인적지원을 할지 모호하다는 의견이다. 실제 사건 발생 시 양 제도의 개념이나 역할 등 명확한 인식 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이를 알더라도 실제 현장에선 장단점이 존재하는 데다, 지원 인력과 예산 등 현실적인 어려움도 뒤따른다.
‘진술조력인’은 성폭력이나 아동학대, 인신매매 등 범죄 피해를 본 아동, 장애인 중 의사소통이나 의사 표현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장애인복지법은 모든 범죄 사건의 피해자인 장애인까지 진술조력인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3년 제도를 도입하면서, 아동·장애인의 심리나 의사소통 관련 전문지식이 있거나 관련 분야 종사자 중 일정 학력과 경력 기준을 갖춘 자를 대상으로 자격증을 발급하며 진술조력인을 양성하고 있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전 관계자 A씨는 “진술조력인은 ‘전문성’과 ‘의사소통능력’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진술조력인도 관련 교육은 받지만, 모두가 발달장애인 등 장애인 전문가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며 “도입 자체가 성폭력 및 아동학대 처벌법에서 비롯된 데다, 전체 인력도 부족해 지방으로 갈수록 접근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실제 법무부 자료를 확인한 결과 2024년 8월 기준 진술조력인은 194명에 불과하다. 매년 10여 명 양성 수준인 셈이다.
반면, 신뢰관계인은 진술 시 가족 등 믿을 만한 사람과 함께 동석함에 따라 당사자의 심리적 안정과 의사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수사기관 진술 또는 법정 증언 시 피해자의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 가족, 동거인, 고용주, 변호사, 그밖에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과 원활한 의사소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까지 포함함으로써 인력수급에 있어서는 진술조력인보다 원활하다.
하지만 최중증발달장애인 통합돌봄서비스기관 운영 관계자 B씨는 “조사 때 오히려 피해자들보다 더 사건에 몰입하는 상황이 발생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발생할 때도 있다”고 강조한 뒤 “그런 면에서, 학대나 성범죄 등 사건의 심각성을 감안한다면 진술조력인의 전문성이 필요하다”며, “최근엔 발달장애인센터 등에도 진술조력인 등이 근무하면서 이를 활용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발달장애인 소송 등을 지원했던 장애계 관계자 C씨는 “두 조력인 대한 법적 지원체계가 있어도 장단점이 큰 상황에서, 역할 등 제도적으로 상호 보완적인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한 뒤, “그런 점에서 장애인복지법이나 발달장애인법 등에 대한 개정 등을 포함한 실효적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아울러 보건복지부나 경찰청 차원의 인력 양성 프로그램 개발도 함께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진술조력인 자체도, 이를 지원하는 법무부 예산도 부족한 상황임을 감안할 때, 장애인단체나 복지관 종사자 등을 중심으로 진술조력 양성교육을 시행함으로써, 이들이 단순 신뢰관계인을 넘어선 진술조력의 역할을 할 수도 있지 않겠냐”며, “다만 역할 구분을 명확히 해야 한다면, 일선 경찰조사와 법원 재판 등 형사사법절차 과정에서(예를 들어 경찰조사 과정에선 진술조력을 교육받은 신뢰관계인이, 법원 재판 과정에선 자격증 있는 진술조력인 참여), 혹은 범죄 사건의 중요성 등을 고려해 두 조력인의 역할을 나눌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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